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정부 출범 92일 만에 여당 ‘주호영 비대위’ 체제로···과제 산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주 의원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9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출범했다. 유례 없는 대표에 대한 징계, 대표 직무를 넘겨받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9급 공무원 발언·대통령 문자 메시지 노출 등 잇따른 사건으로 리더십을 상실한 당 지도부를 교체하는 극약처방을 택한 것이다. 새 정부 출범 92일째 만이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라는 전국 단위 선거를 연거푸 승리한 집권여당이 비상체제에 돌입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비대위는 당 내분을 수습하고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을 회복해 국정 동력을 유지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출발한다. 임기를 10개월 여 남기고 해임된 이준석 대표의 반발과 비대위 성격이나 활동 기간을 둘러싼 동상이몽으로 비대위가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총선에서 참패한) 2년 전 그때의 절박하고 처절한 마음가짐과 자세로 돌아가자”며 일성으로 초심을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비대위 과제로 당의 갈등 수습과 혁신, 정부에 대한 협력과 견제, 조속한 정상적 지도체제 구축을 꼽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비대위 전환을 위한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지난 5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지금 상황을 비대위 출범이 가능한 ‘비상상황’으로 규정한 데 이어 사실상 비대위 출범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당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비대면 전국위를 개회하며 “당헌 개정안과 비대위원장 임명안은 당과 윤석열 정부가 처한 상황이 비상상황이라는 인식 하에 조속한 시일 내에 집권여당으로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비대위는 조속히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이 핵심과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은 “민생이 많이 어렵다. 당 내부 문제로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오늘 우리의 결단으로 당이 안정을 찾길 바란다”며 가결을 호소했다.

이어진 자동응답(ARS) 전화 투표에는 전국위원 707명 중 509명이 참여해 약 90% 찬성률(찬성 457표, 반대 52표)로 대표 직무대행도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당헌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어 권 대행은 주호영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고, 주 의원은 이를 수락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주 의원은 당내 최다선(5선) 의원 중 한 분으로 원내대표를 역임해 당내외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당과 윤석열 정부 간 원활한 소통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잘 이끌어나갈 적임자”라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주호영 비대위 체제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후 2시 권 대행은 약 15분 동안 비공개 화상 의원총회를 개최해 주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추인 받았다. 국민의힘 의원 115명 가운데 73명이 참석해 전원이 동의했다. 오후 3시30분 전국위가 속개됐고, ARS 투표에 전국위원 511명이 참여해 찬성 463표(반대 48표)로 주 위원장 임명안이 가결됐다. 권 대행이 주 위원장을 임명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절차가 종료됐다. 주 위원장은 당 밖 인사 2~3명을 포함해 9명 정도로 비대위를 꾸릴 뜻을 밝혔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비대위 참여에 대해서는 “상황이 어려운 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참여가 어려운 것 아닌가 싶다”고 부정적 뜻을 밝혔다. 빠르면 이번 주말, 늦으면 다음주 초 위원 인선을 마친 뒤 상임전국위에서 위원 임명안이 통과되면 비대위는 정식 출범한다.

전국위의 압도적인 찬성률과 최근 이 대표 주변 인사들의 비대위 힘싣기는 정부·여당이 동시에 겪는 위기 상황에 대한 당내 절박한 여론을 반영한다. 그만큼 주호영 비대위가 짊어질 짐은 무겁다. 당장 다음달 개회하는 정기국회에서 거대야당을 효과적으로 상대하는 동시에 당 내분 해소와 지지율 회복, 민생 입법과 같은 성과를 낳아야 한다.

여기에 실패할 경우 책임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지지율이 고착화될 경우 윤석열 정부는 5년 내내 정국 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의 성격과 활동 기간, 전당대회 시기를 결정하지 않고 우선 비대위 호부터 띄운 것은 불안요소다. 주 위원장은 일부 당권 주자들과 친윤(석열)계 일부가 10월 초쯤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강하게 주장하는 데 대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있는데 여당이 전대를 두 달 가까이 하는 건 국민들 비판 소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부정적 뜻을 밝히면서도 논의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지도부 교체에 큰 책임이 있는 권 대행의 원내대표직 사퇴 요구도 당내에 상당하다. 비대위가 조금만 흔들려도 이러한 주장은 더욱 거세져 당 혼란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이 대표가 이날 공식화한 법적 투쟁에 대응하는 데도 비대위는 많은 공력을 쏟아야 할 상황이다. 주 위원장은 “빠른 시간 안에 이 대표에게 연락해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