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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김현수]미국에서 만 5세가 초등학교에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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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교육 확대 취지 만 5세 특화 교육

韓, 교육부 정책 취지도 근거도 아리송해

동아일보

김현수 뉴욕 특파원


미국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친구 엄마 A 씨. 워킹맘인 A 씨는 줄곧 “만 3세인 둘째가 하루빨리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미 초등학교 과정은 대체로 만 5세인 킨더가든(킨더) 학년에서 시작한다. 이유를 물으니 “방과 후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오후 6시에 남매를 한 번에 픽업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하냐”며 “뭣보다 비싼 프리스쿨 비용을 아끼고 공짜 공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만 3, 4세가 다니는 프리스쿨 비용은 기관별, 지역별로 천차만별이지만 A 씨는 “월 1500달러 정도 든다”고 했다.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오후 3시 40분 하교, 방과 후는 6시까지 운영된다.

킨더는 한국식으로 따지자면 유치부지만 초등학교의 엄연한 학년으로 존재한다. 그렇다고 우리 교육부가 발표해 장관 사퇴까지 부른 ‘1학년 입학 연령 하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킨더는 아이들이 단체생활 규율을 익히고 학습 첫걸음을 떼도록 돕는 만 5세 프로그램이다. 한 반에 20명 안팎으로 담임과 보조 교사, 두 명이 배치된다. 수업 중에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단추를 혼자 잠그지 못할 때, 물통을 열지 못할 때 선생님들이 도와준다.

미국에서도 입학 연령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았다. 만 6세부터 시작한 아이들이 훗날 자기통제 능력이 더 높았다는 연구도 있고, 만 5세부터 시작해야 교육 격차가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주마다 의무교육 연령이 제각각이다. 버지니아주는 만 5세,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는 만 6세다. 만 6세 의무교육을 선택한 주는 주정부가 만 5세 공교육을 보장해주되 부모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취지다.

미국 부모 상당수가 만 5세 킨더 입학을 택한다. 공립학교는 공짜고, 돌봄 공백이 오히려 줄어드는 데다 학교에서 알파벳 읽기, 숫자 세기를 가르쳐 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미국도 교육열이 높은 지역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지만 주로 학부모회(PTA) 활동이나 예체능 사교육으로 표출될 뿐, 한국처럼 과열된 선행학습은 보기 드물다.

한국에서 미취학 유아를 둔 부모에게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은 공포에 가깝다. 맞벌이 부부에게는 ‘돌봄 공백 공포’다. 유치원은 오후 서너 시에 끝나지만 초등학교는 오후 1시 전에 끝난다. 방과 후 수업이 있긴 하지만 한 지인은 “방과 후 수업 신청이 BTS 콘서트 티켓 ‘클릭 전쟁’보다 더 어렵다”고 푸념했다. 모든 학부모에게는 ‘선행학습 공포’다. 한글은 학교에서 배우라면서 수학 서술형 문제는 어떻게 풀라는 것인지. 유치원에서 곧바로 초등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할는지. 골머리를 앓다 결국 많은 워킹맘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회사를 그만둔다.

교육부는 이런 ‘공포 체험’을 1년 일찍 해보라고 폭탄선언을 하면서도 만 5세를 위한 초등 1학년 커리큘럼은 무엇인지, 초등 1학년 교사는 몇 명이 될지, 돌봄 공백 해결책은 있는지, 답이 없다. 유아 조기 교육까지 과열되는 상황에서 공교육 범위 확대는 중요한 정책적 과제이긴 하다. 미 뉴욕주는 프리스쿨까지 공교육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고 프랑스는 만 3세부터 의무교육을 시행한다. 다 나이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두고 있다. 더욱이 교육부의 1학년 입학 연령 하향은 공교육 기간을 그대로 12년으로 하는 것이니 확대라고 볼 수도 없다. 도대체 이 정책의 취지와 근거는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정체를 모르겠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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