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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이정재 감독, 현장에서 짠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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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만에 의기투합 영화 '헌트' 10일 개봉
한국일보

정우성은 이정재와의 우정이 다름을 서로 인정하기에 오래가는 듯하다며 다르면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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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태양은 없다'(1999)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됐다. 2016년엔 의기투합해 연예기획사 아티스트 컴퍼니를 설립했다. 속내를 오래 주고받아 왔으면서도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동안 연기 호흡을 맞춘 적은 없다. 10일 개봉하는 '헌트'는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의 만남만으로도 화제가 될 영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021)으로 지구촌 별이 된 이정재가 처음 메가폰을 잡고 올해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더 눈길을 끌었다. 지난 3일 오후 정우성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나 영화와 둘 사이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우성은 들떠 있었다. 새벽까지 마신 술로 힘겨워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전날 저녁 '헌트' VIP 시사회 후 지인들과 함께 한 뒤풀이 자리의 흥겨움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그는 "와 주신 분들과 잔을 기울이다 보니 만만치 않은 양을 마셨다"고 말했다. "'좋은 자극을 줘 고맙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는데, 우리가 영화에 담으려고 한 진지함이 전달된 듯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헌트'는 1980년대 군사정권 시대를 배경으로 대통령 암살 음모에 대처하는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국가정보원 전신) 요원들의 이야기를 펼친다. 정우성은 안기부 국내 파트를 담당하는 김정도를 연기했다. 강직한 장교 출신으로 안기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인물이다.

정우성은 영화 기획 단계에선 출연 의사가 강하지 않았다. 오랜 지우이자 동업자인 이정재가 시나리오 판권을 사들여 제작하고 싶어하는 영화라 응원만 하는 정도였다. 이정재가 출연 의사를 넌지시 물어도 "초기엔 (이정재가 각색한) 시나리오를 읽고선 어떤 감독을 물색해보라 조언하는" 식으로 일을 도왔다. 외부 시선이 신경 쓰였다. "회사를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아 같이 출연하면 영화 자체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경계심이 있었다. 이정재가 직접 연출을 하고 주연까지 겸한다고 했을 때 "조력자로서 도전을 잘 마무리할 수 있게끔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 된다 생각했다가 계란이 같이 깨질지언정 후회 없이 함께 작업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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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첩보물 '헌트'에서 거물 간철 동림을 쫓는 안기부 국내 파트 담당 김정도를 연기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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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가 장편영화 데뷔작을 먼저 선보이긴 했으나 연출에 있어선 정우성이 선배다. 2000년대 초반부터 뮤직비디오와 단편영화를 찍으며 장편영화 연출을 준비했다. 정우성은 첫 장편 연출작 '보호자' 촬영을 '헌트'보다 먼저 들어가기도 했다. 이정재가 메가폰을 잡는다고 했을 때 정우성은 "고소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처럼 고생길에 들어선 것에 대한 반어적인 표현이다. 정우성은 촬영 현장에서 이정재를 "짠하게" 바라보곤 했다. 그러면서도 감독 이정재의 잠재력에 놀랐다. "기성 감독도 이 정도 크기(제작비 205억 원) 영화를 맡으면 스트레스가 상당한데, 신인임에도 잘 견뎌내더군요."

정우성은 이정재와 함께 감독으로 다음 달 열릴 토론토영화제를 방문한다. '보호자'와 '헌트'가 나란히 초청돼서다. 정우성은 "'청담동 부부'(청담동 거주하는 두 사람의 절친한 관계를 빗댄 별명)가 토론토로 신혼여행 가게 됐다"며 흐뭇해했다.

청춘 스타였으나 어느덧 오십 언저리 중견 배우가 됐다. 정우성은 그사이 드라마 제작(넷플릭스 '고요의 바다')과 영화 연출로 활동 폭을 넓혔다. 그는 "청춘 스타 같은 수식어가 저를 규정해선 안 된다"며 "저의 영역을 늘 찾아가려고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연기와 연출을 하는) 촬영 현장이 그저 좋기만 하다." 생물학적으로 확연한 중년이 됐으나 정우성은 여전히 근사하다. 비결을 묻자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장난스레 답했다. "술?"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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