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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은퇴 고민한 아픔 지운 10SV, 그리고 엄마의 닭강정 [김민경의 비하인D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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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엄마가 요즘 아들 덕분에 장사 잘된다고 하시면 뿌듯해요."

두산 베어스 마무리투수 홍건희(30)는 광주에 오면 꼭 엄마의 닭강정을 찾는다. 홍건희의 어머니는 광주에 있는 한 시장에서 닭강정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닭강정은 아들이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홍건희는 2020년 시즌 도중 KIA 타이거즈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뒤로는 비시즌이나 광주 원정 경기가 있는 날이면 엄마의 닭강정을 먹는다. 매운맛과 양념맛, 마늘간장맛 3가지가 있는데 홍건희는 마늘간장맛을 가장 좋아한다.

홍건희를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엄마의 닭강정은 꽤 유명하다. 그는 "내가 홍보를 한 건 아닌데, 팬들께 잘 알려져 있더라. 광주 원정을 오면 팬분들께서 잘 찾아주신다고 들었다. 팬분들이 '닭강정 맛있어요' 하면 감사하다. 엄마도 아들 덕분에 요즘 장사가 잘된다고 하시면 뿌듯하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홍건희는 지난 6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두산 동료들에게 엄마의 닭강정 15상자를 선물했다. 데뷔 첫 10세이브 달성을 기념해 한 턱을 쏜 것. 홍건희는 5일 광주 KIA전 5-3으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무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시즌 10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어머니는 기분 좋게 아들의 주문을 받았지만, 그날 준비한 재료가 일찍 떨어지는 바람에 잠시 난감했다. 홍건희는 "일요일(7일)부터 어머니가 휴가를 계획하고 계셨다. 그래서 재료를 많이 안 받아뒀는데, 갑자기 내가 주문을 많이 하는 바람에 팬분들께 많이 못 팔았다고 하시더라. 어머니께서 그 이야기를 하셔서 뜨끔했다. 원래 장사를 하는 날이면 재료를 많이 받으셨을 텐데, 휴가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하며 헛걸음한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어쨌든 홍건희가 닭강정을 쏜 날 두산은 또 한번 기적의 역전승을 거뒀다. 1-4로 끌려가던 경기를 8회초와 9회초 3점씩 뽑아 7-4로 뒤집었다. 홍건희는 9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1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팀 승리를 든든하게 지켜준 홍건희를 더그아웃에서 맞이하며 활짝 웃었다.

홍건희는 "3점차고 편한 상황일 수 있는데, 볼넷을 내주고 안타도 맞고 마운드에서 마음대로 공이 안 던져지는 느낌이 있었다. 감독님께서 내가 그런 느낌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고 아셨나 보더라. 끝나고 활짝 웃어주시니까 기분 좋았다. '아휴 고생했다' 이렇게 웃어주시는 느낌이었다"고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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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12년 만에 처음 챙긴 두 자릿수 세이브는 홍건희에게 의미가 크다. 홍건희는 2011년 2라운드 9순위로 KIA에 입단한 기대주였지만, 10년 가까이 선발과 불펜 어디서도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하자 만년 유망주로 불렸다. 공은 빠른데 제구가 안 되고, 접전에 내보내기는 멘탈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 여름 두산으로 트레이드될 때 홍건희는 '마지막'이란 단어를 마음에 새겼다. 두산에서도 KIA 시절과 평가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유니폼을 벗을 각오가 돼 있었다. 그래서 김 감독이 2021년 시즌을 앞두고 홍건희를 6선발 후보로 고민할 때 "불펜으로만 뛰고 싶다"고 직접 목소리를 냈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김 감독은 2020년 시즌 후반 홍건희가 불펜에서 보여준 가능성을 믿고 뜻대로 하게 해줬다. 당시는 접전에 여전히 기복이 있는 상태였다.

홍건희는 2021년 필승조로 자리를 굳히며 자신의 야구 인생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 65경기에서 6승, 17홀드, 3세이브, 74⅓이닝, 평균자책점 2.78로 맹활약하며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올해는 마무리투수 김강률이 부상으로 이탈한 뒤부터 보직을 이어받아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41경기, 1승, 11세이브, 9홀드, 45이닝, 평균자책점 3.60이다. 평소 동료들을 잘 챙길 정도로 성품도 좋아 지난해부터는 투수조장도 맡고 있다.

홍건희는 "두산에 와서 필승조에 들어가면서 마무리투수도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도 경험했고, 처음 두산에 왔을 때랑 비교하면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낀다. KIA에서는 자리도 못 잡고 헤매는 선수였는데, 두산에서 다시 그런 선수가 된다면 그만둘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때는 나이도 꽤 들었을 때니까. 다행히 좋은 기회가 돼서 좋은 성적을 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어머니에게 "덕분에 장사 잘된다"는 말을 계속해서 들을 수 있는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려 한다.

홍건희는 "내가 경기에 많이 나간다는 것은 팀이 많이 이긴다는 뜻이니까. (김)강률이 형, (박)치국이가 부상으로 빠져 있는데, 나라도 자리를 잘 지켜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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