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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쿠팡서만 '-3조'…손정의 소프트뱅크, 2분기 30조 최악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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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블룸버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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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3세 손정의(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SBG)이 1981년 창립 이래 가장 큰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8일 니혼게이자이·NHK 등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이날 도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4~6월에 연결 기준으로 3조1627억 엔(약 30조5000억원)의 순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올해 1~3월 2조1006억 엔 순손실의 10배가 넘는다. 소프트뱅크가 두 분기 연속 적자를 본 건 2005년 이후 17년 만이다.

손정의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창업 이래 최대 적자를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새로운 투자는 철저하게 엄선하고 있으며, 인원 감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공동 조성한 세계 최대 기술 펀드인 ‘비전펀드’의 실적이 크게 나빠지면서 이 같은 어닝 쇼크를 불렀다. 비전펀드에서만 2조3300억 엔(약 22조5200억원)의 손실이 났다. 비전펀드는 전 세계 정보기술(IT)·스타트업 기업들에 주로 투자해 왔는데, 최근 전 세계 주요 주식 시장에서 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기술·성장주 가격이 급락했다.

소프트뱅크가 30억 달러(약 3조90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쿠팡의 주가도 지난해 뉴욕증시 상장 때는 주당 46달러였지만, 최근엔 19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가 쿠팡에서만 2934억 엔(약 2조940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비상장 기업 투자에서도 손실을 봤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스웨덴의 후불결제기업 클라르나의 기업가치는 최근 1년 새 80% 넘게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소프트뱅크는 지분을 보유 중인 수백 개의 비상장 기술 스타트업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수익을 내야 했지만 세계적인 기술 기업 가치 하락으로 손실을 봤다”고 보도했다.

엔저 현상으로 인한 환차손도 8200억 엔에 달했다.

소프트뱅크는 보유 중인 주식을 팔아 현금을 확보, 적자를 메우려 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향후 주식을 팔기로 하고 미리 매도금을 받는 선불 선도계약 방식으로 보유 중인 알리바바 주식의 3분의 1을 처분해 220억 달러(약 28조8000억원)를 마련했다. FT는 지난 3일(현지시간) 이 사실을 보도하며 “만약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 주식을 최종적으로 매도한다면 이는 한 시대의 종말을 뜻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소프트뱅크의 실적은 비전펀드 운용을 시작한 2017년 이후 널뛰기를 하고 있다. 2020년에는 역대 최대인 4조9880억 엔(약 48조원)의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엔 1조7080억 엔(약 16조5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일본 기업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적자였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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