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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물난리 반복되는데…서울시, 강남 하수관로 조정 공사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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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2011년에 물바다 겪고도

지하 배수시설 2024년에야 끝나

현재 시간당 강우처리량 85㎜뿐


한겨레

9일 새벽 폭우로 다수의 차량이 침수된 서울 강남구 대치사거리의 배수구가 뚜껑이 없어진 채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날 침수된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하수가 역류하면서 여러곳에서 배수구 강철 뚜껑이 유실됐다. 특히 침수된 곳을 걷다가 이 배수구에 빠져 실종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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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이 모여 살고 기업 사무실과 상업시설이 밀집한 서울 강남이 장마철 상습 침수지역이 되고 있다. 8일 쏟아진 기록적 호우에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는 순식간에 ‘물의 도시’로 변했다. 테헤란로와 잠원로가 물에 잠기고 지하철역에는 빗물이 들이닥쳤다. 정전과 단수도 잇따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인명·재산피해가 속출한 강남과 달리 강북에선 사망자와 실종자가 나오지 않았다.

2010년 이후 서울에는 큰비가 내릴 때마다 침수 피해가 강남 쪽에 집중된다. 개발 시기가 강북보다 늦어 도로와 하수도 등 기반시설이 양호한 상황임에도 여름철 침수가 계속되는 건 이례적이다. 실제 2010년과 2011년 강남역 일대가 완전히 물에 잠기는 일이 벌어진 뒤 장마철만 되면 크고 작은 물난리가 강남 지역에 계속되고 있다. 마포구 망원동과 성동구 성수동 등 1970~80년대 서울 강북의 상습 침수지역을 떠올리게 한다. 흙탕물에 잠긴 값비싼 외제차의 모습은 어느새 강남의 디스토피아적 여름 풍경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 ‘강남 워터파크’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강남에 비 피해가 빈번해진 까닭은 뭘까.

전문가들은 강북에 비해 강남이 아스팔트로 뒤덮인 면적이 넓다는 점을 지적한다. 빗물이 땅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도로를 따라 흐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게다가 상습 침수구역인 강남역 일대는 주변보다 지대가 10m가량 낮다. 빗물이 한곳으로 모이는 항아리 지형도 강남을 폭우 취약지역으로 만든 요인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강우가 짧은 시간에 집중되면 한꺼번에 많은 빗물이 깔때기 형상의 물길을 따라 강남 저지대로 흘러드는 것이다. 지하철역을 포함한 지하공간이 넓은 탓에 빗물이 고이는 저류시설 설치가 쉽지 않은 점도 수해를 키우는 원인으로 꼽힌다.

기술적인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시는 강남역 쪽 하수관로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2015년에 ‘강남역 일대 및 침수 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빗물이 자연스럽게 하천으로 흐를 수 있도록 하천 수위보다 높은 고지대와 낮은 저지대의 경계를 조정하는 배수구역 경계조정과 서울남부터미널 일대로 모이는 빗물을 인근 반포천으로 보내는 지하 배수시설(유역분리터널)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잘못 설치된 하수관로를 바로잡는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는 아직까지 미완성 상태다. 적절한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데다 사업 구역 내부의 각종 지장물을 옮기는 데 시간이 걸려 2024년께에야 사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강남 지역의 시간당 최대 강우 처리 용량은 85㎜에 그친다. 이 수준 이상의 비가 내리면 강남 지역의 비 피해는 당분간 재연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최근 잇따랐던 침수 피해 현황을 면밀하게 조사한 뒤 추가적인 치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추가 대응에 필요한 예산은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서울시는 밝혔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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