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수입차 메카, 물에 잠겼다"…'역대급 침수차' 피해 우려, 중고차시장도 비상 [왜몰랐을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침수차 수리 자료 사진. [사진 출처 = 매일경제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80년만의 기록적 물 폭탄에 수도권이 역대급 물난리를 겪고 있다. 덩달아 침수차 피해도 역대급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에서 수입차가 가장 많은 지역인 서울 강남 일대가 물피해를 크게 입었기 때문이다.

8일 밤 강남구와 서초구 지역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물론 지상 주차장까지 물에 잠기면서 대피하지 못한 차량들이 침수됐다.

9일 아침에도 운전자들이 버리고 간 침수차들로 강남 일대 도로가 마비됐다. 도로 곳곳에는 버려진 고급 수입차도 많이 보였다.

2년전 침수 피해규모보다 클 수도


매일경제

물에 잠긴 아파트 주차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9일 오전 8시 기준으로 삼성화재에 접수된 수입차 침수 피해 건수만 200건에 달했다. 이날 피해가 본격적으로 집계되면 역대급 침수차 피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는 2년 전인 지난 2020년과 19년 전인 2003년 발생한 피해가 역대급으로 기록됐다.

손해보험협회와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손보사 12개사에 따르면 2020년 7월9일~8월28일 장마와 태풍 '바비'로 발생한 침수·낙하물 피해 차량 접수 건수는 9484건이다. 당시 추정 손해액은 848억원에 달했다.

같은 해 9월 2~10일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 침수·낙하물 피해 차량은 1만1710건이 접수됐다. 손해액은 309억원으로 추산됐다.

7~9월 장마와 태풍으로 접수된 피해 건수만 2만1194건, 추정 손해액은 1157억원에 달햇다.

접수 1건당 1대가 피해를 입었다고 가정하면 2003년 9월 태풍 매미(4만1042대), 2012년 태풍 볼라벤·덴빈·산바와 집중호우(2만3051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손해액은 역대 '최악' 1157억원으로 피해 차량이 가장 많았던 태풍 매미(911억원) 때를 뛰어 넘었다.

침수차 불법 유통, 2차 피해 우려


매일경제

폭우가 내린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 침수됐던 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침수차 문제는 2차 피해까지 발생한다는 점이다.

침수차는 단순히 차주와 손보사에만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 침수차가 중고차시장에 몰래 흘러들어와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고차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속·전기장치로 구성된 자동차는 물과 상극이어서 '물 먹은' 뒤에는 고장을 잘 일으키기 때문에 중고차로 처리하거나 폐차하는 소유자들이 많다.

침수차는 침수 즉시 중고차로 판매되지 않는다. 한두달 지난 뒤부터 중고차시장에 유입된다. 침수차를 수리하거나 흔적을 없애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정비업계는 침수차 수리가 까다롭다고 말한다. 범퍼·도어 파손과 같은 일반적인 수리와 달리 '속'을 뒤집어야 하기 때문이다.

악취도 제거해야 하기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 침수 피해를 입은 뒤 한두달 뒤 중고차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이유다.

침수차, 차주·손보사·구매자 모두에 피해


매일경제

9일 오전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 지난밤 폭우로 침수된 차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침수차 소유자나 판매자가 침수 사실만 제대로 밝히면 중고차 거래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침수 사실을 제대로 밝히면 판매가 어려워진다. 결국 침수차 사기 행위가 발생, '물 먹는' 피해자를 양산한다.

침수차 사실을 속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자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보상받지 못한 침수차는 정비업체를 통해 침수 흔적을 없앤다.

소유자나 번호판을 여러 번 바꿔 침수 사실을 숨기려는 '침수차 세탁'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침수 피해를 보험으로 보상받은 차량들도 중고차시장에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장이나 악취에 민감한 소유자들은 보험으로 보상받은 뒤 중고차시장에 내놓기도 한다.

매일경제

침수내역 확인 서비스. 카히스토리 [사진 출처 = 보험개발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침수차 수리비용이 보험사가 정한 가치를 초과하거나 수리를 하더라도 제 기능을 다할 수 없어 '전손 보험사고' 처리된 차량은 보험사가 인수한 뒤 폐차 과정을 밟는다. 일부는 공개매각 방식으로 판매된다.

손보사 손을 떠난 이들 차량은 폐차되거나 중고 부품 공급용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일부는 중고차시장에 몰래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수로 기능에 문제가 생겼지만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침수차 부품도 유통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침수차는 차주는 물론 손보사와 구매자 모두에 피해를 일으키면서 유통질서도 어지럽힌다"며 "정부, 정비업계, 손보업계가 침수차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