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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르포]'살인 폭우' 서울남부 집중 강타…강남 아파트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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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대로변 전날 버려진 차 그대로…퇴근길, 출근길 그대로 '대란'

BMW, 아우디, 테슬라, 재규어…"비싼 차들이 인도에 쳐 박혀"

정전·주차장 침수…'명품 아파트' 망신, 빗자루 들고 나선 주민들

9호선 '정상화', 동작역 무정차 통과…"오늘 중 정상 운행 예정"

노컷뉴스

침수 피해로 따릉이 거치대에 걸친 차량. 김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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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피해로 따릉이 거치대에 걸친 차량. 김정록 기자
"20년 살면서 저 비싼 자동차들이 둥둥 떠다니는 것은 처음 봤네요".

"어제 밤에는 이쪽이 저지대라 무서워서 양재역에서 4시간 동안 차에 갇혀 있었어요".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9일 서울 도심 곳곳에 교통 체증이 이어지고 있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침수 차량 등으로 이날 오전 출근길 교통 체증이 극심했던 강남구 지역은 퇴근길까지도 여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태다.

이날 서초동 진흥아파트 사거리 인근은 오후 5시까지도 침수 차량으로 교통 체증이 이어졌다. BMW, 아우디, 테슬라, 포르쉐 등 고급 승용차들이 도로는 물론 인도에까지 처박힌 모습이었다.

한 테슬라 차량은 인도까지 떠밀려와 차체 뒤쪽이 화단에 걸친채 들려있는 모습으로 방치돼 있었다. 또 다른 차량은 트렁크가 활짝 열린 채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 거치대에 오른쪽 바퀴를 걸치고 45도 가량 기울여진 상태였다. 창문이 열린채 버려진 차량들 내부에는 나뭇가지와 휴지 등 온갖 쓰레기가 가득했다.

노컷뉴스

침수 피해로 인도에 방치된 차량. 김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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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피해로 인도에 방치된 차량. 김정록 기자
횡단보도를 가로막은 채 버려진 차량도 눈에 띄었다. 남색 재규어 차량과 빨간색 광역버스가 횡단보도를 가로막고 있자 시민들은 횡단보도 밖으로 빙 둘러 보행하기도 했다.

도로는 쏟아지는 비와 토사물이 뒤섞여 흙탕물이 흘렀다. 인도에는 깨진 보도블럭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었다.

노컷뉴스

폭우로 도로에 깨진 보도블록이 방치돼 있다. 김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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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도로에 깨진 보도블록이 방치돼 있다. 김정록 기자
인근 직장인들과 주민들은 "이런 광경을 처음 봤다"며 연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기습 폭우로 출근을 하지 못한 주민 30대 채모씨는 "이 정도로 물에 잠긴 것은 처음 봤다"며 "비싼 차들이 물에 둥둥 떠다니다가 인도에 박혀있는 것 보면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옆 아파트에 사는데 어제 저녁에 건물 1층에 물이 차고 지하 주차장도 침수됐다더라"며 "이 일대가 인터넷하고 TV가 나가버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A(34)씨는 "그나마 지하철을 타고 와서 출근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며 "오늘도 혹시 몰라 일찍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최모씨는 "아침 9시쯤엔 훨씬 심했다. 지금은 그래도 그나마 정리된 것"이라며 "여기가 강남에서 보면 가장 저지대라서 매번 물이 꼭 모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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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피해로 인도에 방치된 차량. 김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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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피해로 인도에 방치된 차량. 김정록 기자
이른바 '명품'을 표방한 강남·서초 이름난 아파트들은 오히려 폭우 피해에 취약했다. 서초구 래미안 아파트는 전날 밤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아파트 내 인도에 차량들이 마구 널브러져 있기도 했다.

래미안 아파트에 거주하는 40대 B씨는 "기계 누전 같은 걸로 (전날) 밤 10시부터 새벽까지 2~3시간 정도 정전이 됐다"며 "에어컨도 안됐고 아주 작은 전기 비상등과 엘리베이터만 비상 전력으로 가동됐다"고 말했다. 또 "비가 와서 이렇게 정전이 된 것은 처음 봤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거주민 50대 C씨는 "어제 양재역 부근에서 가족들과 저녁을 먹었는데 갑자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집에 못가고 4시간 정도 차에 갇혀있었다"며 "이 동네에 40년 넘게 살아서 저지대인지라 침수 피해가 날 것이 무서웠다. 차를 그쪽에 둔 채 새벽 1시쯤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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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서초구 한 도로에 지난밤 폭우로 침수된 차량들이 뒤엉켜 정체를 빚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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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서초구 한 도로에 지난밤 폭우로 침수된 차량들이 뒤엉켜 정체를 빚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이어 "인근 도로에 자동차 수십대가 엉켜있는데 너무 무섭더라"며 "10년 전에도 그랬고 이쪽은 매번 침수 피해가 반복되는데 대책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손바닥 뒤집기'식으로 쉽게 하려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 아파트는 침수 피해로 인해 지하주차장 출입구를 통제한 상태였다. 아파트 주민들은 빗자루와 넉가래를 들고 나와 지하주차장에 들어온 물을 밖으로 빼내고 있었다.

또 다른 '고급 아파트'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아파트도 폭우로 인해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 차량들이 침수되기도 했다.

한편 침수로 운행이 중단됐던 지하철 일부 구간은 운행을 재개했다. 전날 침수 피해가 컸던 지하철 9호선도 오후 2시부터 정상 운행에 들어갔다. 다만 동작역은 무정차 통과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측은 "오늘 중으로 정상 운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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