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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단독]김순호 경찰국장, 인노회 사건 전부터 ‘신군부 프락치’ 활동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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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공작 대상자 지정돼 성대 ‘5대 서클’ 동향보고

국가기록원, 김순호 국장 활동내역 존안자료 보관

녹화공작 의문사대책위 “자료 원본 공개·검증해야”

경향신문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이 2일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 내 경찰국으로 들어가고 있다. 경찰국은 총괄지원과·인사지원과·자치경찰지원과 등 3과 16명으로 구성된 가운데 이 중 12명은 경찰 출신이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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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동료들을 밀고해 경찰에 특채됐다는 의혹을 받는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1983년부터 국군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정보원 역할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은 김 국장이 녹화공작 대상자로 강제 징집돼 군에 복무하면서 모교인 성균관대 교내 서클 동향을 보고했고, 전역 후에도 같은 활동을 이어갔다고 했다.

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김 국장은 성균관대 재학 중이던 1983년 학생운동을 하다 녹화공작 대상자로 분류돼 군에 입대했다. 녹화공작이란 보안사가 민주화운동을 하던 학생들을 군에 징집한 뒤 교내 동향 등의 첩보를 수집하도록 강요한 일을 말한다.

김 국장은 성균관대 주요 이념 서클의 동향보고를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국장이 담당한 서클은 농촌문제연구회, 동양사상연구회, 휴머니스트, 심산연구회, 고전연구회 등 5개였다고 한다. 동양사상연구회와 심산연구회는 인노회 활동으로 구속된 뒤 고문 후유증 끝에 분신 사망한 최동 열사가 속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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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국 경찰국 초대 국장인 김순호 치안감의 1989년 경찰 입문 경위에 대해 당시 그와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인천부천민주노동자지회 회원과 성균관대 동문들이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7일 경기도 이천 민주화운동기념공원에서 열린 최동 열사 32주기 추모제에 유가족과 성균관대 동문들이 헌화와 묵념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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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국장의 활동 내역은 그의 이름과 출신 대학, 소속 부대명이 명기된 ‘존안자료’에 남아 있다고 한다. 당시 보안사는 녹화공작 대상자의 공작 활동을 세세히 기록했는데, 김 국장과 관련된 자료 역시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이라는 것이다. 앞서 공개된 다른 녹화공작 대상자의 존안자료를 보면 대상자별 침투 목표와 임무, 실적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김 국장은 군대 전역 후에도 공작 활동을 이어갔을 가능성이 있다. 보안사가 작성한 녹화공작 시행 지침에 따르면 대상자들은 전역 후에도 군과의 활동망을 유지해야 한다. ‘녹화·선도공작 의문사 진상규명 대책위원회(대책위)’ 관계자는 “국정원 과거사진실규명위원회에서 낸 보고서를 보면 (전역한 녹화공작 대상자를) 프락치로 활용한 대목이 있다”면서 “김 국장도 인노회 프락치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인노회 동료들을 밀고해 경찰에 특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1988년 인노회 활동을 시작한 김 국장은 조직 내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다가 1989년 4월 무렵 돌연 자취를 감췄다. 이 시점을 전후해 인노회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전방위로 시작됐고, 관련자 18명이 연행돼 15명이 구속됐다. 공교롭게도 김 국장은 1989년 8월 대공 특채로 경찰관이 됐다. 1982년 보안사 대공처가 작성한 ‘대공활동지침’에는 “의식화(녹화공작) 활동 과정에서 불순 활동 음모 및 유가치 특이사항 포착 등 성과 거양 시는 대공 성과에 준하여 포상한다”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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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활동지침 갈무리


김 국장은 인노회 회원들이 잡혀간 뒤 경찰에 찾아가 자백했을 뿐이고 경찰에서 인노회 회원들에게 불리한 진술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특채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김 국장은 이날 통화에서 녹화공작 의혹에 대해 “40년 전 (일이) 기억이 나겠느냐”면서 “그 내용은 무슨 말씀을 하셔도 기억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존안기록은 나한테도 접근이 제한되는 자료”라며 “불법적으로 자료를 입수했는지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했다.

대책위는 “김 국장이 주요 공직자인 만큼 김 국장에 대한 존안자료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돼야 한다”면서 “녹화공작 과정에서 의문사한 피해자들의 존안자료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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