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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유럽에서 가뭄에 강물 마르자 2차대전 때 불발탄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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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북부 흐르는 포강 곳곳이 바닥 드러내

무게 450㎏ 대형 폭탄 발견… "2차대전 불발탄"

주민 3000여명 대피시킨 가운데 안전하게 폭파

서유럽이 극심한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는 가운데 이탈리아에선 강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내며 그동안 수중에 있었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불발탄이 발견되는 일까지 생겼다. 이탈리아 육군이 해당 폭탄의 위험성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주민 300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세계일보

이탈리아 육군이 7일(현지시간)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강이 말라 바닥을 드러내면서 발견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불발탄을 안전하게 폭파시키는 모습. 이탈리아 육군 제공, BB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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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무게가 무려 450㎏이나 나가는 대형 폭탄은 지난 7월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州)의 보르고 비르질리오 지역에서 발견됐다. 이탈리아는 이웃의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과 마찬가지로 지난 6월부터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해당 지역을 흐르는 포강(江)이 그만 말라 버렸다. 알프스 남서쪽에서 아드리아해로 흘러 들어가는 포강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하천이지만, 요즘 극심한 가뭄 탓에 바닥을 드러낸 면적이 차츰 넓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육군 관계자는 언론에 “그냥 마른 땅처럼 변해 버린 포강 강둑에서 어부들이 약 70년 전 2차대전 당시의 것으로 추정되는 불발탄을 목격했다”며 “이후 우리 군이 해당 지역을 통제하는 가운데 폭탄의 위험성을 제거할 방법을 연구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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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심각한 이탈리아 로마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분수대에 들어가 물로 머리를 적시고 있다. 로마=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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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독일이 2차대전을 일으킨 뒤 이탈리아는 한동안 전세를 관망하다가 1940년 6월 독일이 프랑스를 꺾는 게 확실해지자 독일 편에 서서 참전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탈리아군은 그리스 및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연합국에 연전연패를 거듭했다. 1943년 7월 북아프리카를 완전히 장악한 영·미 연합군이 시칠리아섬에 상륙하고 이탈리아 본토로 진격할 채비를 갖추자 결국 그해 9월 이탈리아는 연합국에 항복했다. 히틀러와의 의리를 내세우며 이탈리아의 계속 항전을 외친 무솔리니는 실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이탈리아 전쟁의 끝은 아니었다. ‘배신’에 분노한 독일은 군대를 보내 얼마 전까지 동맹이었던 이탈리아 북부를 점령해버렸다. 이후 이탈리아 반도는 2차대전이 끝나는 1945년까지 독일군과 연합군 간 치열한 전투의 무대가 된다. 문제의 불발탄도 이 시기에 투하된 것으로 보인다.

폭발물 처리 전문가들은 불발탄을 조사한 뒤 적절히 통제된 환경 속에서 폭파시키는 게 그나마 위험이 가장 덜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8월7일 일요일을 폭파할 날로 선택한 이탈리아 육군은 관할 지자체를 통해 주민들한테 “당일 위험할 수 있으니 대피하라”고 권유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이 일대 영공도 폐쇄해 비행기가 다닐 수 없도록 했다. 폭파 작전이 안전하게 마무리된 뒤 관할 지차제 관계자는 “처음에는 주민 일부가 ‘왜 대피해야 하느냐’며 움직이지 않으려 했다”며 “지난 며칠 동안 주민들을 설득하느라 애먹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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