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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MT시평]서민들이 보수정당 지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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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머니투데이

채진원 교수


'강남좌파'란 말처럼 소득과 학력이 정치성향과 어떤 관계가 있느냐의 문제는 동서양의 오래된 논쟁거리다. 이런 문제에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 나온 이재명 의원이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7월29일 유튜브 방송에서 "고학력·고소득자들 소위 부자라고 불리는 분들이 우리 민주당 지지자에 더 많습니다. 저학력에 저소득층이 국민의힘 지지자에 많아요. 안타까운 현실인데, 언론 때문입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화두에 경쟁자로 나선 박용진 의원은 "저학력, 저소득층이 언론 때문에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말은 너무나 노골적인 선민의식"이라면서 "정치성향에 따른 국민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의 화두는 2가지 점에서 흥미로운 토론거리를 던져줬다. 첫째, "저학력·저소득층의 국민의힘 지지"는 정말 언론 탓일까 하는 점이다. 지지층 획득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정치인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이탈층을 향해 반성은커녕 계몽의 대상으로 보면서 언론과 국민을 탓하는 게 적절한 태도일까.

둘째, 어쩌다가 민주당은 고학력·고소득층의 당이 돼가고 반대로 국민의힘은 저학력·저소득층의 당이 돼가는가에 대한 해명이다. 이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흥행시킨 '기본소득'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저학력층은 왜 국민의힘을 지지했는가. 이는 '기본소득'이 저소득 서민층에게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사례가 아닐까 하는 점이다.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는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제격이다. 그는 '자본과 이데올로기'의 출간을 통해 '전 국민 기본소득'의 한계를 예견했고 또한 '브라만 좌파 대 상인 우파'(Brahmin Left vs Merchant Right)라는 논문을 통해 부자들이 좌파정당을 지지하고 몰락한 중하층이 우파정당을 지지했는지를 분석했다. 그는 2020년 6월8일 "기본소득은 마치 불평등을 모두 해소할 것 같은 뉘앙스를 전달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생존에 필요한 기초생활비를 의미하는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모두에게 일률적인 지원보다 저소득자에게 충분한 지원을 집중하는 편이 더 낫다"고 언급했다.

그는 어떻게 부자들이 좌파정당을 지지한 반면 몰락한 중하층이 우파정당을 지지했는가에 대해 3가지 사회적 변화요인으로 진단했다. 첫째, 고학력·고소득층의 확대로 그들이 좌파정당의 새 지지기반이 됐다. 둘째, 산업의 해외탈출이나 자동화에 따라 저학력 노동자가 더이상 좌파정당의 지지기반이 될 수 없었다. 셋째, 좌파정당은 생존전략상 몰락한 중하층 노동자 계급과 연대를 끊은 채 문화적 진보에 골몰했다. 이로 인해 좌파정당은 고학력 엘리트를 대표하는 브라만 좌파로 변모했고 우파정당은 전통적으로 부자들과 좌파정당에서 소외된 서민층을 대변하는 상인 우파가 됐다.

이런 피케티의 분석은 '이재명식 포퓰리즘정치'에 시사점을 준다. 어떻게 이재명의 기본소득이 몰락한 서민층보다 브라만 좌파정당을 대변해 제 발등을 찍는 정책으로 자리잡게 됐는지 설명이 된다. 그의 반성이 필요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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