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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비대위원장 “분열은 씻지 못할 죄, 설익은 정부 정책은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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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주호영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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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 출범 92일 만인 9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비상대책위원장에는 당내 최다선인 5선의 주호영(63) 의원이 임명됐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국제적으로 열강이 충돌하고 국내적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 엄중한 때에 갈등하고 분열하는 것은 역사와 국민과 당원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의 첫째 임무는 당의 갈등과 분열을 조속히 수습해 하나 되는 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어려웠던 때, 집권을 위해서 분골쇄신, 고군분투하던 때를 생각하면서 동지애를 회복하자”고 했다.

주 위원장은 이어 “민심의 창구인 당은 정부가 민심과 괴리되는 정책이나 조치를 할 때 이를 과감히 시정할 수 있어야 당·정이 함께 건강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설익거나 소통이 부족한 정책을 제시하지 않도록 조율하고 견제하겠다”고 했다. “정부에 쓴소리와 좋은 소리를 가리지 않고 할 말을 하겠다는 뜻”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올해 대통령선거, 지방선거까지 3차례 주요 선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도 이준석 대표 측과 친윤계 간에 극심한 갈등이 벌어진 끝에 집권 100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비대위를 출범시키게 됐다. 이에 대해 주 위원장은 “정부가 정상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우리의 국정 구상을 제대로 펼쳐 놓기도 전에 국민들이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며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비대위 전환에 따라 자동 해임된 이 대표는 이날 법원에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속전속결로 비대위 전환 절차를 처리했다. 오전 9시에 전국위원회를 열어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 임명권을 주도록 당헌을 고치고, 오후 2시에 의원총회를 열어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에 추천했다. 오후 3시 30분 전국위가 속개돼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통과시켰다. 표결은 모두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비대위는 다음 주까지 주 위원장이 비대위원을 지명해 당 상임전국위원회의 동의를 받는 대로 정식 출범한다.

주 위원장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에서 당선된 뒤 대구에서 내리 5선을 했고, 2016년 20대 총선에선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진박(眞朴) 공천’ 갈등으로 공천에서 배제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복당했다. 2020년 21대 총선 직후엔 원내대표를 맡아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함께 총선 패배 이후의 당을 수습하기도 했다.

주 위원장은 이번 비대위를 전당대회 때까지 당을 유지하기만 하는 “관리형 비대위”가 아니라 당의 혁신까지 꾀하는 “혁신형 관리 비대위”로 운영하겠다며,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출범한 당 혁신위원회를 지속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 당이 합리적이고 민주적이고 공정한 당이라면 국민 누구나 참여하고 사랑할 것”이라며 “당에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요소가 있다면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의 혁신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혁신위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주 위원장은 친윤계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보였다. 그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 “윤핵관이 구체적으로 몇 분쯤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상황이 이렇게 어려워지는 데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비대위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했다.

주 위원장은 비대위원 상당수를 친윤계가 아닌 외부 인사로 구성하겠다고 했다. 비대위를 당연직인 주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을 포함해 9인으로 구성하되, 2~3명은 당 외부에서 수혈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당 사람으로만 비대위를 구성하면 생생한 민심이나 당 바깥의 의견을 전할 수 없다”고 했다.

주호영 비대위는 언제까지 활동할 것인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경우에는 60일 내에 전당대회를 열어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새로 뽑아야 한다. 그러나 비대위는 “비상 상황이 종료된 후” 전당대회 때까지 존속한다는 규정도 있다. 비대위가 당의 비상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해석해 전당대회를 미루고 활동을 지속할 수도 있는 것이다. 주 위원장은 “비상 상황이 언제 해소되는 것으로 볼지에 대해선 비대위원들과 의원들, 당원들의 뜻을 모으겠다”고 했다. 그는 “(9월 1일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를 해야 하는데 (이때) 여당이 두 달 가까이 전당대회를 하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며 조기 전당대회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준석 대표의 가처분 신청 방침에 대해 주 위원장은 “정치적인 문제를 사법 절차로 해결하는 것은 ‘하지하(下之下)’의 방법”이라며 “당을 사랑하시는 분이 당의 걱정이 되는 선택을 하진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빠른 시간 안에 이 대표에게 연락해 만나고 싶다”며 화해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활동 시한도 없이 ‘개문 발차’식으로 일단 출범하는 주호영 비대위가 장기화될 경우 친윤계나 김기현·안철수 의원 등 차기 당권 주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기간이나 성격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며 “주 위원장이 비대위원들과 상의하고 의원들 이야기도 듣고 바깥 이야기도 들어서 비대위의 성격과 기간을 정하는 게 옳지 않을까 하는 것이 권성동 원내대표의 생각”이라고 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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