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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통가 화산이 뿜어낸 역대급 수증기, 지구 기온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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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 5만8천개 분량 수증기, 50km까지 치솟아

지구 냉각 아닌 온실 효과…몇년간 영향 줄 수도


한겨레

1월에 일어난 남태평양 통가의 수중 화산 폭발은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성층권까지 올려보냈다. 통가지질국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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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화산 폭발은 지구 기온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통은 지구 기온을 떨어뜨리는 냉각 효과를 갖는다. 대기로 분출된 화산재 입자와 가스가 햇빛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1991년 폭발한 필리핀 루손섬의 피나투보화산은 35km 상공까지 구름기둥이 솟아오르며 기록적인 양의 화산재와 이산화황 등 가스를 공중에 뿌렸다. 성층권까지 올라간 1500만톤의 이산화황 입자들은 물과 반응해 방대한 규모의 황산 에어로졸층을 형성했다. 이 에어로졸층은 그 후 몇년 동안 성층권에 머물면서 햇빛을 10% 감소시켜 지구 기온을 최대 0.5도 떨어뜨리는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남태평양의 섬나라 통가 인근 바다에서 일어난 수중 화산 폭발은 정반대로 지구 온도를 올리는 쪽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통가 화산(훙가 통가-훙가 하파이)의 해저 폭발은 TNT 4~18메가톤의 강력한 힘으로 엄청난 수증기 기둥을 고도 10km가 훨씬 넘는 성층권까지 내뿜었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 제트추진연구소가 당시 분출된 수증기 양은 5만8천개의 올림픽 규격 수영장을 채울 수 있는 규모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서한’(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나사의 대기관측 위성인 아우라의 마이크로파 측정 장비(MLS)를 이용해 고도 12~53km의 성층권에 주입된 수증기 양을 조사한 결과, 146테라그램(1억4600만톤)으로 추정됐다.

이는 성층권에 있는 수증기 양의 10%에 해당한다. 피나투보 화산 폭발 때 성층권으로 분출된 수증기 양의 4배다. 반면 이산화황의 양은 40만톤으로 피나투보 화산 폭발의 40분의 1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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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에서 본 통가 화산 폭발.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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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재는 열 차단…수증기는 열 가둬


화산 폭발로 인해 발생한 수증기가 대량으로 성층권까지 올라오는 경우는 드물다. 21세기에 들어선 2008년 알래스카의 카사토치화산 폭발과 2015년 칠레 칼부코화산 폭발 등 2차례의 화산 폭발만이 이렇게 높은 고도까지 수증기를 보냈다. 그러나 두 경우 수증기는 빠르게 소멸됐다.

연구진은 이에 반해 통가 화산이 성층권에 주입시킨 수증기는 앞으로 몇년 동안 성층권에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황산염 에어로졸이 성층권에서 떨어지는 데는 일반적으로 2~3년이 걸리지만 통가 화산 폭발로 인한 수증기는 5~10년 동안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기의 화학적 구성에 영향을 줘 오존층 파괴를 촉진할 수 있는 화학반응을 촉발하고 지구 표면 온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수증기는 열을 가두기 때문에 지구 온도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한다.

연구를 주도한 루이스 밀란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약 3년 후 수증기를 머금은 냉각 입자가 소멸되면 지구 표면 온도에 온난화 효과를 주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온도가 얼마나 올라갈지는 수증기 기둥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하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성층권의 수증기가 대류권으로 내려올 때까지 몇년 동안 온난화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항공우주국의 수잔 스트라한 연구원(대기화학)은 지난 7월 위성 데이터 분석 결과 수증기가 집중된 지역의 오존 수치가 전년보다 감소한 것을 들어 단기적으로 오존층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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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가 화산 폭발 전(왼쪽)과 후(오른쪽)의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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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효과 부른 최초의 화산 폭발?


연구진은 이렇게 역대급의 수증기가 성층권까지 올라오는 것은 마그마를 분출하는 칼데라 분지가 적절한 깊이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통가 화산의 분출구 수심은 150미터였다.

이보다 수심이 더 얕았다면 그렇게 많은 양의 물이 수증기가 돼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며, 이보다 더 깊었다면 막대한 수중 압력으로 인해 분출력이 크게 억제됐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 화산 폭발은 냉각 효과가 아닌 온난화 효과를 통해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최초의 화산 폭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증기의 온실 효과는 작고 일시적이어서 기후변화를 눈에 띄게 악화시킬 정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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