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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7월 CPI 하락폭과 세부 내역이 중요”···“때이른 내년 QT 종료 희망도”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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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엔비디아에 이어 마이크론이 매출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하락했습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나스닥이 1.19%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43%, 0.17% 떨어졌는데요.

이날 마이크론이 3.74% 빠졌고 엔비디아(-3.97%), AMD(-4.53%) 같은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였습니다. 밈주식 과열 우려에 AMC(-6.30%)와 게임스톱(-7.09%), 베드앤베스(-14.20%)도 급락했는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28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산업육성법을 서명, 공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기술주는 7월 CPI가 나오기 전에 시장이 미리 움직였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반도체 업체들의 전망 하향 조정이 경기침체 우려를 키우면서 투자자들이 CPI를 앞두고 위험자산을 쌓는 것을 피했다”고 전했는데요.

월가에서는 7월 CPI에 대해 “상당히 좋은 소식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기대감이 흘러나옵니다만 실제 수치가 중요하죠. 7월 CPI 헤드라인 예상치(8.7%)가 전월(9.1%)보다 내려가더라도 폭과 세부 내용이 중요한데요. 7월 CPI를 앞두고 알아야 할 것들을 전해드립니다.

“에너지 취약성·공급 변동성 또 드러내”…“경기둔화 우려·이란 협상 기대에 WTI는 하락”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송유관 회사 트란스네프트가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체코로 가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석유공급이 중단됐다고 밝혔는데요. 드루즈바 송유관은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가는 북드루즈바 라인과 우크라이나를 지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체코로 가는 남드루즈바 라인이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오다가 벨라루스에서 이렇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남드루즈바 라인인데요. 러시아 회사 트란스네프트가 우크라이나 측 석유관리 업체인 우크르트란스나프타에 망 이용대금을 납부하려고 했는데 우크라트란스나프타에서 이를 받지 않고 반환했다는 겁니다. 유럽연합(EU) 제재에 따라 은행들은 러시아와의 자금거래를 직접 승인할 수 없고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고 하는데요.

아직 모든 은행들에 규제를 어떻게 적용할지 세부적인 내용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업체와 은행들이 제 마음대로 대금결제를 할 수는 없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죠. 러시아가 이 라인을 통해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체코에 공급하는 석유는 하루 약 25만 배럴인데요.

세 나라 모두 내륙에 있어 바다를 통해 원유를 들여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중 헝가리는 러시아산 의존도가 큰데요. 타마스 플레처 에르스트 뱅크의 애널리스트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금융분쟁이 며칠 내 해결되는 것”이라며 “만약 중단이 길어지면 헝가리는 전략 비축유에 손을 대야만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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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트란스네프트는 다른 결제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공급문제의 변동성이 또 한번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이는 물가에 계속 부담이 될 수 있는데요. 국제유가는 물가 논쟁에서 핵심 논쟁거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날 배럴당 90.76달러에 마감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이날 오전 92.4달러 수준까지 올랐는데요.

이후 경기 우려에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고 결국 소폭 하락 마감했지만 유가가 언제든 출렁일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브렌트유도 한때 98.3달러가량까지 상승했었는데요. 존 킬더프 어게인 캐피털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산 원유가 몇 개 나라에 공급이 중단되면서 유가가 랠리 모드가 됐고 이는 글로벌 공급이 취약하다는 점을 일깨워준다”며 “하지만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역풍으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실 원자재와 공급망 문제는 여전한데요. 이날 분기 매출이 6월30일에 내놓았던 전망치(68억~76억 달러)의 하단을 밑돌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은 마이크론은 주요 이유로 “거시경제 환경과 공급망 문제”를 꼽았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픽업트럭인 포드 ‘F-150’의 전기자동차 버전인 ‘F-150 라이트닝’도 원자재 가격 폭등에 차값을 모델별로 6000~8500달러까지 인상한다고 했는데요. 현재 차값이 4만7000달러에서 9만7000달러 정도이니 적지 않은 폭입니다. 이래저래 상대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주변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상황이죠. 아네타 마르코우스카 제프리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요소 4가지 가운데 상품가격 문제는 사라질 것이고 공급망도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택과 노동시장에 인플레 문제가 남아있고 이는 서비스 인플레에서 나타날 것”이라며 “연준이 수요를 파괴할 때까지 이런 상황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美 마이너스 노동생산성→해고로”···“물가, 임금상승분보다 많이 낮아지지 않을 것”

