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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시시비비]교육수장 인사참사…그리고 줄행랑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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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사회부장


"모두 저의 불찰이고 잘못이었다." "모든 논란은 제 불찰이다." 윤석열 정부 1, 2호 교육부 수장들의 사퇴의 변이다. 1호는 김인철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치르지 못한 채 윤 정부 장관 후보자 가운데 1호가 됐다. 두 번째는 박순애 장관. 윤 정부 출범 내각 1호 낙마다. 김 후보자야 자신의 뜻을 펼치지도 못하고 그만두었지만 박 장관의 낙마는 어처구니 없다. 박 장관은 각종 논란과 의혹에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고 취임했다. 취임에서 낙마까지 걸린 기간은 34일이다.

정치적으로 본다면 대통령과 여당의 낮은 지지율, 낮아질 대로 낮아진 국정동력 등을 만회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부 장관이 어떤 자리인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킨 것은 비록 정권은 5년 단임이나 국가백년대계인 교육이 그만큼 중요하며 그 수장에게도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다. 제갈공명이 와도 풀어내기 어렵다는 게 교육정책이다. 유치원, 초중고, 대학에 이르기까지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서 정책 하나 풀어내기 쉽지 않다. 만 5세 초교 입학만 해도 국회, 정부, 교육청, 지자체,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단체 및 교원노조까지 셀 수 없다. 이해관계가 복잡하지만 단기 또는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추진하거나 추진할 필요가 있는 정책이라면 거쳐야 할 과정이 공론화다. 만 5세 초교 입학 또는 학제개편은 새로운 게 아니다. 역대 정부에서도 인구구조와 교육환경 등의 변화에 맞춰 고민해본 사안이다. 만 5세뿐만 아니라 현재의 초6-중3-고3 등 이른바 6·3·3을 비롯해서 다뤄진 이슈였다.

정상적이라면 만 5세 초교 입학과 6·3·3을 비롯한 좀 더 포괄적인 주제를 연구용역을 발주한다든가 해야 했다. 반발이 나와도 "연구용역이 반드시 정책추진을 의미하지 않는다"라거나 "만 5세는 연구주제의 극히 일부분일 것"이라고 했을 것이다. 아니면 국회 업무보고나 상임위 질의응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주제를 꺼내 여론의 분위기를 떠보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그마저도 아니고 임기 내 만 5세 초교 입학을 추진하겠다면 본격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순서가 뒤바뀌었다. 박 장관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는 전제로, 올해 대국민 수요조사, 2023년 시안 제시, 2024년 수용 시도에서 시범실시, 2025년 전국적 실시라는 일정부터 밝혔다. 장관 입에서 먼저 기정사실화했다. 반발이 불보듯 뻔한데도 데드라인까지 정해놨다. 공론화를 하겠다지만 이미 늦어도 너무 늦은 수습책이었다.

교육부 수장은 두 달 이상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당정청은 적임자를 찾는 일도 중요하지만 왜 이 같은 참사가 나왔는지 따져 봐야 한다. 만 5세 초교 입학이라는 논쟁적 어젠다의 제안이 어디서 나왔는지부터다. 교수 출신의 공공행정 전문가인 박 장관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생각하는 이는 드물다. 출처가 어디였건 박 장관은 그 카드를 왜 아무런 생각없이 던졌는지도 의문이다. ‘장관은 처음이라서’라고 한다면, 대통령실과 당은 무엇을 했고, 교육부 공무원들은 왜 그리 소극적 또는 방관자적 입장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경호 사회부장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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