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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오바마 장학생' 그녀, 외교관 아닌 스타트업 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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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해외송금 '센트비' 임한나 임팩트팀 리더 "이주노동자들의 꿈과 목표 실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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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나 센트비 임팩트 팀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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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Impact)'라는 용어는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환경·빈곤·교육·인권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소해 사회를 더욱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일컫는다.

과거에는 사회적 경제, 소셜 벤처, 지속가능성 등 여러 용어들이 혼용됐지만 최근에는 임팩트 투자, 임팩트 기업, 임팩트 비즈니스 등 용어적 측면에서 임팩트라는 카테고리 안으로 들어오는 추세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수익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당장의 생존이 가장 시급하기 때문에 임팩트를 추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수익 창출을 넘어 '임팩트 기업'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이 있어 주목된다. 해외 송금 서비스로 알려진 '센트비'다.


금융소외계층 위한 '금융포용'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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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체류하는 이주 근로자에게 해외 송금은 정기적인 이용이 필요한 금융 서비스다. 하지만 이들에게 은행을 통한 해외 송금 서비스는 한국인이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비싸고 어렵기만 하다.

센트비는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돼온 고객군에게 합리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경 간 금융의 비효율을 제거한다는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별도의 '비즈니스 임팩트 팀'을 만들었다.

비즈니스 임팩트 팀은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 측면에서 센트비가 창출하는 가치를 측정·관리한다. 금융포용이란 사회적 약자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를 제공해 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높이는 운동이나 정책을 뜻한다.

기존 금융시장은 고소득·고신용자에게 기회가 집중됐다. 금융포용은 모든 경제주체가 저축, 지급결제, 신용, 보험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 제도권 금융시스템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G20(주요 20개국)은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의 때 금융포용 액션플랜을 마련했다. 이후 G20 정상회의에서 핵심 아젠다로 논의돼왔으며 오는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때도 금융포용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오바마도 공감한 사업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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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비의 비즈니스 임팩트 팀을 이끌고 있는 임한나 리더의 이력은 스타트업보다 외교관에 더 어울린다. 그는 미국 시카고대 정책학 석사를 거쳐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개발협력국과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에서 근무했다.

특히 2019~2020년 오바마재단의 '신진 리더(rising leader)'에 선발되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직접 면담을 갖기도 했다. 독특한 이력의 그가 왜 스타트업에 합류해 어떤 임팩트를 만들려고 하는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이카 때 주로 어떤 일을 했나

▶코이카 혁신사업실 근무 당시 신사업 영역을 찾는 것이 담당 업무였다. 기존 개발협력 분야 사업들은 대부분 보건, 교육, 공공행정, 기반시설에 집중돼 있어 다른 영역을 찾고자 했다. 케냐에서 2G 휴대폰을 통해 모바일 송금·결제를 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가 사람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데 일조한 성공 사례로 개발협력 분야에서 주목받았다. 저소득 국가 사람들의 금융 접근성, 사용성 및 건전성을 높이는 금융포용이 개발협력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기 시작했고 신사업 영역으로 금융포용을 적극 제안했다.

-센트비로 이직한 배경은

▶센트비의 주요 고객들은 코이카가 지원하는 여러 국가의 국민들이었다. 코이카와 센트비가 민관협력하는 사업을 기획했지만 최종적으로 사업화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다. 그 이후에도 센트비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봤고, 그 과정에서 코이카에서 기획했던 일들을 센트비에서 직접 업무로 해보는 것에 대한 제안을 받아서 센트비에 합류하게 됐다. 센트비의 성장이 우리 사회와 국제 사회에 기여한다는 점을 알리고자 한다.

-오바마재단 장학생의 경험은 어땠나

▶재단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리더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는데, 한국 내 체류 중인 이주 근로자들이 보다 더 저렴하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송금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니 본인도 재임 시절 미국과 쿠바의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면서 가장 먼저 추진했던 일이 미국에서 쿠바로의 송금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미 이 주제에 대해서 깊이 있는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센트비에서 하고 있는 일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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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임팩트 팀의 목표는

▶우선 우리의 역할은 크게 3가지다. 첫 번째 고객을 더 잘 이해하기, 두 번째 고객과의 관계 강화하기, 세 번째 센트비의 비즈니스 임팩트를 외부에서도 인정받게 하기다. 이를 위해 유엔자본개발기금(UNCDF)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주 근로자 고객 대상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UNCDF와 여러 아이디어를 긴밀하게 공유하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주요 성과는

▶메트라이프 재단의 인클루전 플러스라는 금융포용에 기여한 핀테크 기업을 선정하는 프로그램에서 탑3에 선정된 바 있다. 또 카이스트와 싱가포르 국립대 경영학과 교수진은 센트비의 거래 데이터를 활용해 이주 근로자의 본국 송금 행태 개선과 관련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논문은 제16회 한국증권학회 국제 콘퍼런스에서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센트비의 데이터가 금융소외 계층에 대한 연구 근거가 되고 있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임팩트 핀테크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높지 않다

▶개인 송금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고객이 받는 혜택도 임팩트로 표현하고 정량화할 수 있도록 지표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은행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까지 커버하고자 한다. 해외 송금 서비스가 제공하는 저렴한 수수료, 빠른 송금 속도, 간편한 송금 절차 등을 고객들이 체감하고 누적된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리면 임팩트 핀테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질 것이다.

-최종적인 목표가 있다면

▶은행이 주요 고객으로 보지 않는 대상을 센트비는 기회로 보고 소외 없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사내에선 이 업무를 '해외 송금과 결제를 위한 기찻길을 설치한다'고 표현했다. 다양한 목표와 꿈을 갖고 비행기나 기차에 몸을 싣는 이주 근로자들의 모습이 연상됐다. 이들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이 아닌 개인의 목표와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 속에 있다. 센트비는 이들의 돈을 넘어 꿈도 실어 나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의 꿈과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소외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송금뿐만 아니라 많은 금융상품에도 이런 점이 반영돼야 한다. 금융포용 영역에서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과 개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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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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