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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수영장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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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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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수준이지만 수영을 할 줄 안다. 제주 출신 서퍼라면 수영은 당연히 한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이 정도라도 수영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수영도 못하면서 어떻게 서핑을 하냐는 질문이 지긋지긋해 동네 수영장에 등록했고 드디어 ‘수영 가능인’이 됐다. 인생 스킬 하나를 더 획득해 ‘뿌듯함+1′,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배운다고 하니 ‘뿌듯함+2′, 20대 중반인 줄 알았단 말을 네 번이나 들어 ‘뿌듯함+3′이 됐다.

서핑을 하며 물속 움직임에 익숙해진 덕분에 꽤 빠르게 수영 진도를 따라갈 수 있었는데, 그런 내게도 어려운 고비는 있었다. 처음으로 ‘킥판’ 없이 자유영을 해야 했던 순간. 아마 수영을 배워본 사람은 공감하리라. 기댈 곳이 사라진 왼손은 오른손이 오기도 전에 내려갔고 나의 몸짓은 수영이 아닌 허우적거림으로 바뀌었다. 킥판의 부력에 기대지 않고 오롯이 수영을 할 순 없는 걸까. 실망하던 찰나 강사가 무언가를 건넸다. 어디서 구해온 건지 알 수 없는 얇디얇은 케이블 타이. 부력도 없는 얇은 끈일 뿐인데 과연 도움이 될지 의아했지만 그의 말에 따라 손에 쥐고 입수했다. 그러고 맞은편 벽까지 다가가는 내내 놀라움을 멈출 수 없었다. 정말로 왼손이 그 얇은 것을 들고는 오른손이 오길 기다리는 게 아닌가. 끈 하나만으로 마법처럼 수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생각보다 별일 아닌 것들로 사람은 변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 광고를 공부하던 대학 시절에도 ‘문제와 해결’은 메인 키워드였다. 브랜드가 처한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냐에 따라 설루션(크리에이티브)은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다. 단순히 재밌는 것, 신기한 것은 휘발성이 강해 재미만을 남기고 사라지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크리에이티브는 그 존재의 소임을 다하며 광고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도 같은 이치라고 생각하니 재밌다. 내가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생각보다 쉽고 간단할 수 있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해결해야 할지’를 먼저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진짜 원인, 진짜 문제점을 찾았을 때 진짜 해답이 나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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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혜원 카피라이터 겸 서퍼·‘오늘의 파도를 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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