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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겨눈 건 한국군이 맞다"...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목격자가 기억하는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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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대로 소송 제기한지 2년 만에 첫 법정 진술

"민간인 학살은 사실...한국 정부가 인정해달라"

폭우가 쏟아지던 어제(9일) 한국 법정에 선 두 명의 베트남인이 있습니다. 응우옌티탄 씨와 응우옌득쩌이 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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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3086〉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생존자 오늘 법정 진술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 목격자인 응우옌 득쩌이 씨(왼쪽)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국가배상 소송 법정 진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응우옌 득쩌이 씨의 조카인 응우옌 티탄 씨(왼쪽 두 번째)는 1968년 2월 12일 한국군 청룡부대 1대대 1중대 군인들이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촌에서 70여 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며 2020년 4월 한국을 상대로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티탄 씨와 득쩌이 씨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한국 법정에 서서 당시 피해 내용을 증언할 예정이다. 2022.8.9 hwayoung7@yna.co.kr/2022-08-09 13:46:19/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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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1968년 2월, 베트남전 당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증언하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응우옌티탄 씨는 2년 전 한국을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을 낸 지 2년이 넘었지만, 이들이 한국 법정에서 증언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응우옌티탄 씨는 학살 당시 옆구리에 총상을 입고 구조됐고, 응우옌득쩌이 씨는 학살 장면을 목격하고 나중에 미군과 함께 마을로 들어가 시신을 수습했습니다.

◆"한국군이 마을 주민들을 죽이고 있다"…무전 듣고 찾아간 마을에선

재판은 목격자인 응우옌득쩌이 씨에 대한 신문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는 1968년 2월 12일, 그날의 기억을 구체적으로 더듬었습니다. 오전에 "한국군이 퐁니·퐁넛 마을에서 주민들을 죽이고 있다"는 무전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후 찾아간 마을에선 처참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군인들이 마을 주민을 모아놓고 총을 난사하고, 주민들이 쓰러지면 수류탄을 던졌다"고 기억했습니다.

그가 발견한 시신만 수십 구. 학살 현장에 있던 군인은 한국군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사건 이전부터 한국군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외양을 보고 알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당시 퐁니·퐁넛 마을은 남베트남 지역으로 한국 군인들을 마을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었는데, 그때 봤던 얼굴도 현장에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방청석을 가르키며 "이곳(법정)에 있는 분들과 똑같이 생겼었다"고 말했습니다.

◆"얼룩무늬 군복에 철모…총을 겨눈 건 한국군이 맞다"

퐁니·퐁넛 마을이 초토화된 그날, 응우옌티탄 씨도 자신에게 총을 겨눈 건 한국인이 맞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다 밖에서 총소리가 들리자 방공호로 들어갔습니다. 한국군은 그가 숨어있던 방공호에까지 다가와 수류탄을 꺼내들고는 "나오라"며 고함을 질렀습니다. 방공호에 숨어있던 가족들이 한 명씩 나가자 총격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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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4022〉 베트남 한국군 학살 증언하는 피해자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3일 오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한국군의 민간인학살을 기록한 전시회에 참석한 베트남 피해자 응우옌티탄이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며 울먹이고 있다. 2019.4.3 iny@yna.co.kr/2019-04-03 18:13:42/ 〈저작권자 ⓒ 1980-2019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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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 군인은 얼룩무늬 군복과 철모를 쓰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고 했습니다. 학살 직전에도 마을에서 한국군을 마주친 적이 있는데 그때 본 한국군과 외양이 똑같았다고 했습니다.

이날 총격으로 응우옌티탄 씨와 함께 있던 이모, 남동생, 이종사촌동생과 언니는 모두 사망했습니다. 응우옌티탄 씨는 옆구리에 심각한 총상을 입고 수술 끝에 살아남았습니다. 총상으로 쏟아지는 창자를 붙들고 어머니를 찾아다니다 미군에게 구조됐습니다.

◆민간인 학살 "입증되지 않았다"는 한국 정부

한국 정부는 아직까지 1968년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퐁니·퐁넛 마을에서 주민들을 살해한 것이 한국군이라는 건 원고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고, 객관적 자료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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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3676〉 진실화해위원회 찾은 베트남전 '한국군 학살 피해자'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 생존자로 알려진 응우옌 티탄씨(맨 오른쪽)와 당시 피해 현장을 목격한 응우옌 득쩌이 씨(검정 마스크)가 8일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방문, 정근식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티탄 씨는 1968년 한국군이 민간인 70여 명을 학살했다며 지난 2020년 우리나라를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티탄 씨와 득쩌이 씨는 오는 9일 한국 법정에 서서 당시 피해 내용을 증언할 예정이다. 2022.8.8 hama@yna.co.kr/2022-08-08 11:17:17/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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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티탄 씨 측은 학살이 벌어진 후 주월미군사령부가 작성한 감찰보고서를 재판에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주월미군사령부 감찰부는 학살이 벌어진 후 1969년 12월 조사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여기서 "69명의 베트남 여성과 어린이들이 칼에 찔리거나 총에 맞아 죽었다"며 한국군이 퐁니·퐁넛 마을에서 주민들을 학살한 게 맞다고 기재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퐁니·퐁넛 마을에서 작전을 수행한 베트남 파병 군인 류진성 씨도 이 법정에서 "70여구의 시신을 봤고, 부대에서 소대원들이 자신이 주민들을 죽인 얘기를 무용담처럼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과연 한국 법원의 판단은 어떻게 될까요? 사법부는 한국군의 과오를 인정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할까요?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도, 시작된 후에도 두 베트남인의 바람은 하나였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학살의 진실을 인정해주길 바란다"는 겁니다.

다음 재판은 11월 15일에 열립니다. 이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이날 마지막 변론을 열고 선고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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