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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왕이 앞에서 칩4 예비회의 참가 통보···中 “적절하게 판단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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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 외교전···한중 외교장관 회담

박진 칩4 “특정국가 배제 아니다”설명

중국내 한국 활용론 커지며 한숨 돌려

한한령 겨냥 인천-상하이 복항도 제안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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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후 처음이자 윤석열 정부 첫 고위급 인사로서 중국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회담했다.

왕 부장은 이날 칭다오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한중은) 윈윈을 견지해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해야 한다”며 “평등과 존중을 견지해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악화한 양안 관계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또 “전략적 협력 동반자 방향을 따라 안정적으로 진전 발전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박 장관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서 최고위급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약속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에 중국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북한이 도발 대신 대화를 선택하도록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와 사드 3불, 북핵 문제 등 산적한 한중 간 현안들이 회담 의제에 올라 양국의 외교전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중국은 “독립 자주를 견지하고 외부의 장애와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며 대미 외교에 무게를 둔 한국 정부를 우회적으로 압박했지만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는 관계 발전에는 기대를 걸었다. 이날 회담은 양국의 이해관계 조정에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여가 더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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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포위훈련' 칭다오 외교전…韓 "정부간 채널가동, 경협 지속" 中 "칩4 참여땐 균형 필요"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한중 외교장관회담은 첩첩하게 쌓인 난제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날 선 공방이 예고됐지만 막상 회담에서는 서로 자극할 수 있는 발언들은 최소화하는 모습이었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의 공동 행동 계획을 세우는 등 한중 모두 ‘강온양면 전술’을 구사하며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 이해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탐색전이 오히려 뜨거웠던 회담이었다. 중국은 박 장관을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주관하는 북해함대 사령부가 있는 칭다오로 불러들였고 한국 정부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달린 칩4 예비 회담 참여로 역공을 가하며 회담 전부터 양국 간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출국 직전 박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당면한 현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며 강한 외교 노선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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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국을 방문한 직후부터 박 장관은 한국의 현황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회담 전 재중 교민·기업인들과의 화상 간담회를 통해 28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국 교역이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을 언급한 뒤 “양국 관계가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정부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 속에 한국이 처한 상황에 대해 중국 정부에 선제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그는 “중국 방문을 계기로 그간 중단됐던 정부 간 협의 채널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겠다”고도 했다.



연내 차관급 외교안보대화 등···소통 플랫폼 확대

실제 양국은 소통 플랫폼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왕이 부장도 한중 정상을 포함한 각종 대화체의 가동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 조속한 시일 내에 차관급 외교안보대화 2+2를 서울에서 개최하고 외교간 전략적 대화도 심화시키기로 했다. 박 장관은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기대한다는 초청입장을 전달하고, 왕이 부장도 초청 의사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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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장관은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국익과 원칙에 따라 화이부동의 정신으로 중국과 협력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한중 양국이 인류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입각해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자유·평화·번영을 위해 상생 협력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이른바 가치 외교 원칙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의 외교 노선에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운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칩4 참여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무엇보다 칩4가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중국의 참여 가능성 또한 열려 있다는 점을 설득하는 데 집중했다.

박 장관은 왕이 부장에게 칩4 예비회의에 참석결정을 통보하면서도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겨냥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하게 전달했다. 왕이 부장도 “일련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한국 측이 설명 한대로 순수하게 국익에 기초해 적절하게 판단한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칩4 가입 한국 활용론 급부상

중국에서도 한국의 칩4 가입을 막을 수 없다면 한국을 활용하자는 입장 선회 기류가 포착됐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글로벌타임스는 회담을 앞두고 “한국이 부득이 미국이 짠 소그룹(칩4)에 합류해야 한다면 한국이 균형을 잡고 시정하는 역할을 하기를 국제사회는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나온 관영 매체의 이 같은 논평은 사실상 중국 정부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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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칩4 참여 국가 가운데 미국·일본·대만은 중국과 적대적인 상황”이라며 “중국 입장에서는 그나마 우호적인 한국과 협력하면서 고립되지 않는 방안을 유지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 정부도 중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칩4에 단순 참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룰 메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의 칩4 참여가 중국을 배제하지 않는 반도체 협력체라는 점을 부각할 수 있는 카드가 된다는 식이다. 이 같은 선제 전략은 5월 미국 정부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중국 당국은 IPEF 출범 과정에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정작 출범 이후에는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왕 부장도 회담에서 한중의 윈윈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윈윈을 견지해 안정적이고 원활한 공급망과 산업망을 수호해야 한다”며 “양국 국민 뜻의 최대공약수이자 시대적 흐름의 필연적인 요구”라고 강조했다.



사드 입장차에도 한중관계 발전 걸림돌 안돼 공감

다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관련해서는 한중 간 입장 차이가 뚜렷했다. 박 장관은 여러 차례 “(사드는) 안보 주권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중국도 안보 주권을 존중해야 한중 관계가 원만히 발전할 수 있다”며 중국의 3불 유지 주장을 일축했다. 중국도 사드와 관련해서는 완강한 입장을 유지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사드 배치 문제는 중대한 숨겨진 위험으로, 중한 관계에서 피할 수 없다”며 “한국은 ‘친구(미국)’가 건네준 칼을 절대 받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까지 했다. 다만 회담에서는 사드가 한중관계 발전에 걸림돌 돼서는 안된다는 데 양국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드 3불 유지를 주장하는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박 장관은 문화 콘텐츠 교류 확대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중국의 사드 3불 요구에 ‘한한령’ 해제 요구로 맞불을 놓는 셈이다. 박 장관은 문화 교류를 ‘한한령을 풀어달라는 메시지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 한류에 좋은 콘텐츠들이 많이 있고 한중 간 젊은이들이 서로 문화 교류와 소통을 통해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한중 간에 앞으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한중 인적교류 확대를 위해 입국절차 및 항공편 증설 등도 강조했다. 그는 “과거 코로나 직전 한중간 1100편에 달하는 항공기가 매주 취항했지만 현재 40편도 안된다”며 “조속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인천-상하이 복항도 중국에 제안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박경은 기자 euny@sedaily.com중국 칭다오=공동취재단 undef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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