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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우크라 공격한 러 무기, 뜯어보니 부품 450개 중 317개가 미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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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럽·아시아 제품 의존

무선장비 등 한국산도 6개

“제재 이후 홍콩서 칩 확보

조달 끊기면 군사력 줄 듯”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사용한 무기에서 미국과 유럽, 한국 등 아시아 국가가 만든 부품이 대거 발견됐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러시아 무기와 군용품 등 27개를 뜯어 분석해보니 최소 450개의 부품이 외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전술 라디오, 드론, 정밀 장거리 미사일 등 모든 분야에서 외국산 반도체 부품에 의존하고 있었다. 미국 기업이 만든 부품이 317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일본 34개, 대만 30개, 스위스 18개, 네덜란드 14개, 독일 11개, 중국 6개, 한국 6개, 영국 5개, 오스트리아 2개 순이다. 미국에 본사가 있는 ‘아날로그 디바이스’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의 제품이 거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러시아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무기 중 하나인 9M727 크루즈 미사일에선 31개 외국산 부품이 발견됐다. 수도 키이우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도시를 공격하는 데 사용된 Kh-101 크루즈 미사일에서도 31개 외국산 부품이 나왔다. 러시아군 무선통신장비에는 익명의 한국 기업이 만든 위상동기회로(PLL) 실리콘게이트도 담겨 있었다.

익명의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는 “미국 칩 없이는 러시아 미사일과 대부분의 러시아 무기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잭 와틀링 RUSI 육상전 연구원 역시 “서구 전자제품에 매우 의존적인 러시아의 무기가 우크라이나인 수천명의 죽음을 초래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다만 RUSI는 “유명한 서구와 아시아 기업 로고가 박힌 부품이 위조품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부품은 전문가용도 아니고 전자레인지를 비롯한 일반적인 가전에도 쓰이는 만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 사들였을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칩 수출 금지를 포함한 대러 제재를 발표했다. 일본, 대만, 한국도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RUSI는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현재 서방 국가의 마이크로칩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경로를 찾고 있다”며 “많은 부품이 아시아에서 운영되는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홍콩은 러시아 군대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서방이 러시아의 은밀한 조달 네트워크를 폐쇄한다면 러시아의 군사력이 영구적으로 약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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