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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환자 위해 목숨 건 당신은 영웅…존경하고 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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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병원건물 화재 참사 희생자 발인식

경향신문

경기 이천시 건물 화재 당시 환자들의 대피를 돕다 숨진 간호사 현은경씨의 발인이 7일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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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연고 희생자 4명 발인
연고 다른 1명은 8일 엄수

환자 대피 돕다 숨진 간호사
유족·동료 등이 마지막 배웅
온라인 공간서도 추모 물결

경찰, 현장 작업자 3명 조사

경기 이천시 관고동 건물 화재 참사 희생자들의 발인식이 치러진 7일 오전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선 유족들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이날 오전 8시부터 희생자 4명의 발인이 순차적으로 이뤄졌다. 연고지가 다른 희생자 1명의 발인식은 8일 다른 병원에서 진행된다.

상복을 입은 유족들은 운구가 시작되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병원에서 투석치료를 받던 중 숨진 A씨(80대)의 아내는 남편의 관을 부여잡았다. 다른 유족들은 “불쌍해서 어떡해” “진짜 가지 마”라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투석 환자들의 대피를 돕다 안타깝게 숨을 거둔 간호사 현은경씨(50)의 마지막 길은 유족과 지인, 동료 간호사 등 50여명이 지켰다. 현씨는 지난 5일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환자들의 탈출을 돕다가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현씨는 해당 병원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씨의 유족과 동료들은 그가 평소 의롭고 사명감이 넘치는 간호사였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40분쯤 현씨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자 장례식장은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현씨의 영정을 든 딸과 그 옆을 지킨 아들은 오열했다. 운구차 주변에 자리한 유족들과 지인, 동료 간호사들은 묵념으로 조의를 표했다. 이들은 운구차가 출발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현씨에 대한 추모 물결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가 홈페이지에 마련한 온라인 추모 공간에는 이날 오후 4시까지 현씨를 추모하는 글이 1200여건 올라왔다. 한 추모글에는 “현은경 간호사님의 숭고한 희생에 머리 숙여 진심으로 애도한다. 또 한 분의 숭고한 간호사님이 희생되고 나니 참으로 무력감을 많이 느낀다”고 적혀 있다.

이천시도 이번 사고의 희생자들을 위해 시청 홈페이지에 추모 게시판을 마련했다. 게시판에는 희생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시민은 “(현씨는)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걸었던 영웅”이라며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유족분들께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고 썼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고인을 추모하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해 의사자 지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천시는 현씨에 대한 의사자 지정을 검토해 보건복지부에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장례비 지원을 위한 시민안전보험금 지급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6일 화재 당시 현장에서 철거 작업을 한 A씨 등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A씨 등은 시설 철거 작업을 위해 사고가 난 건물 3층 스크린골프장 내부에 있다가 불을 처음 발견하고 119에 최초 신고했다. 당시 이들은 폐업한 스크린골프장 내에서 내부 바닥과 벽면 등을 뜯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A씨 등은 작업 도중 용접 절단기나 토치 등 불꽃을 이용하는 도구는 쓰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연기 확산 경로 등을 파악하기 위해 8일 경찰·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관 등과 함께 제2차 현장 합동감식에 나선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5일 이천 관고동의 4층 높이 상가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투석 전문 병원에 있던 환자 4명과 간호사 1명이 숨졌고 42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다쳤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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