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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분석] 美 바이든 '반도체 지원법' 서명…삼성·하이닉스 등 국내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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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규모 투자 수혜 기대, 중국 설비개선은 부정적

[아이뉴스24 고종민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지원 법안 서명이 임박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일단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는 단기적으론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론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이며, 바이든 대통령이 독소조항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변수를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독소조항은 대부분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게 부정적인 이슈인 만큼 서명된 결과물이 삼성을 비롯한 반도체 리더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한 반도체 장비 소부장 기업들에겐 미국 내 대규모 투자가 그동안 우려됐던 중국향 매출 감소세를 만회할 수 있는 주가·실적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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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반도체 공장 설비 투자가 중국 주도였다면 앞으로 미국 등을 중심으로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 팹 장비 매출 추이 [사진=SEM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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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 반도체 지원법 서명 전망…삼성·하이닉스 수혜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현지시간) 반도체 지원법(반도체 지원·과학 법안 2022)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법안은 미국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과(승인)했으며 반도체 생산·연구개발(R&D)에 총 52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명이 이뤄지면 효력은 바로 발생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이든의 큰 그림은 세액 공제다. 미국 정부는 2022 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부터 5년 동안 현지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게 390억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반도체 설비 투자 세액 공제 규모는 25%다. 한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 세액 공제가 최대 12%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법안의 영향력은 반도체 기업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지원법을 겨냥 미국 내 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원)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또한 삼성은 주 정부 세제혜택 확대를 위해 텍사스주에 1천921억 달러(약 250조원)를 투입해 11개 공장을 추가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SK하이닉스도 미국에 후공정 패키지 공장, 연구개발(R&D)센터 등을 설립하고 15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하며 미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번 투자건은 양면성을 띄고 있다. 미국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법을 비롯한 반도체법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을 막기 위해 시행된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 확보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술과 생산 능력 격차를 키울 수 있는 셈이다.

부정적인 영향도 있다. 중국 현지 공장의 보수와 공정 업그레이드의 제한 가능성이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국내 메모리 산업의 잠재 경쟁자가 사라질 수 있다”며 “메모리는 한국과 중국 기술 격차가 여전히 크지만 최근 중국 스마트폰 업체를 중심으로 자국 메모리 사용 탑재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플도 중국 메모리 채택을 검토중이었던 상황”이라며 “단기 부정적인 영향은 중국 설비 개선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낸드 생산능력 38%·D램 생산능력 44%를 중국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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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대책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이 텍사스에 17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라며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2천 개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엔 삼성전자 최시영 파운드리 부문 사장이 화상으로 참여했다. 2022.03.10.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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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소조항 우려 과다 ‘제한적’…소부장 환영

이 반도체법은 중국을 포함한 비우호국에 10년 동안 투자를 제한하는 항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한 고도화된 조치로 평가되는 이유다.

독소조항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삼성은 중국 시안·쑤저우에 있는 낸드플래시, 테스트·패키징 후공정 공장에 신규 설비 투자를 하지 못 하는 셈이다. SK하이닉스도 우시·다롄의 D램, 낸드 공장에 영향을 받는다. 일단 업계 시각은 당장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산 낸드 장비의 대 중국 수출금지가 확정되더라도 향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현재 중국 시안(Xian)과 다롄(Dalian)에 낸드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는 미중 반도체 분쟁의 장기화를 고려할 때, 향후 추가적인 낸드 생산능력 확대를 한국 또는 중국 외 지역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입장은 지정학적 현실과 미 현지 공장 건설에 따른 비용증가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셈법이 복잡할 것”이라며 “앞으로 실제 미 정부의 보조금 규모와 확대 여부에 달려있고,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 업체에 중국 내 반도체 신규증설에 대한 잠재 물량 보장 또는 칩4 동맹 가입 유예 조치 등이 현실적 대안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미 미국 정부는 반도체 장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국 반도체 제조 기업들에게 장비 수출을 제한해 왔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파운드리, D램 EUV 장비 수출금지에 이어 중국 YMTC 등 중국에서 낸드를 생산하는 기업에 128단 이상의 미국산 낸드 제조장비의 수출을 금지(AMAT, Lam Research 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장 예상보단 충격이 덜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미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이 코로나19와 중국의 자급화 조치로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소부장 장비 입장에선 미국 투자 확대를 키우는 반도체법은 환영할 이슈란 평가다.

실제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HS코드 848620)의 중국향 수출액은 작년 상반기 14억4천435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찍고 작년 하반기 8억1천365만 달러, 올해 상반기 6억9천485만 달러로 급감 추세다.

반도체 소부장 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나 부품·소재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 호황이 어느 정도 일단락된 가운데, 미국 등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을 비롯해 대만, 일본의 대규모 공장 투자가 현재로선 구명줄”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향 수주는 공백기를 거처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김양재 연구원은 “국내 기업은 미국 현지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투자 품목과 규모는 미정”이라며 “가동 시기는 빨라도 2024년 하반기 이후로 국내 반도체와 장비, 소재 업체 실적 기여까지 오랜 기간을 소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종민 기자(kj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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