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강남세브란스 발목높이 잠기고, 서울대 기숙사 일부 침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강남 일대, 폭우에 전쟁터 방불

조선일보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한 직원이 MRI 장비가 있는 곳 앞에서 흙탕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트위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9일 오전 서울 강남 일대에는 전날 밤의 기습적 ‘물 폭탄’이 할퀴고 간 흔적이 온통 남아있었다. 상가와 아파트 단지에선 침수·정전 피해가 속출했고, 지하에 만든 대형 쇼핑몰은 물을 빼내느라 영업을 멈췄다.

오전 8시 강남역 근처 한 편의점에는 쓰러진 진열대 옆으로 과자 봉지와 물품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매장 바닥에도 여전히 빗물이 고여 있었다. 점주 박모(37)씨는 “가게를 정리하느라 잠을 거의 못 잤다”며 매장 입구에 쌓인 쓰레기를 연신 쓸어 담았다. 오전 10시 서초구 진흥아파트 상가에서도 상인 네댓 명이 매장에 고인 물을 퍼내고 있었다. 전날 밤 도로 배수에 문제가 생겨 시내버스 절반 높이만큼 물이 차 올랐던 곳이다.

강남 일대 아파트들도 밤사이 피해를 봤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부 동에서는 8일 오후 10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12시간 이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지하실이 완전히 침수되면서 전기 설비가 작동을 멈췄다. 입주민 송모(53)씨는 “정전 때문에 냉장고에 있는 물건이 다 녹았고, 전자레인지도 쓸 수 없어 편의점 김밥을 사 먹었다”고 했다. 은마아파트 경비원은 “물을 다 퍼낸다고 해도 전기가 다시 작동하려면 설비가 말라야 하는데, 오늘 또 비가 온다니 걱정”이라고 했다. 대치동 미도아파트도 비슷한 이유로 8일 밤 11시부터 네 동이 정전됐다. 이 중 두 동은 이날 오전까지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차 지붕만 살짝 보일 정도로 침수 상황이 심각했던 서초구 반포자이 지하 주차장에는 창문이 열린 승용차와 캠핑카, 승합차 서너 대가 진흙에 뒤덮인 채 입구에 서 있었다. 주정차 금지 지역인 지하 주차장 출입로에는 빗물을 피한 수입차 30~40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입주민 강기용(76)씨는 “10년 넘게 여기 살았는데 이런 피해는 처음 본다”고 했다.

대형 쇼핑몰과 대학, 병원에서도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오전 9시 30분 삼성동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곳곳에는 천장에서 새는 빗물을 받아내는 통 10개가 놓여있었다. 직원들은 손걸레로 도서 진열대 위 물기를 닦아내고, 물에 젖지 않은 새 책을 옮기고 있었다. 점심시간인 이날 낮 12시 서초구 고속버스 터미널 파미에스테이션 안 식당 30여 곳도 전부 문을 닫았다. 전날 밤 폭우로 이 건물 1층이 침수되면서 시설 점검을 위해 영업을 중단한 것이다.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도 공연장의 전기실과 기계실 냉·난방기가 일부 물에 잠겨 12~14일 열릴 예정이었던 ‘임인진연’ 공연을 12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강남구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는 전날 밤 건물 1층과 지하 1층에 발목 높이까지 물이 찼다. 직원 100여 명이 동원돼 빗물을 퍼날랐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는 한 직원이 MRI 장비가 있는 곳 앞에서 흙탕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막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병원이 언덕에 있어서 안전할 줄 알았는데 뒤쪽 산에서 내려온 빗물 때문에 침수된 것 같다”고 했다. 관악구 서울대 도서관과 기숙사 일부 동이 침수되고, 캠퍼스 곳곳 계단이 무너져 학생들이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지원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