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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삼성전자, 7년 전 250억 투자한 美 반도체업체와 '특허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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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리스트, 지난 1일 삼성 상대 특허침해 소송 제기

서버D램 모듈 기술 관련…SK하이닉스도 5년간 분쟁 경험

뉴스1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2022.7.28/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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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우리 기자 = 삼성전자가 미국 중소 반도체업체 넷리스트와 1년 넘게 특허침해 공방을 벌이고 있다. 넷리스트는 7년 전인 2015년 삼성전자가 2300만달러(약 250억원)를 투자해 ‘크로스 라이선스’(특허 상호 사용)와 공동 기술 개발 등 협력 관계를 맺었던 곳이다.

LG반도체 출신의 홍춘기 대표가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얼바인에 창업한 넷리스트는 서버용 메모리 모듈인 LRDIMM(Load Reduced Dual In-line Memory Module), 비휘발성 고속 메모리 SCM(Storage Class Memory) 등과 관련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넷리스트는 자신들이 보유한 D램 모듈 관련 특허를 침해당했다며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 제품을 공급받는 고객사들까지 광범위하게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부당한 특허침해 의혹을 받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이번엔 삼성…美 넷리스트 특허공방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넷리스트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삼성전자가 D램 제품을 판매하면서 ‘메모리 모듈 디코더’라는 자신들의 메모리 모듈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게 요지다.

넷리스트는 지난해 말과 올해 3월에 걸쳐 메모리 모듈 관련 특허 6건이 삼성전자에 의해 침해당했다며 같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반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른 특허 침해 소송을 추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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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리스트 로고 ⓒ 뉴스1


넷리스트가 이름을 알린 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여러 건의 특허침해 소송전을 동시에 벌이면서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6년 시작된 SK하이닉스와의 소송전이다. 지난한 5년 공방 끝에 지난해 양사가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하며 종결됐다.

넷리스트는 다수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하지 않고 특허 소송만으로 수익을 벌어들이는 일명 ‘특허괴물’(NPE)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250억원 투자했지만…7년 후 적으로 돌변

눈에 띄는 점은 삼성전자와 넷리스트가 과거 협력 관계였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800만달러, 삼성벤처투자가 1500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 종료 시점인 2020년 말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넷리스트가 기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로열티를 요구하며 재계약을 요구했고 삼성전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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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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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넷리스트는 지난해 6월과 7월 구글, 레노버 등 삼성 제품을 납품받는 고객사에 먼저 소송을 걸었다. 소송을 당한 구글과 레노버는 삼성전자에 '면책 배상(indemnification)'을 요청했다. 삼성으로부터 납품받은 제품으로 인해 소송을 당하게 됐으니, 삼성전자가 이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면책 배상을 비롯한 영업상 차질이 생기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넷리스트를 상대로 '특허침해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넷리스트가 삼성 고객사에 먼저 소송을 걸면서 재계약을 종용하는 압박을 가하자 삼성 측도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태영 LNB 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는 “특허 침해 소송을 고객사에 먼저 제기하면 고객사가 소 제기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고, (삼성과 고객사 간) 내부적으로 면책 조항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피고 입장에선 더욱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넷리스트가 삼성에) 우회적인 압박을 하는 전략을 활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허분쟁 확전 양상…패소 땐 판매금지 등 리스크 노출

넷리스트는 올해 5월 구글과의 특허 소송에서 승리했고, 이달 초 2심까지 진행된 삼성과의 특허침해 무효 소송에서도 일부 승소에 가까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서 보유 특허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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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업계 최초 고용량 512GB CXL D램 개발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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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넷리스트와의 특허분쟁이 점차 확전되는 양상이라 업계에선 우려가 나온다. 특허 분쟁 결과에 따라 D램 제품군 미국 판매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소송이 제기된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은 특허침해자보다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프로 페이턴트'(Pro-Patent) 법원인 것으로 유명하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법원이 스위스 회사 스크윈SA가 가진 특허를 침해했다며 내린 스마트폰 61종에 대한 러시아 내 판매금지 판결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올해 3월 러시아 특허심판원이 해당 특허에 대한 무효 판정을 내리며 판매금지 조치가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특허 리스크가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잘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허 소송을 당한 기업들은 통상 소송 대상 기술이 사용되는 제품의 판매 비중이나 분쟁이 불러올 고객사 파장 등을 고려해 소송을 계속 진행하는 게 나을지, 크로스 라이선스 등 협상안을 택하는 게 나을지 선택한다”며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대응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송 내용을 확인한 후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we122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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