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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 넘는 무더위에…숯불·튀김기 앞서 씨름하는 주방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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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이렇게까지 안 더웠어요”

세계일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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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온종일 불 앞에서 일하는 식당 주방 노동자들이 더위로 고통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온열질환자는 주로 야외에서 발생하지만, 주방처럼 환기와 냉방이 어려운 실내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전문가들은 잦은 환기와 충분한 휴식을 권고한다.

인천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김경석(35) 씨는 6일 연합뉴스에 "주방엔 덕트(공기 정화 시설)가 있기 때문에 에어컨을 설치해도 차가운 바람을 빨아들여 소용이 없다"며 "그렇다고 선풍기를 틀면 불이 휘날리기 때문에 다리에만 겨우 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업주이지만 거의 매일 주방일을 돕는다는 김씨는 "일을 하다 보면 땀으로 샤워를 한다"며 "목에다가 얼음주머니도 차봤지만 다 쓸모가 없어 그냥 참는다"고 토로했다.

고깃집이라 숯불을 쓰는 까닭에 홀도 덥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15평 가게 홀에서만 30평형 에어컨 2대를 쓰고 있는데도 덥다"고 했다.

경기도의 한 한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김지현(34) 씨도 "환기 시스템이 있지만 작동이 원활하지 않고 에어컨은 주방 건물 구조상 설치가 어렵다고 해 큰 선풍기에 의존하고 있다"며 "불이 세기 때문에 종종 어지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고 했다.

주방 노동자들은 열기뿐만 아니라 습기와도 싸워야 한다.

경기도의 200석 규모 식당에서 요리사로 근무하는 박명준(36) 씨는 "면 요리의 경우 물을 끓이면 수증기가 생겨 습하다. 습한 날에는 더위가 2배가 된다"며 "하루에 2ℓ 이상 물을 마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쳐서 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29) 씨는 "더운데다 마스크를 끼고 일하니까 답답해서 힘들다"고 했다.

대형 급식소의 경우 수백인 분의 요리를 한 번에 준비해야 해 화로가 커 열기가 더욱 심한 상황이다.

하루 200명 이상 이용하는 서울 송파구 한 구내식당은 중식을 준비하면서 지름 1m 크기의 화로 2대를 2시간 동안 돌린다.

이 식당 관계자는 "대형화로만 쓰는 게 아니라 일반 가스레인지도 같이 가동하기 때문에 상당히 덥다"며 "우리는 지상이라 낫지만 다른 곳은 구내식당이 지하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서 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주방 더위로 힘들다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튀김기 앞에서 선풍기 두 대로 버틴다. 돈가스를 튀기다 보니 머리가 핑 돈다. '혼자 있다가 쓰러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주방이 너무 덥다. 방법을 알려달라. 지난해에는 이렇게까지 안 더웠는데 올해는 죽겠다" 같은 내용이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0일부터 8월 7일까지 신고된 온열질환자 중 화기를 사용하거나 냉방이 적절치 않은 실내에서 발생한 경우가 20.4%를 차지했다.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주방은 열기뿐만 아니라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도 발생하기 때문에 환기가 필수적"이라며 "실내 환기 시스템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 제도적 고민과 인식 변화가 함께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열기에 장시간 노출되면 좋지 않기 때문에 식당의 경우 점심과 저녁 식사 사이에 쉬는 시간이 충분히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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