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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도로 잠기고 집에는 가야겠고…침수지역 안전 운전 요령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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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깊지 않다면 에어컨 끄고 저속으로 주파

“차량 엔진 흡입구 잠길 것 같다면 멈춰야"

서울에 관측 사상 최대의 비가 내린 다음날인 9일, 출근길 강남 도로 곳곳에는 주인 없이 덩그러니 버려진 차들이 눈에 띄었다. 도로가 잠긴 전날 저녁 침수 피해를 입어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차들이다. 시민들이 언론사에 제보한 영상을 보면 물이 가득차 넘실대는 도로를 차들이 조심스레 지나가거나, 강이 된 도로 한 가운데 윗부분만 남고 완전히 침수된 차들이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침수구역을 맞닥뜨리면 지나가야 할지, 돌아가야 할지, 차를 어디에라도 세워두고 걸어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폭우가 내릴 땐 운전을 하지 않는것이 최선이지만, 살다 보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침수된 도로를 만나면 운전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세계일보

지난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부근 도로와 인도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과 보행자가 통행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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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으로 한번에…시동 꺼지면 절대 다시 켜지 말아야

침수구간은 가능하면 우회해야 한다. 하지만 사방이 막혀 돌아갈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물이 깊이 차오르지 않았다면 지나갈 수 있다. 물이 차량 범퍼까지 올라온 구간을 통과할 경우 저속으로(수동 차량의 경우 1∼2단 저단기어)로 한번에 지나야 한다. 침수구간 중간에서 차량을 세우거나 기어를 바꾸면 엔진 흡입구, 머플러 등으로 물이 들어가 엔진이 멈출 수 있다. 에어컨은 끄는 것이 좋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에어컨 작동 여부가 차량 고장을 유발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지만 외부 공기를 유입하는 공기 필터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끄고 가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침수구간을 통과한 뒤에도 곧바로 속도를 내면 안된다. 서행하면서 브레이크를 여러 번 가볍게 작동시켜 브레이크 라이닝의 습기를 제거해야 브레이크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만일 침수구간을 지나다 차량이 멈추면 다시 시동을 걸거나 차량 내 다른 기기를 조작하지 말아야 한다. 자동차 엔진은 바깥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작동하므로 침수구간에서 작동 시 엔진에 물이 들어오게 된다. 따라서 다시 작동하지 말고 바로 견인해 정비해야 한다. 침수 피해 차량은 경비공장에서 엔진 및 주변 부품을 전부 분해해 정비한 뒤에야 다시 운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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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전날 내린 집중호우로 침수된 차량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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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구간을 지났어도 시동이 꺼지거나 작동에 문제가 없으면 따로 정비를 받을 필요는 없다. 다만 바퀴 브레이크패들에 물기가 고여있어 브레이크 성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3∼4시간 정도 물기를 제거한 뒤 다시 운행하는 것이 좋다.

◆엔진 흡입구 낮은 외제차, 침수피해에 더 취약

차량 침수 피해는 엔진 흡입구가 낮은 차량일수록 취약하다. 보통 외제차들은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엔진 흡입구를 낮게 설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비가 왔을 땐 낮은 침수 구역에서도 국산차보다 침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주요 국내외 차량 모델별 엔진 흡입구를 측정(2019년)한 결과 현대 그랜저와 소나타는 엔진 흡입구 높이가 각각 80㎝, 79㎝였다. 반면 BMW5는 55㎝, BMW7은 61㎝, 벤츠C200은 72㎝였다. 이들 차량을 운전해 빗물이 70㎝가량 차오른 침수구역을 지나야할 경우 외제차들은 침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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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잠겨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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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보다 엔진 흡입구가 높더라도 차가 진행할 때 물이 본네트를 타고 올라오기 때문에 침수 구역에서는 엔진 흡입구가 높을수록 피해 가능성이 낮다. 물론 8일 강남일대처럼 폭우로 주차장이나 도로가 완전히 잠겨버리는 상황이라면 해당 지역을 피하는 것만이 답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모든 외제차가 엔진 흡입구가 낮은 것은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국산차보다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침수 피해에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차량 침수 피해 영상을 보면 국산차가 침수구역을 지나간 뒤 외제차가 뒤따라 가려다 시동이 꺼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침수지역을 지날 땐 다른 차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깊이를 가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차량 스펙을 잘 알고 엔진 흡입구가 잠길 것 같으면 멈춰야 한다”면서 “하지만 무엇보다 비가 오는 날에는 운전을 하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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