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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민심 더 악화될라”...공들인 주택 공급대책도 취소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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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만호+α 공급대책 발표 몇시간 앞두고 전격 취소

수해로 서민피해 가중, “공개 시 민심 역풍 우려”

부동산 업계는 오는 11~12일 발표 예상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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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수 개월간 공들여온 첫 주택공급안을 발표 몇 시간을 앞두고 전격 취소했다. 폭우와 수해로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주택공급안을 발표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9일 국토교통부는 오전 1시50분쯤 언론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금일 ‘250만호+α’ 공급대책안 발표를 취소한다”며 “호우상황 대처에 집중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국토부가 새벽 2시가 다 돼 긴급 메시지를 발표한 건 최근 2~3년새 전례가 없던 일이다. 발표 전격 취소는 윤 대통령이 이날 자정쯤 “출근시간 조정을 독려해달라”고 밝힌 뒤 1시간여 뒤에 결정됐다.

‘250만호+α’ 공급대책안은 윤 대통령이 인수위 때부터 시작해 수 개월간 공들여 준비한 정책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두달 여간 종부세 완화 및 다주택자 세제감면 등 주로 부유층의 부동산 보유세 감면에 집중해왔다. 공급안에는 청년, 신혼부부 등 서민대상 주택공급방안도 포함돼 있어 큰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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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사진 가운데)이 9일 새벽 상황실을 찾아 피해상황 및 복구현황 등을 논의하고 있다. 국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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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발표 몇시간을 앞두고 전격 취소한 건 ‘청사진’격인 주택공급안을 공개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해로 서울 관악구의 반지하 주택 거주민 3명이 침수로 사망하는 등 서민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이라며 “대규모 신규 주택공급안 발표 시점으로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공급대책이 주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발표 연기의 배경이 됐다. 피해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공급대책 관련 협업이 필요한 서울시 등 지자체가 모두 비상대응에 들어간 상태다. 국토부는 “향후 발표 일정을 조정해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오는 11~12일 중 대책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 중이다.

한편 환경부도 오는 10일 예정된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앞두고 한화진 장관이 이날 오후2시 환경 분야 규제에 관한 사전 브리핑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 장관이 긴급히 한강홍수통제소를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서면서 해당 브리핑은 유제철 환경부차관이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됐다가, 규제혁신전략회의가 잠정 연기되면서 브리핑도 결국 취소됐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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