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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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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대통령 “마약 전쟁 실패... 美 등 주요국 수요부터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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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좌파 대통령 공식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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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의 첫 좌파 대통령인 구스타보 페트로 신임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각) 수도 보고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 후 연설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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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콜롬비아의 첫 좌파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62) 신임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각) 공식 취임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보고타 볼리바르 광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지난 40년 동안 마약으로 인해 중남미에서 100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북미에선 매년 7만명가량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죽고 있다”며 “그간의 ‘마약과의 전쟁’은 실패했다는 걸 인정하고, 새로운 국제 협약(international convention)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과의 전쟁’은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 중이었던 1970년대 초반 사용했던 용어로, 마약 사범에 대한 강력한 단속 및 처벌에 초점을 둔 정책을 말한다. 멕시코에선 2006년 펠리페 칼데론 당시 대통령이 이를 선포하면서 마약 카르텔 소탕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멕시코 대통령도 “마약과의 전쟁으로 오히려 상황이 악화했다”며 사실상 ‘종전 선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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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 시각)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열린 신임 정·부통령 취임식에서 참석자들이 신임 정·부통령인 구스타보 페트로(오른쪽)와 프란시아 마르케스가 포옹하는 모습을 담은 대형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페트로 대통령은 이날 콜롬비아의 첫 좌파 대통령으로, 마르케스는 콜롬비아 첫 흑인 부통령으로 취임했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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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은 “콜롬비아는 세계 최대의 코카인 생산국으로, 이들은 주로 미국과 유럽 등으로 흘러들어 간다”며 “콜롬비아 내 마약 밀매 경로와 불법 재배지 등을 차지하기 위한 범죄 단체 간 충돌도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페트로 신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기존의 마약 관련 정책 대신, 선진국에서의 소비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국의 마약 생산 및 유통을 차단하는 것보다 미국 등 주요 소비국의 수요를 감소시키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콜롬비아 대통령 결선 투표에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 후보로 나섰던 페트로 대통령은 과반(50.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2위였던 중도 우파 대안 정당 ‘반부패 통치자 리그’의 부동산 재벌 출신 로돌포 에르난데스(77)와 불과 약 3%p(포인트) 차였다. 콜롬비아에서 좌파 성향 정치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사례는 처음이었다. 페트로 대통령은 1980년대 콜롬비아 정부를 전복하려 시도한 반군(反軍) 게릴라 전사 출신으로, 대학생 시절이었던 1977년 좌익 민족주의 성향 단체 ‘M-19′에 가입해 10여 년간 활동했다. 1980년 95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대법원 습격 사건에 가담했고, 정부 무기고에서 무기를 탈취 및 소지한 혐의로 18개월형을 받아 옥살이하기도 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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