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지면 치명타인데…이준석이 가처분 신청 나서는 3가지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법적싸움 발판 삼아 당내 세력 구축

소송 말고는 마땅한 대항 수단 없고

가처분 신청 승소 가능성 높다 판단

경향신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4일 경북 포항 송도해변 한 통닭식당에서 지지자 및 포항시민과 치킨을 나눠 먹으며 대화하는 ‘번개모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오는 9일 당 전국위원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공식화하는 것에 맞서 법적 대응에 착수한다. 이 대표는 오는 13일 기자회견도 예고했다. 이 대표 주변 일부 인사가 만류했지만 이 대표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한다. 사법 투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점, 법적 대응 외에 마땅한 대항 수단이 없는 점, 가처분 신청을 발판 삼아 확고한 당내 자기 세력을 구축하려는 점이 이 대표가 법적 대응에 나서는 이유로 꼽힌다.

정미경 최고위원·홍준표 대구시장 등 이 대표를 옹호해왔던 당내 인사들은 최근 비대위 체제 전환이 현실화하자 이 대표가 이를 수용하고 후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시장은 지난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처분 신청을 해본들 당헌까지 적법하게 개정된 지금 소용없어 보인다. 자중하고 후일을 기약하라”고 이 대표에게 충고했다.

이 대표는 이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SNS에 “명예로운 결말” 대신 “후회 없는 결말”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은 오는 9일 전국위에서 비대위 출범이 결정되면 가능한 한 빨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이날 SNS에 “기자회견은 13일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이러한 결정 배경에는 가처분 신청시 승소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대표 주변의 법조인 출신 인사들은 이 대표 해임을 의미하는 비대위 체제 출범이 당원 민주주의와 절차적 민주주의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천하람 당 혁신위원은 통화에서 “가장 높은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된 기관인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게) 부여한 권한을 그 하위기관인 전국위나 의원총회에서 박탈할 수 없다”며 “절차적인 면에서도 (최고위원들이) 비상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퇴를 하고, 의결을 할 때는 사퇴한 최고위원들이 참여하는 모순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승소를 장담할 수는 없다. 법원이 정당 내부 문제에 대한 개입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 데다 국민의힘도 이 대표가 법적 대응에 나설 것에 대비해 의사결정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어서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이 대표는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입고 복귀를 기약할 수 없을 수도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웅 의원은 지난 4일 “법적 조치는 당원들이 나서는 게 좋지 않을까”라며 “이 대표는 정치로 풀고 덜 다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가처분 신청에 나서는 것은 현재로서 다른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9일 당 중앙윤리위원회 징계 결정 이후 전국을 돌며 당원들을 만나 왔다. 가처분 신청 이후에도 당원 만남을 계속할 방침이지만, 비대위 출범에 이어 새 지도부가 출범하게 되면 이 대표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차기 총선 출마와 이후 더 큰 행보를 구상하는 이 대표 입장에서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은 정치적 사형 선고에 가깝다. 지금 사법 투쟁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향후 ‘비윤·반윤’ 주자로서 토대를 탄탄히 구축하는 의미도 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SNS에 “전국위에서 이 대표를 강제 해임시키는 당헌 개정안이 통과되는 즉시 이 대표 측은 자신의 명예와 정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법원에 비대위 무효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며 “강제 불명예 축출하는 데 순순히 따라줄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고 썼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을) 안 하면 이 대표가 (해임을) 수용하는 것처럼 해석될 것”이라며 “(법원에서) 지더라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사법 투쟁을 계기로 확고한 자기 세력을 구축할 수도 있다. 당대표직까지 올랐지만, 이 대표에 우호적인 당내 인사들이 개인적으로 이 대표를 옹호해왔을 뿐 ‘이준석계’라고 할 만한 세력은 아직 없다. 이는 이 대표가 축출 과정에서 다소 무기력하게 물러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이날까지 이 대표를 지지하는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 모임에는 5000명 이상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국바세는 8일 이번 사태에 대한 당원 토론회를 개최하고, 10일쯤 당원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다. 모임을 주도하는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통화에서 “더 세게 투쟁해야 한다는 사람 등 여론이 뜨겁다”며 “장기적으로 모임을 투쟁의 근거지로 삼자는 의견이 많아지면 의견을 수렴해 당내에서 건강한 목소리를 내는 창구로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