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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의 잃어버린 9년,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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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시대 이후 부진 계속... 글레이저 가문 개입 지적도

오마이뉴스

팀 졸전에 불만스러운 표정 짓는 맨유 호날두 ▲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포르투갈)가 7일(현지시간)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맨유 대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브라이턴)의 경기에서 브라이턴의 자책골로 득점한 뒤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1-2로 패한 맨유는 브라이턴의 자책골 덕분에 영패를 모면했다. ⓒ 맨체스터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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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가재건의 길이 멀고도 험난하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내우외환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EPL을 넘어서 유럽축구를 호령하던 맨유였지만, 이제는 계속된 침체 속에 과거의 영광을 잃고 갈수록 몰락하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맨유는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에서 브라이튼에 1-2로 패했다. 새로운 시즌의 개막전이자 에릭 텐 하흐 신임 감독의 공식 데뷔전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이날 맨유의 경기력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지리멸렬한 조직력을 보인 맨유는 전반전에만 30분과 39분 그로스에게 연달아 두 골을 헌납했다. 텐 하흐 감독은 마커스 래쉬포드에게 최전방을 맡기고 브루노 페르난데스-크리스티안 에릭센-제이든 산초 2선에 투입했지만, 프레드아 스콧 맥토미니가 나선 중원싸움에서 오히려 브라이튼에게 밀리며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맨유는 후반 8분 프레드를 대신해 호날두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지만 후반 23분 맥 알리스터의 자책골로 한 골을 만회하는 데 그쳤고 자력으로 필드골을 넣는 데 실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맨유는 충격적인 패배로 각종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브라이튼을 상대로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사상 첫 패배를 당했다. 브라이튼은 EPL의 대표적인 중하위권팀으로 최근 3년간 성적도 15-16-9위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 1909년 첫 대결 이후 무려 113년 만에 맨유를 상대로 올드 트래포드에서 첫 승을 거두는 역사를 수립했다.

계속되는 맨유의 부진

맨유의 부진은 지난 시즌의 연장선상에 있다. 맨유는 2021-2022시즌 16승 10무 12패로 6위에 그치며 4위까지 주어지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티켓을 놓치고 무관에 그쳤다. 리그 승점 56점은 1992/1993시즌 EPL 출범 이래 맨유의 최소 승점 기록이었다. 골득실은 57득점에 57실점을 기록하며 공수 양면에서 강팀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줬다.

맨유는 지난 시즌 성적 부진으로 구단의 레전드 출신이던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 경질됐다. 후임 감독 선임에 잇달아 실패한 맨유는 독일 출신의 랄프 랑닉이 임시 감독 대행으로 선임됐지만 시한부 감독 체제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결국 팀의 경기력과 분위기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이래저래 상처만 남은 시즌이었다.

맨유는 시즌 종료 이후 네덜란드 출신 에릭 텐 하흐 감독을 새롭게 선임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텐 하흐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아약스를 네덜란드 리그 정상에 올리며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정작 감독만 바뀌었을 뿐 맨유의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맨유는 지난 시즌 이후 폴 포그바를 비롯하여 에딘손 카바니, 후안 마타, 네마냐 마티치, 안드레아스 페레이라 등 베테랑들과 대거 이별했다.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타이럴 말라시아.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텐 하흐 감독과 인연이 있는 네덜란드 커넥션 위주의 선수 영입이 이뤄졌다.

그러나 반드시 보강이 필요했던 중원 3선과 최전방, 그리고 맨유라는 이름에 걸맞는 '빅네임'급 선수의 영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텐 하흐 감독이 원했던 미드필더 프랭키 데 용(바르셀로나)의 영입은 선수의 잔류의지가 강하여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설상가상 간판스타였던 호날두가 챔피언스리그 진출팀으로 이적을 요구하며 무단 행동을 일삼아 텐 하흐 감독의 리더십과 팀 기강이 시작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콩가루 집안' 따로없는 현 주소

브라이튼과의 개막전은 이러한 맨유의 불안요소들이 맞물린 예고된 참사였다. 냉정하게 말해 맨유의 개막전 스쿼드를 살펴보면 EPL의 다른 강팀에서도 당장 주전으로 뛸수 있을 만한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텐 하흐 감독은 경기가 어려워지자 자신의 리더십에 도전하며 선발에서 제외한 호날두를 후반 부랴부랴 투입해야 할 만큼 궁색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적설로 팀에 대한 충성심 부족을 드러낸 호날두가 등장하자, 맨유팬들은 오히려 홈구장에서 자기팀 선수에게 거센 야유를 쏟아내며 반감을 드러냈다. 이래저래 콩가루 집안이 따로없는 맨유의 현 주소다.

