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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법인세 큰 폭 증가"…테슬라·AMD '인플레 감축법' 직격탄 [월가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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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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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과 노인 의료비용 절감 등을 골자로 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면서 수혜주와 함께 피해주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법안이 예고하고 있는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설정하고,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 1%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유력시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에너지 안보'라는 테마로 함께 묶인 전통 및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대표적인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증권 전문매체 배런스는 글로벌 금융 기업 UBS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의 최소 법인세율 인상에 특히 취약한 미국 기업을 분석했다. 이익이 많지만 그간 내온 세율은 특히 낮은 기업들이 주로 꼽혔다. 현재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과거 3개년 평균 조정 세전 이익이 10억달러를 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최저 15%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으로 상원을 통과한 상태다.

UBS에 따르면 취약 기업에는 아메리칸워터웍스·애머런·AMD·엔비디아·브로드컴·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포드모터스·테슬라·아마존·세일즈포스가 포함됐다.

법인세율이 극히 낮은 기업들에는 유틸리티 기업이 많이 포함됐다. '미국 수자원공사'로 볼 수 있는 아메리칸워터웍스는 최근 3년간 평균 11억달러의 세전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세율이 0.1%에 불과했다. 미주리주 전력공사인 애머런 역시 이익이 11억달러였으나 0.1%에 해당하는 법인세만 내고 있었다. 이들 기업은 세금 비용이 기존 대비 최대 15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세율 상승은 세금 비용을 늘릴 뿐만 아니라 당기순이익을 줄여 배당금도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

성장 반도체주와 기술주도 상당수 포함됐다. AMD는 18억달러의 이익을 냈지만 1%, 엔비디아는 48억달러의 이익에도 4.7%, 브로드컴은 68억달러의 이익에도 6.8%의 세금을 납부했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는 23억달러의 이익에 5.1%, 포드모터스는 49억3000만달러의 이익에 4.3%, 테슬라는 23억달러의 이익에 5.3% 세율을 부과받았다. 아마존은 이익이 254억달러였지만 세율은 9%였고, 세일즈포스는 16억달러의 이익에 3.1% 세율을 적용받고 있었다. 배런스는 15%라는 숫자가 하원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바뀔 수 있지만 법인세 인상이 해당 법안의 우선순위가 될 것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장주들이 주주환원책으로 자주 사용해오던 자사주 매입도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상장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할 경우 매입 금액의 1%에 해당하는 비용을 세금으로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애플·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 성장주들은 배당금 지급 대신 자사주 매입을 주주환원책으로 사용해왔다. 자사주매입은 유통주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늘리고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잉여 현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만큼 매입과 동시에 자본총계가 줄어들어 자본수익률(ROE)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하락한 빅테크 기업들은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높이고 주주들도 달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려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애플은 총 55억달러 규모의 7~40년물 회사채를 발행해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에 어떠한 세금도 부여하지 않는 것은 ROE 등 기업 재무 지표에 혼선을 주는 '시장 조작'이라는 지적도 있어왔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이 부분을 바로잡는다는 의미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보다는 배당으로 주주가치를 환원하도록 유도하는데, 자사주 매입으로 인한 지분가치 상승은 세금 부과 대상이 아니지만 배당 수익은 세금 부과 대상이기 때문이다. 손턴 매티슨 세금정책센터 수석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투자자의 세금 부담이 없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세금 혜택을 줄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라면서 "(자사주 매입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대규모 배당 지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대표적인 수혜주로는 재생에너지 관련주가 꼽힌다. 재생에너지 관련주는 최근 주가가 크게 상승하고 있는 반면 화석연료 관련주는 약세를 보이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상원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달 27일 이후 주요 태양광 관련주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인베스코 솔라 ETF'는 10.74% 상승했다. 이 기간 개별 종목인 퍼스트솔라와 선런은 각각 39.17%, 43.50% 급등했다. 같은 기간 풍력주인 넥스트에라에너지는 8.88%, 베스타스윈드시스템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는 14.11% 올랐다.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엔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 발전설비 설치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30%로 높이는 지원 방안이 포함됐다. 매리 파월 선런 최고경영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태양광 발전을 더 경제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조지프 오샤 구겐하임 연구원은 친환경주 중에서도 퍼스트솔라에 대해 목표주가를 135달러로 제시하고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높이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최근 퍼스트솔라 주가가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수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태양광 도입 비용 중 약 30%를 지원하는 방안은 전체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수소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했다.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엔 그린수소에 대한 지원금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수소 연료전지 업체인 플러그파워는 지난달 27일 이후 49.12% 급등했고 블룸에너지도 46.22% 상승했다. 디미트리 다이엔 클리어브리지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이번 법안은 그린수소의 비용구조를 바꿔버릴 수 있어 수소 기업들에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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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선 기자 / 이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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