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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남자들을 위한 80㎝ 부츠?…2년 만에 돌아온 쇼뮤지컬 ‘킹키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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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 ‘킹키부츠’는 아버지 그림자에서 벗어나 꿈을 찾아 나서는 청년 ‘찰리’와 ‘롤라’가 특별한 부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공연 마지막 장면.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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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못난 아들 그가 원했던 모습이 아냐, 내 모든 걸 바쳐 원하고 원해도 난 될 수 없었어, 아빠의 그림자 그 속에 설 수 없었지.”

수제 구두공장 사장이 아버지였던 청년 ‘찰리’, 그리고 프로복서를 아버지로 둔 ‘롤라’. 두 주인공이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정말 하고 싶은 꿈을 찾아 발버둥치다 서로 마음이 통해 ‘킹키부츠’를 만들기로 할 때 부르는 노래(넘버) ‘Not My Father’s Son’ 중 일부다. 가사처럼 자식이 대를 이어 구두공장을 물려받거나 프로복싱 선수가 되길 원했던 아버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면목없는 찰리와 롤라는 우여곡절 끝에 함께 꿈을 실현한다. 이 과정을 신나는 음악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곁들여 보여주는 쇼뮤지컬 ‘킹키부츠’가 2년 만에 다섯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킹키부츠’는 길게 이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무더위에 지친 관객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줄 에너지가 공연시간 내내 무대를 가득 채운다. 따스한 감동뿐 아니라 ‘있는 그대로 서로를 존중해주고,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펼쳐보라’는 메시지도 울림이 있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1979년 영국 노샘프턴의 수제 신사화 공장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2005년 만들어진 동명 영화를 뮤지컬화했다. 과거 영국 노샘프턴 지역 수제화 공장이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영악화로 줄줄이 쓰러질 때 ‘여장남자(드래그퀸)’를 위한 하이힐과 80㎝ 길이의 화려한 킹키부츠를 만들어 재기에 성공한 공장 이야기가 작품 모티브다.

CJ ENM이 제작단계부터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 뮤지컬은 2013년 3월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토니어워즈 6관왕과 올리비에어워즈 3관왕 등 세계 유수의 뮤지컬 시상식을 휩쓸었다. 우리나라에선 2014년 12월 비영어권 국가 최초로 초연됐다. 2020년 네 번째 시즌까지 누적관객 35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국내에서 인기 뮤지컬로 입지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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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롤라’ 강홍석은 빼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롤라 그 자체임을 보여준다.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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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이 갑자기 죽으면서 도산 위기에 처한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초보 사장 찰리는 억압과 편견에 당당히 맞서는 드래그퀸 롤라를 만난다. 둘은 함께 틈새시장을 노린 특별한 부츠를 만들면서 재기를 시도한다. 찰리(김성규·신재범·이석훈)와 롤라(강홍석·서경수·최재림), 찰리를 흠모하는 공장 직원 ‘로렌’(김지우·김환희·나하나), 불같은 성격으로 이따금 갈등을 일으키는 공장 직원 ‘돈’(고창석·심재현·전재현)을 중심으로 출연진 모두가 노래와 연기·춤 삼박자를 매끄럽게 소화해 관객 몰입감을 높인다. 특히 ‘킹키부츠’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롤라와 함께 등장하는 ‘엔젤’인 김강진·윤현선·이종찬·전호준·한선천·한준용 6명의 댄서가 빼어난 미모와 파워풀한 댄스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장한 남자 배우들이 아찔한 하이힐과 섹시한 여성 의상을 입고 강렬한 매력을 선보이며 ‘킹키부츠’ 무대를 빛나게 한다. 커튼콜 때 주연 못지않게 갈채를 받는 것도 이들 엔젤이다.

여성 가수로서 1980년대 팝 시장을 마돈나와 함께 이끌었던 세계적 팝스타 신디 로퍼가 처음 뮤지컬 작곡에 도전해 만든 넘버들은 귀에 쏙쏙 꽂힌다. 디스코, 팝, 발라드 등을 다채롭게 풀어내며 흥겨운, 때로는 서정적인 곡들로 스토리를 빛나게 한 신디 로퍼는 ‘킹키부츠’로 여성 최초 토니어워즈 작곡상도 받았다.

2년 전 공연과 달리 관객과 배우가 하나 돼 “네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 삶이 지칠 때 힘이 돼줄게, 인생 꼬일 때 항상 네 곁에”라고 마지막 곡 ‘레이즈 유 업(Raise You Up)’을 부르며 쇼타임을 갖는 커튼콜은 기억에 남을 만한 보너스다. 공연은 10월23일까지.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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