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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학습자를 직접 가르치는 교장선생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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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귀감이 될 책 <내일이면 집을 지으리>

오마이뉴스

▲ <내일이면 집을 지으리> 책 표지 ⓒ 수필과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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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파멜라 메츠가 풀어쓴 교육시집 '배움의 도'가 연상되었습니다.

"슬기로운 교사가 가르칠 때 학생들은 그가 있는 줄을 잘 모른다. 다음 가는 교사는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교사다. 그 다음 가는 교사는 학생들이 무서워하는 교사다. 가장 덜 된 교사는 학생들이 미워하는 교사다." - <배움의 도> 중에서

최종호 교장 선생님은 금년 8월 말에 퇴직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문해력 향상에 힘쓴 공적으로 수상한 2022년 전남교육상은 그분이 최상의 관리자로서 교육애가 남다른 분임을 증명합니다. 대부분 최고위직 교육전문직이 수상해온 상임을 감안하면 그의 노고를 짐작케 합니다. 그것도 함께 문해력 향상에 심혈을 기울여온 선생님들이 나서서 추천했다고 하니 더욱 그러합니다.

책을 즐겨 읽고 느린학습자를 위해 손수 만든 자료로 직접 가르치는 모습은 교직에 머무는 동안 내가 늘 바라던 관리자의 모습이어서 함께 근무하는 내내 감사했고 후배교사의 본이 되었습니다. 내 집에서 가르던 강아지도 주인이 예뻐하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듯, 교장선생님이 직접 가르치는 학생은 어깨가 으쓱해지며 자존감이 향상되었습니다.

아픈 손가락

이 책을 읽다가 20여 년 전 작은 시골 학교에 근무할 때의 아쉬움을 아직도 잊지 못하겠습니다. 내가 맡은 6학년 아이 중에는 덩치는 어른인데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6학년이 될 때까지 자기 이름만 겨우 쓰도록 방치된 학생이라니! 느리게 배우는 그의 속도에 아마도 포기했던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해 나의 교육목표 1순위는 그 아이의 문맹 탈출이었습니다.

나의 전략은 그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면서 글자에 노출시키고 모든 심부름은 그 아이에게 시키는 것. 심부름으로 찾아간 교실의 선생님 이름을 수첩에 적고 돌아와서 칠판에 쓰면 칭찬 스티커와 선물로 격려했습니다. 선생님의 온 신경이 자신에게 집중되고 늘 곁에 앉아서 같이 책을 읽어주니 아이의 표정부터 밝아졌습니다. 1학기가 끝나갈 무렵부터 낱자 읽기가 가능해졌고 2학기부터는 음악 시간에 노래를 부르다가 아는 글자가 나오면 큰 소리로 노래했습니다. 졸업할 무렵에는 문장을 읽고 중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글을 읽지 못하는 학생을 안쓰럽게 생각하고 부임하는 학교마다 느린학습자를 찾아내서 직접 지도해준 저자는 연구회를 조직하며 교단 현장에 파급시켜 전남의 학습문해력 향상에 기여했습니다. 특별지도를 받는 그 아이의 자존감이 얼마나 높아지겠습니까!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은 '나도 할 수 있다'는 긍정마인드를 심어주니 학교생활도 좋아집니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모든 교사와 관리자의 필독도서가 되어야 한다." 이 책에 대한 나의 한줄 평입니다. 그 외에 위의 모든 문장은 사족입니다. 북유럽 국가처럼 관리자도 일주일에 몇 시간씩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게 나의 오래된 생각입니다. 그 수업은 다름 아닌 느린학습자나 난독증 학생에게 문해력 향상을 위한 읽기와 쓰기 지도, 책 읽어 주기라고 생각합니다 읽지 못하는 괴로움을 덜어주는 하루 한 시간 학습지도를 의무규정으로 둔다면 과격하다고 공격받을까요?

관리자와 현직 교사에게 권하고 싶은 책

곁에 계신 듯 선한 인품이 그대로 드러난 글을 읽는 동안 함께 근무한 시간이 그림처럼 선명합니다. 학생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알게 하려고 전교생에게 '풀꽃 관찰의 시간'을 직접 지도하던 모습, 종이컵 하나라도 덜 써야 자연을 지킨다는 실천 의지. 냉난방도 자제하고 선풍기로 대신하며 탄소 배출을 걱정하던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늘 돋보였던 분입니다.

교직의 아픔, 좌절과 고뇌가 나와 다르지 않아 옮기고 싶은 대목이 많았지만 일독을 권하는 마음으로 참습니다. 이 책에 실린 글은 교직생활의 체험과 실천 내용, 개인사를 비롯하여 생명존중 사상과 올곧은 시민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매우 직설적이고 솔직하여 저자의 의도를 행간에 숨기지 않은 사실 중심의 문체는 담백하면서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 직선적인 성품의 발로로 여겨집니다. 욕심나는 소제목이 많았으나 어느 한 문단을 자르면 글의 맥락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 아쉽게 총평에 그침이 죄송합니다.

독후감이란 작가의 글을 읽되, 나의 경험과 앎을 버무려 나의 생각과 깨달음을 섞어서 융합하고 해석해서 쓰는 글입니다. 그러니 동병상련의 아픔과 좌절에 분노하고 토로하며 토해놓은 제 이야기는 누군가를 향한 지적질이나 고발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현장개선을 위한 소금 한 꼬집으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인간은 가장 잘 알 것 같은 자신의 모습을 잘 알지 못합니다. 심리학에 의하면 남들이 평가하는 모습보다 훨씬 더 좋게 생각한답니다. 그러나 최종호 교장 선생님은 자신의 모습을 매우 정확하게 평가하고 있어서 놀랍습니다.

이는 살아오는 동안 자신을 닦고 본분에 매우 충실한 그분의 겸손한 성정 덕분입니다. 묘지명으로 새기고 싶다는 몇 개의 문장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그분의 교육철학과 인생관이 뒤따르는 교단의 후배들에게 오래도록 귀감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그는 친절하고 다정한 스승이자 꾸밈없는 진솔한 사람이었으며 좋은 교사가 되려고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합리적인 사회가 되기를 늘 바랐으며, 스스로 모범이 되고자 많이 고민했습니다. 원칙에 충실했으며 성실한 자세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습니다. 스승, 아버지, 남편으로서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썼습니다. 형식적인 틀보다는 내용을 중시했고, 사랑으로 맺어진 인간관계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생명을 소중히 여겼으며, 자연을 사랑했습니다. 또한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소박하게 생활했습니다. (178쪽)

마지막으로 '내일이면 집을 지으리'란 책 제목을 제 나름으로 해석해 보았습니다. '인생사도, 관리자의 역할도, 느린학습자를 위한 문해력 지도도 오늘, 해야 한다'는 함축적인,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고. 참된 교육자로서 느린학습자를 대신해서 교단의 선생님과 학교관리자를 향해서. 들을 귀가 있는 이는, 진정한 교육자라면 필독하시길 기원합니다. 최종호 교장 선생님, 첫 작품 출간을 축하드리고 두 번째, 세 번째 옥동자도 기다립니다. 부디 왕성한 문운을 빕니다!

장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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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한교닷컴, 전남교육통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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