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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검수완박, 의원직, 대표직, 당헌 개정, 대체 방탄이 몇 겹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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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7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인천 지역 합동연설회에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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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후보는 9일 당직자가 비리 혐의로 기소됐을 때 직무를 정지토록 한 당헌을 개정하자는 청원에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검찰권 남용이 있을 수 있는 상태에서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소만으로 당직을 정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각종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된 후 기소되더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체 방어막을 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당헌은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만든 조항이다. 하지만 이 후보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은 최근 ‘이 후보를 지키자’며 이 조항을 개정하라는 청원을 냈다. 5일 만에 7만명이 동의해 당의 공식 논의 안건으로 올라갔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여당 때는 필요했지만 야당 때는 맞지 않는다”며 당헌 개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후보 한 명을 위해 당헌까지 바꾸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나 때문에 개정하려는 게 아니라 이미 당내 논의가 있었다” “나는 부정부패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당헌 개정 운동을 시작한 건 이 후보 지지자들이다. 불법 혐의가 없다고 자신한다면 굳이 당헌 개정에 나설 이유가 없다. 여당 때와 야당 때 왜 당헌이 달라져야 하는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후보는 지금 대장동 비리와 백현동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사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 카드 불법 사용 의혹 등 여러 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모두 문재인 정부 때 불거져 문 정부 때 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이 후보는 자신에 대한 검·경의 수사를 “심각한 국기 문란”이라고 했다. 대장동 사건엔 “국민의힘 윤석열 게이트”라는 황당한 주장을 했고, 법인 카드 사건 참고인인 운전기사 사망에 대해선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진상 규명은 외면한 채 대선 석 달도 안 돼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고 당대표에도 출마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과 이 후보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였다. 그러더니 이젠 ‘기소돼도 대표직 유지’라는 방탄용 당헌 개정까지 하려 한다. 대체 방어막을 몇 겹 칠 생각인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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