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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결혼시킬 딸 있어 다행"이라는 아프간 가족…빚 때문에 7살 매매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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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결혼시킬 딸 있어 다행"이라는 아프간 가족…빚 때문에 7살 매매혼

아프가니스탄 남성인 35살 모민은 7살짜리 딸을 결혼시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모민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탈레반 집권 전에는 NGO 단체와 정부 기관들이 돈을 구할 방법을 찾는 것을 도와줬습니다. 하지만 탈레반 집권 후에는 고통받고 있어요. 내가 노력해보지 않은 게 아닙니다. 누가 자기 자식에게 이런 일을 하고 싶겠어요? 다른 선택권이 없습니다. 저도 아이가 고통받고 많은 문제에 직면하리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모든 문이 닫혀 있어요."

40대 여성 투르피카이도 7살짜리 손녀를 결혼시킬 생각입니다. 그녀는 청소 일을 했지만 탈레반 재집권 후 일이 끊겼습니다. 아들이 큰 빚을 남기고 죽어서 그 빚도 갚아야 하는데, 투르피카이 본인이 암에 걸려 수술비까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는 자신의 16살짜리 딸을 이미 결혼시켰습니다. 덕분에 빚 3천390달러(우리 돈 약 442만원)를 탕감했습니다. 여전히 생활비와 치료비가 부족해 이번에는 손녀를 결혼시킬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그 손녀는 죽은 아들이 남긴 아이입니다.

"결혼시킬 딸이 있어 다행입니다. 안 그랬으면 이 빚을 어떻게 갚습니까? 손녀에게 다른 가족을 주게 되면 저도 필요한 돈이 생기고, 손녀도 더 나은 곳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나는 내 아이들이 먹을 빵 한 조각과 신발 한 켤레를 얻기를 원하는 것뿐입니다."

■ "빚 때문에" 아동 매매혼…돈에 팔려간 아프간 아이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가 지난달 27일 펴낸 아프가니스탄의 실태 보고서 '천천히 찾아오는 죽음: 탈레반 집권하의 여성'에 나온 아프간 내 '아동 매매혼' 사례들입니다. 아동 매매혼은 지난해 여름 탈레반이 다시 집권하고 1년 사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부쩍 빈번해졌습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예멘과 남수단의 경우 전투가 아동 매매혼을 20%가량 증가시켰습니다. 아프간 역시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경제적 충격으로 아동 매매혼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주민의 90%가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프간 국내총생산 GDP는 34%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 탈레반 재집권 1년…추락한 아프간 여성 인권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은 이후 아프간 여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매매혼뿐만이 아닙니다. 앰네스티 보고서를 보면 아프간 여성들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JTBC

부르카를 입어 얼굴까지 가린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재봉틀을 이용해 일을 하고 있다 〈출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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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학교 폐쇄

-여성 채용 금지

-남성 보호자 동행해야 여성은 장거리 이동할 수 있도록 법제화

-공공장소에서 여성 얼굴 가릴 것 요구

-여성 시위대는 고문 또는 실종

-'도덕적 부패'라는 이유로 여성 체포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프간) 여성들과 소녀들은 삶의 거의 모든 면에서 차별과 억압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이 학교에 가든 일을 하든 외출을 하든 무엇을 하든지 매일 모든 세부 사항들은 통제되고 엄격하게 제한됩니다."

앰네스티는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여성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면 납치와 고문을 당하기도 한다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아프간 여성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며 미국-아프간 협의기구를 출범했습니다. 당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소녀, 그리고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탈레반에 의해 급격히 악화된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삶을 국제사회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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