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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윤핵관이 떠민 ‘주호영 비대위’, 윤핵관 그늘 벗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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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100일도 안돼 ‘비대위’ 초유사태

주호영 위원장 “혁신형 관리 비대위…전대 시기, 중지 모아”

‘윤핵관 2선후퇴’ 난제로…이준석 가처분 선언도 혼란 ‘불씨’


한겨레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회의실로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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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9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로의 지도 체제 전환을 확정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윤석열 대통령의 ‘이준석 쳐내기’와 함께 권성동 원내대표의 잦은 실책이 결국 국민의힘을 비대위 체제로 떠민 모양새다. 주호영 신임 비대위원장 앞에는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당을 추슬러야 하는 과제가 놓였다.

전당대회 시점은?


이날 ‘주호영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면서 차기 당권 구도와 맞물린 비대위 활동 기간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새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시점이 오는 9~10월 또는 내년 1~2월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시점에 따라 엇갈릴 수밖에 없는 당권주자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해나갈지가 관건이다. 비대위 활동 기간에 따라 전당대회만을 위한 ‘관리형 비대위’인지 전반적인 당 쇄신을 포함한 ‘혁신형 비대위’인지 등 비대위의 성격도 규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대표 출마가 확정적인 김기현 의원은 ‘당의 정상화’를 주장하며 빠른 전당대회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최소 5~6개월 지속되는 ‘혁신형 비대위’에 방점을 찍고 있는 주호영 위원장이 이러한 ‘조기 전대파’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전당대회를 빨리 하면 이준석 쪽이 반발할 것이고 내년에 하게 되면 윤핵관 등 반대쪽에서 ‘이준석 복귀를 전제하는 것’이라며 싸움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취임 뒤 기자회견에서 비대위의 성격에 대해 “우리 비대위는 혁신과 변화를 꾀함과 동시에 전당대회도 관리해야 하므로 ‘혁신형 관리 비대위’라고 명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 시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첫 정기국회에서 예산을 편성하는데 여당이 전당대회를 두달 정도 하는 건 국민들에게 비판을 들을 소지가 있지 않을까”라고 내년 초에 무게를 두면서도, “구체적인 향후 일정은 비대위가 구성되면 당원들의 중지를 모아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당-대통령실 관계 설정 어떻게?


주 위원장의 의도대로 ‘혁신형 비대위’로 갈 경우엔 여당과 대통령실의 관계 설정도 비대위의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대통령실과 내각에 대한 인적 쇄신론이 비등한 상황인 만큼 당내에선 주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당내 여론과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우리가 지금 바라는 건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라며 “예컨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왔을 때도 ‘우리가 만나야 한다’는 쓴소리를 해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도 이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과 정은 협력이 필수이지만 민심의 창구인 당은 정부가 민심과 괴리되는 정책이나 조치를 할 때 이를 과감히 시정할 수 있어야만 당정이 함께 건강해질 수 있다”며 “우리 비대위는 민심을 전달하고 반영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당내에서 불고 있는 ‘윤핵관 2선 후퇴론’을 주 비대위원장이 어느 정도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안에선 당의 안정화를 위해 이준석 대표뿐 아니라 윤핵관도 당의 중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주호영 위원장은 윤핵관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지금 윤핵관들이 전면적으로 부각되는데 그런 색채를 좀 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 위원장은 “상황이 이렇게 어려운데 책임 있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비대위 참여가 어렵지 않으냐”며 ‘윤핵관 2선 후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위원장을 포함해 총 15명 이내로 구성할 수 있는 비대위원 구성에 대해선 “(인원수가) 많으면 대표성은 넓힐 수 있지만 효과적인 회의가 어려우므로 가급적 9인 정도의 위원회를 구상하고 있다”며 “(위원 임명 시기는) 빠르면 주말, 늦어도 다음주 초”라고 말했다.

이준석 가처분 신청 영향은?


이 대표가 예고한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여전히 혼란의 불씨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가처분 신청합니다”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관측과 관련해서도 “신당 창당 안 합니다”라고 썼다. 우군이었던 정미경 전 의원과 한기호 의원이 전날 지도부에서 사퇴하면서 지지 세력으로 사실상 ‘청년 당원’만 남은 상태에서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대표의 ‘비대위 무효’ 주장이 법원에서 인용되면 새롭게 구성된 비대위 활동이 정지되며 또다시 직무대행 체제로 회귀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반대로 기각 시엔 이 대표가 당장 복귀할 수 있는 길은 사라지지만, 당 외곽에서 청년 당원들과 함께 윤핵관을 공격하며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주 위원장은 이 대표를 만나 설득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도 여러모로 생각할 여지가 많을 거라 생각한다”며 “당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을 하리라고 기대하지만 만약 사법절차가 개시된다면 법적 절차를 통해 정리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까지 최고위원직을 유지하며 이 대표 쪽에 섰던 김용태 전 최고위원도 이날 당내 혼란을 고려해 “효력정지 가처분은 신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전 최고위원은 <한겨레>에 “(가처분 신청에는)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선한 동기가 있지만 인용이든 기각이든 결과가 너무 혼란스러울 것이고 그 혼란에 대해 정치인으로서의 책임 윤리를 좀 더 강하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송채경화 김해정 서영지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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