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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투자노트] 한화와 손잡은 ‘고려아연’…4700억 지분투자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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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고려아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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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4700억원을 투자해 국내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의 지분 5%를 인수한다. 한화그룹과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수소·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공동 추진한다. 증권가에서는 고려아연이 한화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47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소식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5일 한화임팩트는 미국 투자 자회사 ‘한화H2에너지 USA’를 통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고려아연 보통주 99만3158주(지분율 5%)를 약 4717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지분투자 대금 납입일은 오는 18일로, 인수주식은 1년간 보호예수 예정이다.

한화그룹과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 계약과 함께 신재생·수소에너지 부문에서 기술 제휴와 공동 투자 등 관련 계약도 체결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한화그룹에서 유치한 투자자금으로 2차전지 소재 자회사인 케이잼의 동박 생산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현재 1만3000톤(t)에서 2027년 6만톤(t)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동박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감싸는 얇은 구리막이다. 호주 신재생에너지·수소 사업 자금으로도 쓸 계획이다.

이번 협약으로 한화그룹은 고려아연의 호주 신재생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고려아연은 한화그룹의 수소 가스터빈 개조사업과 수소발전사업에 동참한다. 양사의 사업동맹과 지분 투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과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의 긴밀한 교감을 바탕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지분을 인수한 한화임팩트는 지난 2014년 한화가 인수한 삼성종합화학이 모태 기업이다.

증권가에선 이번 한화의 고려아연 지분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고려아연 목표가를 65만원, 삼성증권은 63만원, 대신증권은 67만원을 제시했다. 키움증권은 중장기 성장성이 강화된 점을 반영, 목표가를 72만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지난 주(5일 종가기준)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7.28% 오른 51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번 공시는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표현된 것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은 주력 사업인 제련 사업과 함께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자원 순환, 2차전지 소재 사업 등을 쌍두마차 삼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추는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가속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화임팩트가 고려아연의 지분 5%를 보유하면서 호주 최대 재생에너지 업체 에퓨론 인수 등 현재 고려아연이 호주를 중심으로 벌이고 있는 태양광∙풍력∙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도 양사의 협력을 통한 중장기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면서 “이번 한화그룹과의 협력은 자금 부담과 사업 리스크를 낮추는데 있어 긍정적으로 판단한다”고 봤다.

그간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분야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를 인정받았지만, 중장기 성장동력 부재와 낮아지는 자기자본이익율률(ROE)로 인해 주가는 최근 몇년간 40만~60만원 범위에서 등락이 반복돼 왔다. 이 연구원은 “아직 의미 있는 숫자가 찍히지는 않지만 향후 10년 후가 기대되는 호주 신재생 에너지사업과 유럽·미국 폐이차전지 재활용 사업, 그린수소사업 등 중장기 성장을 위한 그림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상증자에 따른 오버행(잠재적 매도 대기물량) 우려는 크지 않다는 평가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주식을 새로 발행해 기존 주주(구주매출)나 신규 주주(신주매출)에게 자금을 받고 주식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는 자금 확보보다 사업제휴 강화의 성격이 큰 결정”이라면서 “유상증자 규모도 기존 주식에 5% 수준에 불과하며 1년간의 보호예수가 종료되더라도 물량이 시장에 출회될 확률이 낮아 오버행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이어 그는 “양사 제휴에 따른 향후 사업전개에서의 시너지가 희석효과를 상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유의미한 실적 기여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을 반영해 목표주가 유지한다”고 부연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도 “한화그룹과의 협업은 실상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사업이 핵심이나, 그 성과는 아무래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고려아연의 신사업 중 전해 동박사업의 성과가 좀 더 단기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수한 재무구조에도 유상증자로 인해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 효과가 나타나는 점은 다소 아쉽지만, 증자 금액이 신사업 투자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기업가치 훼손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장윤서 기자(pand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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