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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푸틴의 암늑대'…"우크라인 쏠 때 즐겁다"던 사령관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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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푸틴의 암늑대' 올가 카추라 대령. [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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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인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즐겁다.” 이런 말을 남긴 러시아 군 소속 여성 사령관이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군 포격에 숨졌다고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 외신이 지난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의 이름은 올가 카추라(52). 대령이었다. 러시아 매체 RT(옛 러시아투데이) 편집장 마가리타 시모니안도 이날 카추라 대령의 사망을 공식화했다. 우크라이나의 우니안 통신도 “우크라이나군이 ‘끔찍한’ 포병 사령관을 제거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를 종합하면 카추라 대령은 지난달 29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도네츠크주(州) 호를리프카시에서 운전하던 중 숨졌다.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이 그가 타고 있던 자동차에 명중하면서다. 이반 프리코드코 호를리프카시장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 군 창설에 앞장섰던 ‘용감하고 현명한’ 여성이 비극적으로 사망했다”며 “호를로프카에는 암흑의 날”이라고 추모했다.

카추라 대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사한 97번째 러시아 사령관이며, 여성 고위 장교로서는 공식적으로 첫 사망자다. 그는 과거 러시아 방송에서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것에 대해 "즐긴다"는 표현을 쓰면서 “이번 전쟁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이 자치국으로서 러시아와 함께할 수 있게 된 행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숨지기 일주일 전 러시아 국영 언론 노시스카야가제타 신문과의 인터뷰에선 “나는 우크라이나가 아닌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싸우고 있다"며 "내게 우크라이나 영토는 일종의 사격장”이라고 했다.



“민간인 무차별 학살” 징역 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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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암늑대'라고 불린 카추라 대령. [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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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추라는 우크라이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출신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장교를 지낸 군인 가문이다. 그는 경찰로 수년간 근무했지만 민간 기업의 보안 담당 부서로 이직한 뒤 군에 입대했다. 그는 2014년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격추하는 등 악명높았던 분리주의 반군 사령관 이고르베즐레르가 이끄는 제1군단에 합류했고, 돈바스 전투 등에 참전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등 우크라이나에서 분리주의자들과의 갈등이 격화했을 때다.

당시 돈바스 전투 등에서 그가 소속된 부대는 민간인 무차별 학살 혐의를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법원은 지난 1월 지명수배 중이던 카추라를 테러단체 조직 및 가담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카추라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래밍 전공자로 여성으론 유일하게 포병 사단장까지 올라 휘하에 부하 140명을 거느렸다. DPR 군대에선 포병 부대 창설을 주도하고 다루지 못한 포가 없었다는 ‘전설’로 유명했다. 2014년 돈바스 전투 발발 이후 입양한 남자아이를 포함해 자녀 둘의 엄마이기도 하다.

카추라의 별명 중 하나는 ‘푸틴의 암늑대’다. 그 역시 RT와의 과거 인터뷰에서 자신의 별명에 대해 마음에 든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암늑대는 보금자리와 새끼들, 가족을 지킨다. 어떤 (수컷) 늑대도 암늑대만큼 공격적으로 새끼를 지키지 못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4일 “군 복무 중 용감하고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줬다”며 카추라를 러시아 최고 군사상인 ‘러시아 영웅’으로 칭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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