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경우 아파트값이 6월에만 0.08% 빠졌다. 올해 들어 상반기에 서울 아파트값은 0.25%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와 인천의 아파트값도 6월에 각각 0.16%, 0.23% 내렸다. 올해 들어 월별 최고 하락률을 기록했다. 두 지역 상반기 누적 하락률은 각각 0.56%, 0.61%를 기록했다.
지난 7월 1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둘째 주(11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전주 -0.03%에서 –0.04%로 하락 폭이 커졌다. 특히 그동안 가격이 상승을 유지했던 강남·용산 일대 아파트도 일제히 하락으로 돌아선 점이 눈에 띈다. 이 주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상승한 곳은 서초구가 유일했다.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했던 용산구(-0.01%)도 3월 셋째 주 이후 16주 만에 하락 전환하는 등 서울 전역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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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도봉구·강북구 등 소위 ‘노도강’ 지역 낙폭도 컸다. 노원구(-0.10%)와 도봉구(-0.10%), 강북구(-0.09%) 모두 0.1%가량 마이너스 상승을 기록하며 강북 14개 자치구 아파트가 -0.06%의 하락 기록을 주도했다. 강남구는 17주 만에 하락 전환한 뒤 2주 연속 -0.01%를 기록했다. 강남구 대표 주상복합인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 165㎡는 6월 6일 43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같은 달 말 42억5000만원에 계약서가 오갔다. 고점 대비 1억원이 내려간 가격이었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 역시 지난해 8월 23억원을 기록한 신고가 대비 1억6000만원 내려간 21억4000만원에 6월 계약서가 오갔다.
단기간 시세가 가파르게 오른 것과 비교하면 아직 하락 폭 자체는 크지 않지만 방향성 측면에서 상승에서 하락으로 관점을 달리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 공인중개사는 “일부 전문가들이 ‘양극화 현상 심화’를 지적하며 강남권 대단지 아파트 시세는 당분간 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는데 결론적으로 틀린 말이 됐다”며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면서 낮은 가격에라도 처분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집주인이 강남에서도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렇게 수도권 전역 아파트가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서울 서초구와 함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가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을 끈다. 1기 신도시인 성남시 분당구(0.01%)는 서울 강남 아파트 시세가 꺾인 상황에서 전주(0.02%)에 이어 여전한 상승세로 한 주를 마감했다. 분당 역시 최근 몇 년간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다. 그런데도 어떻게 여전한 상승세를 기록할 수 있는 것일까.
최근 분당 아파트 3.3㎡ 가격은 5000만원을 돌파할 정도로 가파르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의 주택 가격 동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6월 경기 분당구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001만6000원을 기록했다. 경제만랩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분당 아파트 시세가 3.3㎡당 5000만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달 분당구의 3.3㎡ 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4988만8000원 대비 12만8000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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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 매입 비중 증가세
외지인들의 분당 아파트 매입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기준 분당구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71건으로 나타났는데 그중 외지인의 아파트 매입 건수는 89건으로 매입 비중이 32.8%였다. 분당의 외지인 아파트 매입 비중은 2011년 8월(36.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 분당구 분당동 샛별마을(우방) 전용면적 134㎡은 2021년 5월 17일 15억6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5월에는 17억7000만원에 계약서가 오가 시세가 1년간 2억500만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관심은 상승 불씨가 꺼지지 않은 분당 아파트 가격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지 여부에 쏠려 있다. 분당 아파트 시세가 꺾이지 않은 것은 재건축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대선 핵심 공약이었던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으로 재건축 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1기 신도시 특별법에는 분당 재건축 사업성을 높이는 여러 가지 장치가 달리게 될 공산이 크다. 용도지역 변경을 허용하고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보장하는 내용이 논의되고 있다.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인허가 절차 간소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완화, 세입자 이주대책 및 재정착 등을 포함시킨 법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논의되고 있는 내용이 법안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분당 재건축 사업성은 크게 오를 것이 자명하다”고 분석했다.
재건축을 바라보는 분당 주민들의 열망도 거센 편이다. ‘물 들어온 김에 노 젓자’는 심정으로 단합하는 분위기다. 분당재건축연합회(분재연)는 최근 총회를 열어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고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2기를 공식 발족시켰다. 분재연 2기 회장으로 최우식 정자동 상록우성 재건축 추진준비위원장이 추대돼 투표에 참여한 21개 단지 만장일치로 선출되는 등 물밑 움직임이 빨라지는 분위기다.