물가와 관련해서는 오늘 나온 생산성 지표를 추가로 볼 필요가 있는데요. 미 노동부에 따르면 2분기 비농업 노동생산성이 전분기 대비 -4.6%를 기록했습니다. 국내총생산(GDP)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생산성도 같이 하락한 건데요.

쉽게 생각해 GDP, 생산이 줄었는데 고용은 더 늘어난 상황이니 생산성은 최악이겠죠. 지난 분기에 이어 또다시 1947년 이래 가장 나쁜 수치라는데요. 월가 예상치(-5.0%)보다는 낫지만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특히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단위노동비용이 지난 분기보다 10.8%, 전년 대비 9.5%나 폭등했는데요. 전년 대비 수치로는 1982년 이후 최대라고 합니다.

돌고 도는 얘기 같지만 생산성이 높으면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생산성이 낮으면 임금을 상대적으로 더 받고 있다는 뜻이 될 수 있는데요.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옐레나 슈리야티에바와 엘리자 윙거는 “이 정도의 생산성 마이너스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강력한 성장 반등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런 노동비용은 결과적으로 채용동결과 해고를 불러올 것이다. 커지는 경기침체 확률은 전자(강력한 성자)보다는 후자(해고)에 더 가까울 것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경제가 확 좋아져서 매출이 급증하면 모를까 낮은 생산성을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다는 거죠. 낮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해고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구요. 생산성 측면에서 봐도 노동시장 약화는 피할 수 없는 길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시카고에 기반을 둔 온라인 업체 그루폰이 글로벌 인력의 15%에 해당하는 500명을 내보내기로 했고 스냅도 해고를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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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비앙코 비앙코 리서치 대표도 임금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9.1%로 유지될 것이냐?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4~5%, 또는 6%에서 안정될 수 있다”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기준금리가 5%나 6%는 돼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이어 “고용보고서상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이 5.2%이며 이는 상당히 끈적끈적하게 남아있을 것”이라며 “만약 우리가 5%의 임금을 올려받는다면 5%의 물가상승을 견뎌낼 수 있다. 그래서 물가상승폭은 임금보다 많아 낮아지지 않을 것이다. 인플레를 2%로 낮추려면 임금도 2%로 떨어져야 하는데 지금 임금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비앙코는 중고차 가격도 중시하는데요. 앞에서 전해드렸듯 공급망 문제와 반도체 부족으로 차값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집계처마다 차이가 있긴 합니다만 카구루스(CarGurus)에 따르면 평균 중고차 가격이 현재 3만886달러 수준으로 90일 전에 비해 0.2%, 1년 전과 비교하면 10.5% 상승했지요.

결은 다르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장과 팀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출장비와 외부연수, 회사 내 모임이 타깃이라는데요. 전반적으로 경기가 나빠질 때 꼭 나오는 인건비와 각종 비용축소의 일환입니다. MS를 포함해 테슬라와 구글, 메타 등이 인력감축과 신규채용 축소 방침을 밝혔었죠.



BofA “주가 더 하락 가능”·골드만 “연말 S&P 4400”···“QT, 내년 7월 or 9월 종료? 경기 어려워져도 금리인하가 먼저 주장도”

이제 증시 전망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수석 전략가는 이날 “여전히 올해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침체가 있더라도 완만한 침체일 것”이라며 연말 S&P500 전망치 4300을 유지했는데요.

