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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계란 투척에 강 투신까지...격해지는 하이트진로 운송 노조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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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노조원 화물연대 가입 후 파업 장기화
법원, 사측이 낸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인용
노조, 맥주 성수기 맞아 강원공장 이동 파업
본사 직원들, 강원공장 진출입로 확보 나서
사측은 운송료 5% 인상·공장별 협의체 제안
적극 가담자 손배소송 취소 여부가 최대 쟁점
한국일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농성이 닷새째로 접어든 6일 오후 강원 홍천군 북방면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진입로 교차로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홍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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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부터 경기 이천의 하이트진로 공장 앞에는 길게 늘어선 화물차와 천막 텐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수양물류와 하청업체 명미인터내셔널 일부 차주들은 화물차를 세워 놓고 두 달간 파업을 이어 가고 있다. 하지만 이달 초부터 이들은 이천이 아닌 강원 홍천의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왜 강원공장으로 갔을까.

강원공장 앞 시위 갈수록 격렬

한국일보

지난 4일 강원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입구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사흘째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주류운반 차량이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공장과 집회 장소를 빠져나가고 있다. 홍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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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자회사인 수양물류와 하청인 명미인터내셔널은 지난 2월 500여 명의 운송 차주 중 70%와 위탁계약을 끝냈다. 하지만 수양물류 소속 70여 명과 명미인터내셔널 소속 60여 명의 차주들은 지난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이천 공장 앞에서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운송료 30% 인상 △공병 운임 인상 △공회전 비용 지급 △손해배상청구 취소 △휴일 근무 운송료 150% 지급 등이다.

하지만 노사 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파업 중인 노조원들이 제품 출고에 나선 비조합원 차량을 향해 계란을 투척하고 욕설을 퍼붓는 등 극렬 양상으로 번짐에 따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제품 운송 차질이 장기화하자, 파업 노조원 일부를 상대로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지난달 말 "파업 중인 조합원들이 주장하는 모든 사정을 고려해도, 공장 진출입로와 인근 도로에 다수의 화물차량을 장기간 주차하면서 도로를 점거하는 행위는 정당하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일반 공중의 교통과 안전에도 상당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사측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법원 명령을 위반할 경우 1회당 1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조합원들은 법원 결정 이후 이천에서 강원공장으로 파업 무대를 옮긴 뒤, 공장으로 이어지는 하이트교에 차량을 세워 두고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일에는 경찰이 해산 작전에 나서자, 노조원 5명이 하이트교에서 15m 아래 강으로 뛰어드는 아찔한 모습도 나왔다. 일부 비조합원 운송 차주들은 "시위 중인 조합원들이 톨게이트까지 5분 넘게 차량을 쫓아와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호소하고 있다. 7일까지 현장에선 노조원 10여 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경찰은 이 중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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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4일 강원 홍천군 북방면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앞 다리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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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소주 운송을 전담하는 파업 노조원들이 맥주만 출고하는 강원공장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노조 측은 "파업 중인 조합원들이 강원공장 운송 경험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하이트진로 측은 "여름철 맥주 성수기를 맞아 악의적이고 명분 없는 영업 방해 행위를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경찰 병력으로 제품 출고 방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하이트진로 측은 8일 본사 직원 200여 명이 강원공장으로 이동해, 출고 차량의 진출입로를 확보하기로 했다. 노조 측의 운송 방해 행위가 길어지면서, 본사 직원들도 더 이상 여름 매출 손실을 눈 뜨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조 "10년간 운송비 안 올려"... 사측 "5%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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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경기 이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 농성장이 비어 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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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간 최대 쟁점은 공병 운임료 인상과 손해배상청구 취소 등으로 압축된다. 이진수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 부지부장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기름값은 계속 오르고 있는데 사측에서 10년 동안 한 번도 운송비를 올리지 않고 있다"며 "톨게이트 비용까지 빼면 남는 게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공병 운송 시 제품 운송비(24만 원)의 70% 수준, 병을 싣지 않고 운행하는 공회전 시 공병 운송의 70%까지 맞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이 적극 가담 노조원을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취하도 요구사항이다. 이 부지부장은 “사측은 최후통첩을 빌미로 노조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데 겁박하지 말고 차라리 해고하라”고 말했다.

수양물류 측은 이에 대해 운송료 5% 인상과 복지기금 1억2,000만 원 인상, 휴일 운송료 150% 인상을 제시했다. 공병 운임료에 대해선 협상 타결 이후 '공장별 협의체'를 통해 노조원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비롯한 개선점을 찾는다는 입장이다. 12명의 적극 가담자를 제외한 노조원들에 대해서도 8일까지 복귀할 경우 재계약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 파업으로 순수 피해액만 6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된 만큼, 적극 가담자들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는 취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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