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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자포리자 원전에 또 포격... 러·우크라는 서로 네 탓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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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7일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자포리자의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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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이 이틀 연속 공격을 받으면서 방사능 누출 사고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원전을 장악한 러시아와 이곳의 탈환을 노리는 우크라이나가 서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핵 재앙의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며 즉각적인 현장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7일(현지 시각) “자포리자 원전 단지가 지난 5일과 6일 밤 잇따라 로켓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자포리자 주(州) 당국에 따르면 지난 5일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 원자로 운영 장비로 이어지는 전력선 2개가 끊어졌다. 또 6일에는 원전의 외부 핵폐기물 저장 시설에 로켓탄이 떨어져 방사능 유출 감시 장비 3개가 파괴됐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기업 에네르고아톰은 “당시 이곳엔 사용후핵연료를 담은 컨테이너 174개가 보관되어 있었다”며 “일부 컨테이너에 손상이 발생했을 수 있으나 (감시 장비 고장으로) 방사능 유출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원전은 현재 계속 가동 중으로 추가적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서로 “상대방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원전 공격은 러시아의 ‘핵 테러’”라고 말했다.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군에 의한 자작극”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원전을 ‘인질’로 삼아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원전을 되찾으려 드론 등을 이용해 무리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며 “원전의 안전을 지키고 있는 것은 러시아군”이라고 말했다. 친(親)러 인사로 구성된 자포리자 주 당국은 “우크라이나군이 다연장 로켓으로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공격은 핵 재앙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자포리자 원전 안전 문제를 확인할 IAEA의 전문가 대표단이 4개월 넘게 대기만 하고 있다”며 “이들이 현지에서 임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즉각적 협력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은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7일 “곡물과 해바라기씨유 16만t을 실은 선박 4척이 오데사와 초르노모르스크 항구를 출발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과 5일에 이어 세 번째 곡물선 출항이다.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배 8척이 총 25만t의 곡물을 싣고 떠났고, 현재 13척이 출항 대기 중”이라며 “앞으로 2주 내에 하루 3~5척의 선박이 출항하게 되면 곡물 수출량이 한 달 300만t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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