4300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4.3% 더 오른다는 겁니다. 다만, 그도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코스틴 수석 전략가는 “내년 상황을 보면 GDP 성장률이 약 1%로 예측되며 이런 상황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은 기업 마진에 큰 압박 요인이 될 것”이라며 혹시라도 올해 침체가 찾아올 경우 S&P500은 연말에 3150으로 마감할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역시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BofA는 최근의 상승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몇 가지 이유를 댔는데요. 우선 지금의 완화적 금융여건 상황은 내일의 정책긴축을 불러오며 시장 바닥을 미리 알려주는 지표들 가운데 30% 정도만이 켜진 상황이라는 거죠. 해당 지표는 실업률의 상승, 연준의 금리인하, 기업 이익추정치 하락, 2년 만기 국채금리가 최소 0.5%포인트 떨어지는 것 등이라는데요. 시장이 바닥이면 보통 80% 정도의 불이 들어와야 하는데 지금은 30%라이 아직 멀었다는 논리입니다.

또 올 들어 상반기까지 BofA 고객들은 미국 주식의 순매수자들이고 여전히 매도자가 아니라고 하네요. 이를 고려하면 베어마켓 랠리라는 게 BofA의 주장입니다.

반면 이날 월가에서는 내년 금리인하와 함께 양적긴축(QT)도 종료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는데요. 만약 내년에 금리를 내리게 된다면 통화완화라는 정책방향을 맞추기 위해서는 QT도 그만둬야 한다는 말이죠. 도이체방크의 매튜 루체티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그들의 정책도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를 원할 것”이라며 “그들은 상반되는 신호를 보내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연준은 2023년 9월에 금리인하를 시작하고 QT도 끝낼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연준은 6월부터 8월가지 매달 미 국채 300억 달러, 주택유동화증권(MBS) 175억 달러씩 475억 달러를 축소하고 9월부터는 규모를 배로 늘려 각각 600억 달러, 350억달러어치를 줄여나가기로 했는데요. 속도가 두배로 늘어나기도 전에 중단 얘기가 나오는 셈이죠. TD증권은 내년에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7월에 QT를 종료할 수 있다고 본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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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스 파고의 제이 브라이슨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예정된 일정대로라면 (9조 달러에 가까웠던)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2025년 1분기에 6조5000억 달러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만약 경기가 침체에 빠진다면 QT는 6조5000억 달러에 도달하기 이전에 중단될 것이다. 침체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따라 양적완화(QE)가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QT 중단을 얘기하는 곳들은 침체를 가정하고 있다고 보면 되는데요. 내년에 침체가 올 것이고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으니 당연히 QT도 끝낼 것이라고 보는 거죠.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강해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매파들과 비둘기파 연준 위원들도 그럴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죠. 아직 금리인하도 섣부른데 QT는 여기에서도 한 발 더 나간 겁니다.

QT 중단 얘기가 설득력을 더 얻기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되는 상황이 먼저 만들어져야 합니다. 애나 웡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나는 여히 QT 종료는 멀었다고 본다. 내 전망은 연준이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 탓에 내년에 5% 수준으로 금리를 올려야만 할 것이라는 점”이라며 “이는 2024년에는 대차대조표를 다시 확대하기 전에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상당한 여유가 있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금리인하나 QT 논의의 핵심은 인플레가 어디까지 갈지, 그리고 침체가 오면 그 정도가 얼마나 될지가 가늠이 돼야 한다는 점인데요. 물가가 확 떨어지지 않으면 금리를 계속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CPI 수치에서 힌트가 나올 겁니다. 침체가 심각하면 QE를 다시 할 수 있다는 말도,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던 금리인하 요건과 비슷하기에 참고하실 필요가 있는데요.

이제 앞으로의 통화정책과 증시의 방향을 가를 7월 CPI가 나옵니다. 내셔널 얼라이언스의 앤디 브레너는 “CPI가 시장에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요. 7월 CPI에 관한 깊이있는 분석은 ‘3분 월스트리트’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 서울경제 ‘어썸머니’ 채널에서 생방송합니다. 방송 시간을 놓치신 분들은 생방송 뒤 기사에 첨부되는 동영상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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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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