맨유는 '전설의 감독' 알렉스 퍼거슨(1986년-2013년)이 이끌었던 시절, 27시즌 동안 각종 대회에서 무려 31개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구단 역사상 최전성기를 호령했다. 1999년에는 잉글랜드 역사상 최초의 트레블(3관왕, 리그-FA컵-UCL)을 달성했으며, 리버풀과 함께 1부리그 최다우승(20회) 기록도 세웠다.

호날두,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 로이 킨, 에릭 칸토나, 뤼드 판 니스텔루이 등 여러 전설적인 스타들이 맨유를 거쳐갔다. 또한 퍼거슨 감독의 커리어 후반기 시절에는 '한국축구의 아이콘' 박지성(2005-2011)이 합류하며 좋은 활약을 펼쳐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맨유의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

고령에 접어든 퍼거슨이 2012-2013시즌을 끝으로 전격 은퇴를 선언하면서 맨유는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맨유는 퍼거슨 은퇴 이후 지난 9년간 데이비드 모예스-루이 판 할-주제 무리뉴-솔샤르까지 4명의 정식감독, 긱스-마이클 캐릭-랑닉까지 대행과 임시 감독까지 포함하면 7명의 지도자들이 거쳐갔으나 누구도 퍼거슨 시대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감독들의 무덤으로 전락했다. 이 기간 리그 우승은 전무하고, 모든 대회를 통틀어 공식 대회 우승은 무리뉴 감독 시절인 2016-2017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을 마지막으로 5년째 무관이다.

또한 맨유가 침체기를 겪는 동안 라이벌팀들의 약진은 맨유 팬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맨체스터 지역 라이벌인 맨시티, 오랜 침체를 딛고 화려하게 부활한 1부리그 최다우승팀 리버풀 등은 지난 몇 년간 수많은 트로피를 쓸어담으며 현재 EPL을 대표하는 양강으로 거듭났다. 퍼거슨 시대만 해도 맨시티를 '시끄러운 이웃', "리버풀은 빅클럽이 아니다"같은 표현으로 조롱하던 것을 생각하면 180도 뒤바뀐 현실이 격세지감이다.

맨유의 '잃어버린 9년'에 가장 큰 책임은 감독들보다 글레이저 가문이 이끄는 수뇌부의 문제가 더 크다는 데 전문가와 팬들의 분석이 일치한다. 구단 운영의 전권을 장악했던 퍼거슨 감독이 물러난 이후, 글레이저 가문이 본격적으로 개입하면서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이름값에만 치우친 선수영입의 잇단 실패, 잦은 감독교체, 구단 고유의 색채 실종은 결국 맨유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지난 시즌 맨시티 이적설이 거론되던 호날두의 갑작스러운 맨유 복귀도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영입에 가까워지며 지금까지 맨유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에 지난 4월에는 부진한 성적과 구단 운영에 분노한 맨유 팬들이 글레이저 아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게리 네빌, 폴 스콜스 등 맨유의 레전드 출신으로 현재 방송에서 활약중인 축구인들도 공공연하게 맨유의 구단운영을 저격하며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텐 하흐 감독은 맨유의 대대적인 리빌딩을 이끌어야 한다는 어려운 임무를 맡았지만, 이적시장에서의 원활하지 못한 전력보강, 호날두의 거취 문제, 팬들의 높은 눈높이 등 시작부터 각종 난제에 직면해있다. 브라이튼전 패배로 큰 충격을 받고 현실을 깨달은 맨유 구단이 다급하게 이적시장 막바지에 '패닉바이'식의 선수영입을 추진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성사 여부와 효율성은 미지수다. 맨유는 과연 언제쯤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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