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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윤 대통령, 폭우에 사저에서 전화 지시 논란···대통령실은 정면 반박 “현장 방문이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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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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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기록적인 폭우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상황실이나 피해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서초구 사저에 머물며 상황 대응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재난 상황에서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대통령이 현장과 분리되면 위기 대응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출퇴근 리스크가 현실화 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실은 이같은 비판에 적극 대응했다.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브리핑을 열었고, 강인선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논평에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통해 실시간 보고를 받았고,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상황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경호·의전을 동반할 수 밖에 없는 대통령의 현장 방문이 오히려 대응 역량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수도권 호우 상황에서 서초동 사저에 머물며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과 통화하며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전날 공지에서 윤 대통령이 이상민 장관에게 “철저한 호우 상황 관리”와 “사전 주민대피 등 각별한 대책 강구” 등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야권은 윤 대통령이 재택 대응을 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자택에 고립된 대통령이 도대체 전화통화로 무엇을 점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이 집에 갇혀 아무 것도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며 “취임 전 무조건 대통령실과 관저를 옮기겠다는 대통령의 고집이 부른 참사”라고 비판했다. 같은당 고민정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런 긴급한 상황을 우려해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 집무실이 가깝게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적었다. 강훈식 의원은 “청와대를 용산 집무실로 옮길 때 국가안보에 전혀 문제 없다고 자신했던 것이 불과 3개월 전”이라며 “향후 비상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벙커에 접근해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출퇴근 리스크가 집중 호우라는 자연재해를 맞아 현실화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 이전 계획 발표 당시 경호와 안보, 교통체증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재해 상황 대응 문제는 크게 거론되지 않았다. 집무실 이전을 준비하며 이같은 상황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안일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퇴근길에라도 차를 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지역 현장 점검에서 “서초동에 제가 사는 아파트가 좀 언덕에 있는 아파트인데도, 거기가 1층에 물이 들어와서 침수될 정도였다”며 “제가 퇴근하면서 보니까, 아래쪽에 있는 아파트들은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같은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전날 오후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실시간으로 보고 받고, 실시간으로 지침을 내렸다”면서 “국무총리가 이미 상황실을 진두지휘하고 있었고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수시로 보고 받고, 지시하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록적인 폭우가 있었고, 현장의 모든 인력이 상황 대처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현장이나 상황실로 이동하게 되면 대처인력들이 보고나 의전에 신경쓸 수밖에 없고,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상황실 방문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다른 재난 상황에도 같은 판단을 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폭우가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경호나 의전을 받으면서 나가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은 아마 이후에도 똑같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상황실 방문을 하지 않은 것을 두고 서초구 사저 인근 도로까지 침수가 됐고, 헬기 이동도 고려했지만 안전과 주민 불편 등을 감안해 취소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논란을 한층 더 키웠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와전된 것”이라며 “내부에서 그런 이유의 의견도 있었지만, 그것 때문에 상황실을 방문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의전·경호 등으로 대응 역량을 저해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우선이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또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이 상황실에 나간다고 수해를 막을 수 있다면 당연히 나가야 하겠지만, 그게 아니지 않느냐”며 “상황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현장에 나가면 장·차관급의 보고가 뒤따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상황 대응에 매진해야 할 부처 인력들이 대통령 보고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밤사이 온라인 여론을 우리가 안 살펴봤겠느냐. ‘지지율 올려야 하는데 왜 현장 안 나가느냐’ 같은 말들도 나왔지만, 그런 데 흔들리지 않고 상황에 맞는 대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야권의 비판에 적극적인 반박을 이어갔다. 강인선 대변인은 이날 오후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 논평에 반박 성명을 내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제1야당으로서 국민의 고통을 외면한 무책임한 행태”라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재난 상황마저 정쟁 도구화를 시도하는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 논평에 유감을 표한다”며 “대통령이 자택에 고립됐다는 주장도, 집에 갇혀 아무것도 못했다는 주장도 터무니 없는 거짓”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 반박 성명에 이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다시 브리핑을 열고 “전날 대응은 사전 매뉴얼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대통령실 국정상황실과 소방청, 산림청 등 재난 관리부처 국장들이 모여 회의한 결과 재난 상황 발생 초기부터 대통령실이 직접 지휘에 나서면 현장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 초기에는 관계기관이 적극적으로 총력 대응하라는 지시를 신속하게 내리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어느 정도 상황이 마무리된 다음 현장 방문하는 것이 맞는다는 원칙을 세웠다는 것이다. 해당 고위관계자는 정치권 고위직 인사들의 재난현장 방문을 비판한 과거 언론보도 등을 언급하며 “지난 정부나 이번 정부나 대통령은 ‘내가 움직이면 현장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고민을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야권을 향해 “적어도 국가적 재난 대응 만큼은 정쟁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호우 피해현장이 아니라 상황실을 가지 않은데 대한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에 “가야할 상황이면 가겠지만, 어제는 안가도 된다는 판단이었다”면서 “매뉴얼대로 원칙을 갖고 대응한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퇴근길에라도 차를 돌려 집무실이나 상황실을 갔어야 한다는 비판이 야권 바깥에서도 나온다’는 질문에는 “대통령이 매번 그렇게 하시기는 쉽지 않다”며 “우리도 상황실이 있다. 그 의견을 존중해준 것”이라고 답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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