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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청순부터 관능까지… ‘만인의 연인’ 올리비아,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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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뉴턴 존 1948~2022

노래와 연기로 1970~80년대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던 대중문화의 아이콘 올리비아 뉴턴 존(74)이 암 투병 중 8일(현지 시각) 세상을 떠났다. 남편 존 이스터링은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 아침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목장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 언론은 그의 죽음을 속보로 전하고 44년 전 영화 ‘그리스’에서 그가 상대역 존 트라볼타와 함께 춤추는 스틸 컷 등을 올렸다. 뉴턴 존은 1948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가족과 호주로 이주했다. 외할아버지는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였고, 아버지는 독일어 교수인 엘리트 집안이었지만, 그가 두각을 보인 분야는 노래였다. 호주 오디션 프로 입상을 계기로 17세 때인 1965년 영국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71년 밥 딜런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이프 낫 포 유(If Not For You)’를 히트시키며 팝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청순한 외모와 고운 음색에 힘 있는 가창력까지 갖춘 그는 포크, 발라드와 댄스를 오가며 히트곡을 쏟아냈다. 그래미상에서도 1974년 외국인으로는 드물게 컨트리 부문 가창상을 받는 등 총 네 차례 트로피를 가져갔다. 단순하면서도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로 대중성이 강한 그의 노래는 한국 라디오 방송과 음악 다방 등에서도 단골 신청곡이 됐다.

뉴턴 존은 1978년 존 트라볼타와 함께 출연한 영화 ‘그리스’의 대성공으로 세계적 아이돌로 우뚝 섰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작품에서 티 없이 순진한 여고생 ‘샌디’로 출연해 사고뭉치 문제아인 동급생 ‘대니’와 풋풋한 10대의 사랑을 연기했다. ‘그리스’는 지금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공연하는데, 뉴턴 존이 사실상 ‘원조 샌디’인 셈이다.

조선일보

8일 미 LA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서 팬들이 뉴턴 존을 추모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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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후 마이클 잭슨을 앞세운 댄스 음악 열풍에 주춤했던 뉴턴 존은 1981년 ‘피지컬(Physical)’의 메가톤급 히트로 팝의 여왕으로 완벽하게 재기했다. 서른넷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이전의 청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발표한 ‘피지컬’은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가사와 뮤직비디오 때문에 선정성 논란도 일었지만, 빌보드 차트 10주 연속 1위 기록을 세웠다. 한국에서도 에어로빅 교실에서 이 노래가 ‘교과서’처럼 흘러 나왔고, 가사 일부인 ‘렛 미 히어 유어 보디 토크(Let me hear your body talk·당신의 몸이 말하는 걸 듣게 해 줘)’가 ‘웬일이니 파리 똥’ 또는 ‘냄비 위의 밥이 타’ 같은 유행어가 될 정도였다.

뉴턴 존은 1992년 아버지를 암으로 여의고 장례를 치르던 시점에 자신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2013년 어깨로 암이 전이되고 2017년 다시 척추암 진단을 받는 등 긴 투병 생활이 이어졌다. 그는 암과 싸우면서도 암 연구 후원과 환경 보호 운동 등을 활발히 펼치며 사회운동가로 변신했다. 그의 후원으로 2008년 호주 멜버른에 ‘올리비아 뉴턴 존 암 센터’가 설립됐다.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2020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데임(Dame·남성 기사 작위와 동급) 작위까지 받았다. 뉴턴 존은 암 연구 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 이벤트 ‘올리비아 뉴턴 존과 함께하는 걷기’ 행사를 매년 주최해왔고 올해도 10월 9일 진행할 예정이었다.

뉴턴 존은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는 중에도 음악을 놓지 않았다. 쉰두 살이던 2000년에는 호주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에서 호주의 국민 가수로 스타디움 무대에 올라 축하곡을 불렀고, 서울 올림픽공원 야외 무대에서 첫 내한 공연으로 한국 팬들과 뒤늦게 만났다. 지난해에는 폴 앵카의 왕년 히트곡 ‘그대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요(Put your head on my shoulder)’를 듀엣으로 리메이크했다.

‘그리스’에 이어 1983년 ‘환상의 듀엣’까지 공동 출연하며 뉴턴 존과 당대 최강 스타 커플을 이뤘던 존 트라볼타는 “당신은 우리 모두의 삶을 훨씬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언젠가 당신을 다시 만나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추모했다. 유족들은 “추모의 꽃을 보내고 싶으면 암 연구 기금을 기부해달라”고 부탁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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