단지를 통합해 사업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본격 논의되고 있다. 분당구 서현동의 삼성한신·한양·우성·현대아파트(총 7769가구)와 수내동의 양지마을 6개 단지(총 4392가구)는 최근 통합재건축추진위를 구성했다. 롯데, 삼익, 대림, 서안아파트로 구성된 분당 파크타운(총 3028가구)도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를 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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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측면 지원도 활발한 분위기다. 대통령과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1기 신도시 재정비를 공약하고, 여야 국회의원들의 관련 법안 발의 움직임도 빠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30일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한 ‘1기 신도시 재정비 민관합동 전담조직(TF)’을 신설해 운영을 시작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롭게 경기도정을 이끄는 리더로 발탁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선거 직후 “1기 신도시 재건축을 바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국회에 (1기 신도시 재건축) 관련법이 여러 개 제출돼 있다. 이른 시간 안에 논의하도록 해 재건축을 바로 추진할 수 있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용적률 상승, 각종 규제 완화와 사업기간 단축 문제 등을 포함해 패키지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노후신도시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후신도시 재생 및 공간구조 개선을 위한 특별법안’을 각각 발의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연구기관들의 연구보고서도 군불때기에 일조하는 분위기다. 경기연구원이 내놓은 ‘경기도민은 새로운 1기 신도시를 기대한다’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도시 주민의 83.8%는 ‘거주 아파트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응답해 1기 신도시 재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중동 88.6%, 산본 86.7%, 일산 84.1%, 평촌 83.8%, 분당 80.4% 순이다. 재정비 사업방식 선호도에서도 재건축(48.4%)이 리모델링(35.1%)과 유지보수·관리(16.5%)보다 높았다.
신도시별로 살펴보면 분당의 주택 소유자 중 재건축을 원하는 비중이 57.1%로 가장 높았다. 주택정비에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을 묻자 집주인들은 재건축에 1억8000만원, 리모델링과 동별 전면 개조에 1억원을 지불할 수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분당에서 재건축을 원하는 열망은 매우 뜨겁다고 봐야 한다”며 “분담금을 낼 여력이 있는 가구 비중이 높은 점도 사업 진행에 대한 기대감을 커지게 하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공인중개사무소 밀집지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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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 집값 하락 추세가 변수
하지만 집값 하락 추세가 가팔라져 분당 아파트 가격도 마이너스로 내려앉게 되면 상황이 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전국에 걸쳐 재건축·리모델링 사업이 각광받은 것은 가파른 집값 상승 국면이라는 특수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서울시내 추진되던 재개발 사업인 뉴타운은 상당수 구역이 엎어졌다. 집값 하락기에 정비사업이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걸 방증한다.
집값이 하락하면 분양 성공을 장담할 수 없고 분양가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의 영역에 놓인다. 재건축 조합 입장에서 미분양을 감수하고 사업을 밀어붙이긴 쉽지 않다. 개별 조합원 입장에서도 집값이 오르는 추세라면 기꺼이 거액의 추가분담금을 내고 사업을 추진하는 쪽을 택한다. 추가분담금이 높아도 집값이 상승하면서 낸 추가분담금보다 집값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값이 내려가는 국면이라면 입장이 달라진다. 적잖은 추가분담금을 내고도 추후 집 시세가 떨어질 것이라 생각되면 굳이 분담금을 들여 재건축할 의지가 사그라진다. 정부가 규제 완화로 재건축 사업성을 높여줘도 재건축을 바라보는 조합원 열기가 이전처럼 뜨겁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재건축에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도 집값 하락기에 더 왕성해진다. 재건축에 회의적인 조합원을 결집해 세를 불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 하락세가 시작됐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닥칠 집값 하락 움직임이 훨씬 가파를 것이라 분석한다.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는 “역사적인 고평가 국면에 놓여있던 수도권 집값은 적정 수준으로 내려가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바닥은 아직 한참 멀었다”고 말한다.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 역시 “고점 대비 일부 아파트 시세가 떨어졌더라도 아직은 매수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분석한다. 금리 인상 등 여파로 아파트 시세 하락세가 분당에도 본격화될 경우 재건축 동력이 차갑게 식을 수 있다는 얘기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3호 (2022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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