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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김철호 창업칼럼] ESG 경영은 거창 한 것이 아니다 ‘삼슬식체(三蝨食彘)’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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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업을 하려는 이들이 꼭 기억해야 할 단어가 있다. 바로 ‘ESG’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영어 알파벳의 첫 글자를 딴 용어다. 이젠 돈만 좇아 사업을 하는 시대가 아니다. 돈을 넘어 현재와 미래가 공생할 수 있는 사업을 펼쳐야 한다. 사업체가 크지 않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노력을 한다면 그 역시 참된 ESG 경영이라 할 수 있다.
매일경제

<사진설명 = 김철호 (사)한국전통식품협회 부회장>


이미 전 세계 소비자들은ESG 활동을 하는 기업에 더 돈을 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2022년 1월 세계프랜차이즈협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환경을 보호하는 제품으로 구매를 변경하겠다는 소비자가 2018년 48%에서 2019년에는 73%으로 증가했다. 또한 소비자 중 70%는 35% 정도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친환경제품을 구매하겠다는 결과도 나왔다.

비단 소비자 뿐 아니다. 투자자 관점에서도 20~41세에 해당하는 투자자 중 90%가 투자 결정 시 ESG 항목을 보겠다고 했다. 이제는 재무적인 요소 뿐 아니라 비재무적인 요소들까지 투자 시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에서도 지난 2021년 12월 ‘K-ESG 가이드라인’을 제작, 배포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 중소기업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외식업에서는 현재 프랜차이즈 위주로 ESG 경영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중 하나는 ‘노(No)플라스틱’을 선언하면서 ESG 경영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사무실 내에서 일회용 컵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1인 1텀블러 사용을 실천하는 등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고 일회용품 줄이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노 플라스틱 캠페인은 현재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에서는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ESG 경영 사례다. 특히 플라스틱 빨대와 일회용 컵을 소비자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은 외식업 전반에 걸쳐 펼쳐지고 있다.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자신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 소상공인들도 ESG 경영을 할 수 있다. 친환경재료 사용하기, 일회용품 제공하지 않기 등 작은 부분에서부터 바꾸는 것이야말로 ESG 경영의 핵심이다. 실제로 소상공인 중 포장을 할 때 플라스틱 용기를 안 쓰고 집에서 쓰는 냄비를 가져오면 금액을 할인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자신이 외식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ESG 경영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펼친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한비자가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 유행하던 이야기를 모은 책인 『설림(說林)』에 삼슬식체(三蝨食彘)라는 이야기가 있다. 세 마리 이가 돼지를 먹는다는 뜻으로, 앞으로 닥칠 큰일을 생각지 않고 작은 것에 매달려 싸운다는 말이다. “해충인 이(蝨) 세 마리가 다투고 있었다. 지나가던 이가 물었다. ‘무엇 때문에 다투나요?’ 그랬더니 이 세 마리가 ’서로 살찐 곳을 차지하려고 싸운다‘고 대답했다. 지나가던 이는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는 섣달이 되면 불을 피워 돼지를 구울 것이니 너희들도 그을려 죽게 될 것을 걱정해야지, 그까짓 살찐 고기가 무슨 문제냐‘ 하고 꾸짖었다. 이 말을 들은 이 세 마리는 제사 때 살찐 돼지를 불에 구우면 자신들도 같이 죽는다는 것을 깨닫고, 함께 모여서 돼지를 물어뜯고 피를 빨아 여위게 했다. 사람들은 야윈 돼지를 상에 올릴 수 없다고 하여 바로 죽이지 않아 함께 살아나게 되었다는 얘기다.

자원의 고갈, 상생에 관한 이슈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와 연결되어 있는 이야기다. 현재만을 생각해 공멸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고 미래를 위해 공존할 생각을 해야 한다. ESG 경영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염두에 두고 작은 부분부터 바꿔나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필자 : 김철호 (사)한국전통식품협회 부회장

[매경창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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