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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제주 온 태국 관광객 나흘새 60% 입국 퇴짜, 왜? [뉴스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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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제주도착 태국인 697명 중 417명 입국불허

입국허가 280명 중 55명은 무단이탈해

관광제주-불법체류 기착지 논쟁 다시 불붙어


한겨레

최근 제주를 찾는 외국인들이 ‘입국 목적 불분명’으로 무더기 입국 거부가 잇따르는 가운데 법무부가 제주도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면제해 온 전자여행허가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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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외국 단체 관광객들이 직항편으로 제주도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에 도착한 태국인들이 제주국제공항 밖으로 나와보지도 못한 채 다시 돌아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두 명이 아니라 수 명에서 많게는 100여명이 넘는 태국인들의 입국이 불허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제주항공 전세기를 이용해 태국에서 제주로 들어온 183명 가운데 무려 112명이나 입국이 불허됐습니다. 이튿날인 3일에도 182명 가운데 108명이, 4일에는 168명 가운데 70명이 돌아가야 했습니다. 특히 5일에는 164명 가운데 127명이나 입국이 거부됐습니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지난 2~5일 태국에서 제주에 도착한 전체 탑승자 697명 가운데 417명(60%)이 입국 불허됐다고 7일 밝혔습니다. 이처럼 수백 명에 이르는 외국인의 입국이 무더기로 거부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이들의 입국 목적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입국 허가를 받고 제주에 들어온 태국인 280명 중 55명(20%)은 무단으로 이탈해 출입국·외국인청이 검거반을 편성해 소재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전체 탑승자 가운데 367명(53%)은 전자여행허가가 불허된 이력이 있습니다.

지난 6일 도착한 도착한 태국인 115명 중 89명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이 재심사 대상으로 분류해 심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전자여행허가 신청이 불허된 이는 54명입니다. 많은 이들이 태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 같습니다.

정부는 국제자유도시인 제주도의 관광 활성화를 명분으로 2002년부터 제주지역에 한해 사증 면제 협정 체결 국가 국민에게는 관광 목적일 경우 30일 동안 사증 없이 입국을 허용하는 ‘무사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 덕택에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습니다. 2016년엔 역대 최다인 360만3천여명의 외국인이 제주를 찾았습니다. 문제는 불법 취업 등의 목적으로 이 제도를 악용하는 ‘가짜 관광객’도 함께 늘었다는 점입니다.

외국인 불법체류 논란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잠잠해졌습니다. 그러다 지난 6월1일부터 제주 무사증 입국이 재개되고 국제선 재취항이 이뤄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이달 들어 제주-태국 간 직항노선 개설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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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출입국·외국인청.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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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제주를 찾은 태국인들의 무단 이탈 사례가 잇따르고, 입국이 무더기로 거부되는 사태가 빚어지자 제주도를 찾는 외국인에게 전자여행허가제(K-ETA)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법무부가 지난해 9월 도입한 전자여행허가제는 사전 검증 절차 없이 국내 입국이 가능했던 무사증 입국 가능 국가(112개) 국민을 대상으로 현지 출발에 앞서 전자여행허가제 누리집에 접속해 정보를 입력하고 여행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이지만, 제주도는 국제 관광도시인 점을 고려해 적용을 면제해왔습니다. 그러나 법무부가 방침을 바꿨습니다. 제주도만 전자여행허가가 적용되지 않음에 따라 태국 등 무사증 국가 국민이 사전 검증 절차 없이 제주도로 대거 입국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제주도가 한국 불법체류(취업)를 위한 중간 기착지로 악용되는 면이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법무부의 전자여행하가제 도입 방침에 제주도와 관광업계는 화들짝 놀라는 분위기입니다. 가뜩이나 침체한 제주 해외관광시장이 위축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부동석 제주도관광협회장은 “전자여행허가제 도입은 제주 무사증 제도를 무력화시켜 외국인 관광 위축을 불러올 것이다. 문제 의식에는 공감하지만, 입국 절차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제주 관광업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제주도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관광협회, 제주관광공사 등이 지난 5일 회의를 열었으나 합의를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제주도와 관광협회는 “관계 기관들이 전담팀을 구성해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제도 시행을 유보하자”는 입장입니다. 반면 법무부와 출입국·외국인청은 “전자여행허가제로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고, 범법자와 불법취업 시도자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국제관광지로서 제주의 명성을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것이 진정 ‘관광 제주’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길일까요?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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