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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단독] 유엔 北보고관 첫 목소리 "北어민 추방은 국제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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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엘리자베스 살몬 신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 북송 어민들이 북한에서 겪을 인권 유린 행태를 지적하며 "강제 추방에 대해 어떤 형태든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고, 국제법에도 위반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전담하는 최고위급 인사인 살몬 보고관이 북송 사건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힌 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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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은 2019년 11월 7일 김유근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이 국회에서 북한 주민송환 관련 문자 메시지를 보는 모습. 해당 문자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송환 사실이 공개됐다. 오른쪽 사진은 2019년 11월 7일 탈북 어민 2명이 판문점을 통해 강제송환되던 당시 통일부가 촬영한 사진으로 지난 12일 공개됐다. 통일부. 뉴스1





"각국 국제법 의무 따라야"



살몬 보고관은 9일 강제북송 사건 관련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 질의에 "북한인권특별보고관으로서 개인을 북한으로 추방하는 행위에 대해 그것이 어떤 방식이든 우려를 표한다"며 "북한으로 송환된 사람들은 강제 실종, 자의적 처형 및 고문, 가혹 행위,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재판 회부 등 심각한 인권 침해에 직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각국은 국제 인권법에 따라 굉장히 분명한 의무를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당사국도 고문 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ㆍ송환ㆍ인도해서는 안 된다", "당국은 관련국에서 현저하고 극악하고 대규모의 인권 침해 사례가 꾸준하게 존재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고문방지협약 3조의 1항과 2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한국은 1995년부터 해당 협약의 당사국이 됐다.

살몬 보고관은 2020년 9월 북한군에 의한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씨 피살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전임이었던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전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같은 입장을 견지하겠다"며 "유족은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씨의 아들은 지난 2일 살몬 보고관에게 편지를 보내 "사람의 목숨을 코로나 바이러스 취급하는 북한의 행태는 분명히 사라져야 한다"며 "북한 인권 실태를 널리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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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화 신임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오른쪽)가 지난 3일 엘리자베스 살몬 신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화상통화를 하는 모습.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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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방한해 추가 메시지



앞서 살몬 보고관은 지난 1일 취임과 함께 성명을 내고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피해자 중심주의를 철저히 따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탈북 어민의 강제 북송과 해수부 공무원 피살 등 개별 사건에 대해선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 않아왔다.

이날 중앙일보는 두 사안 외에도 임기 중 우선 과제, 한국 및 국제사회와 협력, 코로나19로 인한 북한 인권 침해 실태 등 7개의 질문을 했지만 보고관 측은 "살몬 보고관이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해 관련 당사자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일단은) 강제 북송 등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만 답한다"며 관련 입장을 전해왔다.

외교가에선 이와 관련, 살몬 보고관이 최근 국내에서 검찰 수사를 통해 진상이 규명되고 있는 강제 북송 및 공무원 피격 사건을 "업무의 우선 순위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살몬 보고관은 이달 중 방한을 추진 중이다. 오는 10월 유엔 총회에 중ㆍ단기 목표와 활동 계획을 담은 첫번째 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한국에서 정부 관계자, 북한 인권 관련 민간 단체 관계자 등을 두루 만날 예정이다. 특히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의 유족은 살몬 보고관 방한 일정이 확정되면 직접 면담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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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의 공백을 깨고 임명된 이신화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와의 '케미'도 주목된다. 이 대사와 살몬 보고관은 지난 3일 첫 화상 통화를 통해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앞서 이 대사 또한 지난달 28일 임명장을 받은 후 기자들과 만나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관련 "귀순 의사를 밝힌 우리 국민을 적국에 송환하는 자체는 국내법과 국제법을 모두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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