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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게이머 뿔나게 한 '프로모션', 뭐가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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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강제적 과금 행태", "기본 규칙 어긴 것" 등 유저 목소리

이상헌 의원 "프로모션 계정에 표시해 이용자 혼동 없도록" 의견

아주경제

엔씨소프트가 지난달 20일 '리니지2M' 대규모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신규 클래스 '레이피어'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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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모션을 받은 비제이(BJ·인터넷 방송인)들이 게임 내에서 세력을 형성하고, 과금을 통해 상위 콘텐츠를 독점하고 있다. 다른 이용자들은 게임 내 소속감을 유지하기 위해 사실상 반강제로 과금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식의 경쟁심 유발 '프로모션'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 서울 중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35)

"이용자가 돈을 쓴 만큼 (게임 캐릭터 등이) 강해지는 게 게임의 기본적인 규칙이지 않나. 게임사가 그 돈을 또 한 명의 유저(이용자)인 유튜버에게 광고비로 지불했다는 건 게임사가 규칙을 깨버린 것이다. 작년 N사의 확률형 아이템 조작에 이어 이번 인플루언서 뒷광고 사태를 보니 게임사가 여전히 유저를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하다." ―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씨(36)

9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게임사들의 주요 게임 홍보 수단인 '프로모션'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 대형 게임사 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유명 게임 유튜버를 통해 '리니지2M'의 프로모션 추정 방송을 실시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프로모션은 게임사가 유튜버·BJ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게임 플레이 방송을 찍도록 하는 일종의 마케팅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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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유튜버가 공개한 엔씨와의 메신저 대화에는 '리니지W' 대신 리니지2M 게임 방송을 일부 내보내도 리니지W 프로모션(계약)의 일환으로 인정해준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엔씨는 앞서 리니지W에 대한 프로모션만 공개적으로 진행해왔다. 그간 리니지2M 프로모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일각에서 엔씨가 몰래 광고하는 소위 '뒷광고'를 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백승욱 엔씨 리니지2M 개발실장은 지난 5일 리니지2M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문제가 된 영상은) 프로모션 목적이 아닌, 유저 배려 차원에서 방송을 허가한 것"이라며 공식 해명하고 사과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 프로모션 방식 자체는 불법 아냐…과도한 과금 유도가 '문제'

현행법상 뒷광고 행위는 금지된다.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프로모션, 즉 광고 진행시 이를 시청자들에게 고지해야 한다. 이를 바꿔 말하면 촬영한 영상물에 광고 목적을 명시만 하면 법에 저촉되는 부분은 없다는 얘기다.

광고임을 대놓고 하는 프로모션 행위 자체는 합법이다. 문제는 특정 게임의 프로모션이 과도한 과금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대표적이다. MMORPG는 특성상 게임 내 다수 이용자가 경쟁하게 되는데, 이때 게임사 광고비로 경쟁력을 키운 유튜버 등과 일반 이용자간 대결은 공정한 싸움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 이용자는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쓰기도 한다.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엄청난 과금을 유도하는 일부 게임의 경우 (BJ와 일반 이용자간 과금의) 격차는 더 크다"며 "게임사로부터 후원받은 계정을 이기기 위해 일반 유저가 더 돈을 쓰게 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다행인 건 게임 업계 마케팅 동향이 차츰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별로 다르지만 프로모션 방식 적용 시 투자 비용 대비 효율이 적은 사례도 종종 생긴다. 이에 '저비용 고효율'의 홍보 전략을 쓰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옥외 광고, 셀럽형 광고가 BJ 프로모션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효율성이 높다"면서 "최근 신작 홍보를 위해 옥외 광고 등에 집중한 결과, 대규모 흥행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 "프로모션 아이디에 '광고계정' 표시해야"…이상헌 의원

이상헌 의원은 게임 홍보 대가를 받고 인터넷 방송을 촬영하는 유튜버·BJ 등의 게임 계정을 구별하자고 제안했다. 일반 유저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다. 이용자가 게임에서 졌어도 상대방이 프로모션 계정이라는 점을 알면 과금을 줄일 수 있다고도 봤다.

실제로 이 의원실이 게임 이용자 대상 여론을 조사한 결과, △프로모션 계정인지 모른 채 이길 수 없을 경쟁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 문제 △게임 특성상 프로모션 계정과 경쟁하게 되는 것은 일반 유저를 대상으로 게임사가 의도적으로 과금을 유도하는 것이라 볼 수 있음 △적어도 게임만큼은 현실과 다르게 공정하게 플레이하고 싶다 △프로모션 계정을 금지해 달라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 의원은 "현재 프로모션 계정을 활용한 홍보 방식은 법률상 불공정광고(거래)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면서 "소위 뒷광고로 불리는 비밀 프로모션은 현행법으로도 규제 대상이 되고 있으며, 홍보 내용을 공개하더라도 그 도가 지나칠 경우 이용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해 게임 자체의 수명을 게임사 스스로 갉아먹는 선택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표시 방법도 제시했다. 회사와의 계약을 기준으로 표시하되, 가령 BJ가 A게임사의 B게임 광고를 목적으로 후원받았을 경우 A게임사의 C게임 계정에도 표시하는 식이다. 같은 업체에서도 여러 게임 프로모션이 진행될 수 있어서다.

이 의원은 "유저들의 불만이 해소되지 않는 경우 확률형 아이템 법적규제 사례처럼 프로모션 계정 규제 논의를 시작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게임사들의 선제적인 조치를 촉구한다"고 했다.

아주경제=최은정 기자 ejc@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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