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사설] 칩4 동맹 참여 불가피하지만 중국발 쇼크 대비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달 말까지 한국·일본·대만에 칩4 동맹 가입 여부를 알려달라는 미국의 요구에 화답한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이 문제를 철저하게 국익 관점에서 살피고 있으며 국익을 잘 지켜내겠다”고 했다. 미국이 여전히 반도체 개발과 설계 등 핵심 분야에서 압도적 기술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이 회의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열리며 세부 의제와 참여 수준 등을 조율한다. 정부는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추진한다고 한다. 또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고 대중 수출규제를 담지 말자는 의견도 제시할 모양이다. 하지만 미·중 간 신냉전과 양안 대립이 격화되는 마당에 미·일이 이런 제안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이미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며 고강도 제재를 가하고 있지 않는가.

중국이 칩4 동맹을 빌미로 전방위 보복조치에 나설 경우 그 충격은 가늠하기 힘들다. 중국은 홍콩을 포함해 우리 반도체 수출의 60%나 차지한다. 중국 당국은 “(칩4를 통해) 인위적으로 국제무역 규칙을 파괴하고 전 세계 시장을 갈라 놓는 것에 반대한다”(외교부), “중국을 배제한 작은 그룹을 만드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주한 중국대사)고 으름장을 놓는다. 관영 매체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상업적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험악한 말까지 등장한다.

반도체는 안보의 핵심이자 4차 산업의 근간이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만족시킬 해법은 찾기 어렵다. 칩4 동맹 가입이 불가피하다면 그에 따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최대한 중국의 보복을 초래하지 않도록 다양한 채널로 중국과 상생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칩4 참여가 중국을 무조건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점을 설득하면서 양국의 공통 이해를 찾아 공감대를 넓혀나가기 바란다. 중국발 쇼크에 대비해 비상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아울러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면서 압도적인 초격차 기술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과 머리를 맞대 반도체 국가전략을 짜고 관련 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도 서둘러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