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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빚 탕감’ 논란에도…금융위, ‘125조+α' 민생안정 대책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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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으로부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2022.8.8.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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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하반기 ‘125조원+α’ 규모의 금융 민생안정 대책을 추진한다. 치솟는 물가와 금리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서민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형평성 논란’이다. 폐업 등으로 빚을 갚기 힘든 자영업자의 채무를 최대 90% 탕감해주고, 저신용 청년층의 이자를 감면해주는 일부 대책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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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가계와 자영업자,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125조원+α’ 규모의 민생 안정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치솟는 금리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추가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취약 차주(대출자)의 상환 능력이 악화하며 발생할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선제적 조치다.

민생안정 주요 대책은 30조원 상당의 새출발기금으로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채무조정, 연 7% 이상의 비은행권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대환대출(8조5000억원), 사업자금 지원(41조2000억원) 등이다. 주로 코로나19 여파로 빚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를 위한 금융 지원이다. 또 주택 관련 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안심전환대출(45조원)과 중소기업에 6조원 상당의 고정금리 정책대출 상품을 공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문제는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한 이들 조치가 시작도 하기 전부터 논란과 여론의 강력한 반발에 휩싸인 데 있다. '빚 탕감' 논란 속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금융권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확산하면서다.

특히 자영업자의 채무조정 지원을 위해 도입하는 ‘새출발기금’을 둘러싼 논란은 수차례에 걸친 금융당국의 해명에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기존 대출을 금리를 낮춰주고, 최대 20년간 장기·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90일 이상 빚을 못 갚은 연체자의 원금 가운데 60~90%를 감면해준다.

금융위는 해명에 적극적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실) 기업들이 빚이 일부 탕감되는 기업회생(법정관리)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처럼 채무조정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불이익이 따른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7일 “(채무조정을 받은 차주는)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등록으로 7년간 신용카드 이용 등 정상금융 거래를 할 수 없다”며 “상환능력이 있는 차주가 원금감면을 받기 위해 고의적인 연체를 할 유인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또 60~80% 수준의 원금 감면은 해당 차주가 보유한 재산을 넘어선 부채(빚)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빚 탕감' 논쟁이 벌어지는 건 새출발기금만이 아니다. 정부가 빚을 내서 투자했다가 실패한 청년층의 이자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청년 특례 채무조정도 역차별 논란에 휩싸여있다. 만 34세 이하인 신용 평점 하위 20% 이하(나이스신용평가 기준, 신용점수 744점 이하) 저신용 청년층 중 대상자로 선정되면 이자를 최대 30~50% 감면받을 수 있다.

세금으로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청년층의 대출을 탕감해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19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금융위가 발표한 청년층 신속채무조정은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를 일부 낮춰 채권의 일체가 부실화하는 것을 막는 제도”라며 “원금탕감 조치는 어떠한 경우에도 지원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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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 대출 개요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눈에 띄는 건 고금리와 원자재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한 고정금리 정책대출상품이다. 금리 인상기 이자 부담이 커지는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 상품으로 최대 1%포인트 금리 우대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금리 인하기엔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6개월마다 금리를 선택할 수 있다.

주택 구매로 이자 부담이 커진 대출자를 위한 안심전환대출도 나온다. 변동금리 주담대를 고정금리로 전환해주고 우대금리로 제공하는 대출 상품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우대형과 일반형으로 나뉜다. 오는 9월 시행 예정인 우대형은 주택가격 4억원 이하, 부부합산 소득이 7000만 이하 차주만 신청할 수 있다. 금리는 9월 보금자리론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준에 결정될 예정이다.

내년에 공급할 일반형 안심전환대출 상품은 주택가격을 9억원 이하로 높이고, 금리는 우대형보다 낮은 0.1%포인트 인하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안심전환대출을 모두 공급하면 은행권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의 비중이 5%포인트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잔액 기준 77.7%다.

'빚 탕감' 논란 속 민생안정 대책이 성과를 거두려면 지원 대상을 제대로 선별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가 부실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도덕적 해이 우려 등의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지원 대상과 기준을 보다 면밀하게 짜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빚 탕감은 자칫 그동안 빚을 성실하게 갚아온 차주에게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번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지원받을 사람을 잘 가려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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