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 시위 단체의 피켓이 걸려있다. 마을 주민들은 '집회로인해 노인들이 병든다'는 시위 반대 현수막을 걸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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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욕설 시위를 해온 극우 유튜버의 친누나 안모씨가 용산 대통령실에 근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안씨 동생이 과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활동을 벌였고 안씨가 동생의 극우 유튜브 방송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자, 야권에선 윤석열 대통령 책임론까지 꺼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대통령 홍보수석실에 근무하는 안씨는 (극우 유튜버인) 안정권 씨의 누나이면서 본인이 극우 유튜버로 최근까지 활동해왔던 사람”이라며 “그의 존재가 일선 경찰 입장에선 어떤 사인으로 받아들여지겠나. 윤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사저 앞 혐오시위를 방관하는 것을 넘어 독려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당 대표 후보인 박용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안정권씨는 세월호 사고를 폄하하고,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불행한 죽음 앞에서 ‘잔치국수 먹방’을 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폄하하고 왜곡했던 사람”이라며 “대통령실의 보수 유튜버 친족 채용은 5·18 폄훼의 연장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광주시민’이라 부르짖었던 윤 대통령의 5.18 기념사는 모두 가식과 위선이었나”라고 비판했다.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욕설 시위를 벌이는 안정권 씨. JTBC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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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안씨는 동생이 운영하는 영상 플랫폼 ‘벨라도’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선 캠프를 거쳐 대통령실에 행정요원으로 임용됐다. 대선 캠프에서 안씨는 영상 편집을 담당했다. 그의 동생 안정권 씨는 지난 5월부터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확성기로 욕설 시위를 벌여온 인물로,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특별초청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언론보도로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안씨가 유튜버 안정권씨의 누나인 것은 맞으나, 이는 대통령실 임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안씨 채용과정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나와 동생을 엮어 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연좌제나 다름없다. 심각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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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법적 하자만 없으면 사람을 죽여도 되나”
대통령실의 이런 대응은 외려 더 큰 반발을 불렀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논리만으로 빠져나가기엔, 안씨 동생이 벌여온 5·18 민주화운동 폄훼 활동이나 2020년 총선 부정선거 주장, 양산 욕설시위 등이 워낙 극단적이기 때문이다. 야권에선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에 대해 ‘법대로’만 외친 윤 대통령의 인식 자체가 문제”(수도권 의원)라는 지적도 나왔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한병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안정권 씨는 욕설 시위를 가장 심하게 한 사람이다. 법적인 문제가 없어도, 위법보다 더 큰 논란을 자초할 수 있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당 대표 후보인 강훈식 의원도 “윤 대통령의 머릿속에 ‘국민 통합’은 없고, ‘내 편’만 있다는 것이 재차 확인됐다”며 “편 가르기에만 몰두하는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양산 사저에서 반려묘와 노니는 모습.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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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해명에 대해 “법적 하자만 없으면 사람을 죽여도 되나”라고 되물으며 “안씨가 보은 인사를 받은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MBC라디오에서 “국민들은 ‘참 끼리끼리 해 먹는다’고 볼 것”이라며 “정치는 도덕적으로 상식적으로 하는 것인데, 그게 (국민들에게) 용납이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안씨는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3일 “본인이 굉장히 부담을 느껴서 사직서를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직서 수리 여부 ▶대통령 취임식 특별초청 경위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확인해 드릴 내용이 없다”고만 말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대통령실 인사(人事)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원내 지도부가 대통령실의 정무직 직원 명단을 받아보고 인사문제가 없는지 일일이 파악해볼 계획”이라며 “분명히 논란거리가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윤지원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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